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끄러지듯’ 매끈한 피부. 2005년 매력남의 기준은 누가 뭐래도 피부다. 향긋한 비누냄새가 여성들의 후각을 사로잡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세수만 하고 다닌다’고 하면 ‘나는 게으른 남자’라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유능한 남성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피부짱’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피부 관리에 무심한 편이다. 그나마 20∼30대 젊은 남성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사용하고 트러블이 생기면 피부과를 찾기도 한다. 문제는 불혹을 넘긴 중년남성들이다. 아내가 사다주는 스킨로션 하나로 평생 피부 관리를 대신하는 중년남성들의 피부, 과연 해결책은 없는가.
‘피부 미남’이 되기 위한 첫 단계는 지피지기(知皮知己). 적(彼)이 아니라 피부(皮)에 대해 알아야 한다. 얼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번들거리는 지성피부인 사람이 유분이 듬뿍 들어간 화장품을 쓰는 것은 더 위험하다. 피부 관리의 시작은 자신의 피부 타입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남성 70%가 지성피부
피부 타입이 중요한 것은 지성·건성·복합성 피부에 따라 그에 맞는 관리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남성은 자신의 피부 타입을 잘 모르고 있다. 메디지안 메디컬 & 에스테틱 정현주 원장은 “남성의 70%가 지성피부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지분비가 많아 얼굴이 번들거린다고 해서 모두 지성피부는 아니다. 흔히 이마와 코를 따라 이어지는 ‘T존’ 부위만 지성인 복합성 피부도 있기 때문이다.

‘잡티 없는 하얀 피부’가 여성들의 바람이라면 남성들의 고민은 ‘번들거리는 피부’일 것이다. 과다한 피지분비로 인한 ‘기름기’만 잘 잡아주면 남성 피부고민의 절반은 해결되는 셈이다.
남성과 여성의 피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남성의 피부는 여성에 비해 진피층이 24% 정도 두껍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표피층이 얇아지는 속도가 여성보다 훨씬 빨라 피부 탄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또한 남성 피부는 피지가 많은 대신 수분은 여성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번들거림이 심하고 피부결은 푸석푸석하다.
남성에게서 피지가 분비되는 것은 ‘안드로겐’이라는 남성 호르몬 때문인데, 피지가 많이 분비되면 피지선이 증가하고 모공도 커진다. 모공이 커지면 노폐물이 쉽게 쌓여 피부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남성의 피부를 망가뜨리는 주범은 또 있다. 피부층이 두껍다고는 하나 남성의 피부도 스킨이나 로션만으로는 강한 자외선이나 각종 외부자극 앞에 속수무책이다. 여기에 잦은 음주와 흡연도 피부를 망치는 데 한몫 한다. 알코올은 분해과정에서 다량의 수분을 흡수해 주름을 만들고 흡연은 피부혈관을 위축시켜 영양분과 산소공급량을 떨어뜨린다. 이쯤 되면 남성의 피부가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성 피부의 재생기간은 여성보다 1.4배나 느리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피부는 노화가 시작되는 20대 후반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하겠다.
10년 전 여의도에 문을 연 남성전용 피부관리센터 ‘아들들’. 10대 청소년부터 60대 후반 노인까지 폭넓은 남성고객들을 관리해온 이세정 원장은 ‘하루에 두 번 이상 세수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유분기가 많은 대부분의 남성은 하루에도 여러 번 세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누는 피부 속 기름기뿐 아니라 수분도 빼앗아가기 때문에 잦은 세안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