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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땅값·물가·금리 내리고 ‘과밀 서울’ 저절로 해소된다

  • 글: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초빙교수·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2020년 땅값·물가·금리 내리고 ‘과밀 서울’ 저절로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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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형태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모든 대도시의 외연(外延)이 거침없이 확대됐고 저층-중층-고층의 계서도 무너졌다. 도심부, 교외부를 가릴 것 없이 건물들은 고층만을 지향하고 있다. 도로공간과 주차공간 확보가 그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개개인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자동차라는 이름의 노예가 생겼으니 상전 된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 노예 때문에 입게 되는 생활상의 제약(制約) 또한 적은 것이 아니다. 늘 ‘몇 시까지’라는 시간의 압력을 받아야 하고 주행공간과 주차공간 등 공간상의 압력도 받는다. 보다 좋은 자동차를 가져야 신분 상승을 과시할 수 있다는 대외적 압력 또한 작은 것이 아니다. 자동차라는 노예를 부리면서 실제로는 점점 자동차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보다 도로·교량 밀도 높아

그러니 20세기 말~21세기 초의 한국 사회를 ‘자동차 사회’라고 표현하더라도 크게 잘못된 지적은 아닐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작해 호남·남해·영동고속도로로 이어진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도로 건설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에도 그대로 계승됐고 김영삼·김대중 시대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30년 전에는 자동차로 속초·강릉·삼척 등 영동지방으로 가기 위해선 대관령을 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진부령·미시령·한계령·대관령·조침령·구룡령·삽당령·백봉령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조금 규모가 작은 것으로는 진고개·닭목재·댓재·화방재·피재도 있다. 30년 전에는 한 개뿐이던 길이 지금은 열두세 개가 됐으니 편리하다 못해 헷갈리기까지 한다.



도시 내부도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60년대 후반의 ‘불도저 시장’ 김현옥, 1970년대의 ‘두더지 시장’ 양택식, ‘황야의 무법자’ 구자춘을 비롯해 지난 30여년간 이 나라 방방곡곡의 시장·군수치고 도로·교량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행정가는 한 사람도 없다. 어찌 행정가뿐이랴. 여·야 국회의원, 도·시·군의원, 건설업자, 수많은 남녀 노무자들도 있다.

그간 얼마나 많은 돈과 피와 땀이 도로와 교량 위에 뿌려졌는가를 생각하면 실로 아득하기만 하다. 한국은 일본보다 도로·교량의 밀도가 높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예가 드문 것이다. 간혹 지방에라도 갔다 오게 되면 마치 도로왕국을 헤메다 온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도로를 만들고 또 만들어도 자동차의 증가를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전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10만대를 넘은 것은 1969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를 겨우 넘었을 때다. 1985년에는 100만대를 넘었는데,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자동차 보유대수 1000만대를 돌파한 1997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가까스로 1만달러를 넘고 있었다. 1970년대에는 1년간 증가대수가 1만여대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가 되자 10여만대로 뛰어오르고 1990년대, 특히 1990년대 후반기부터는 100여만대씩 늘고 있다.

1996년 이루어진 한 조사에 의하면 ‘집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차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사람이 50%를 넘었지만 아마도 요즘 조사를 하면 ‘배우자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차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이 50%쯤 되지 않을까.

인구감소 사회가 온다

지난 4월1일 서울-부산간, 서울-목포간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일찍이 “어느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그 도시에서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라고 한 라벤슈타인의 법칙은 아직도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니 고속철도 개통은 서울로의 인구집중을 더욱 가속화하겠지만, 그보다도 수도권의 범위를 훨씬 더 넓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이라고 하면 서울·인천 그리고 경기도를 지칭하는 개념이었는데, 앞으로는 수도권이 충남 천안·아산지역, 충북 오송·청주지역, 대전광역시, 그리고 강원도 영서지방 전역이 포함되는 광역 수도권이 될 것이다. 그런 광역의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모여 살게 되어 ‘수도권=대한민국’과 같은 국토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통수단 고속화에 의한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은 이미 고속도로 건설에 힘입어 거의 다 이뤄졌으니 고속철도가 그런 측면에서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보다는 DNA 관련 기술이나 바이오 기술에 의한 기술혁신이 초래할 생활혁명이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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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초빙교수·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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