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인대행은 지속가능한 사업일까. 어느 알선업체는 6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알선업체의 관계자 B씨는 “애인대행의 중독성에 우리도 놀랐다. 한번 ‘맛’을 본 고객은 100% 다시 찾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B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혼자 사는 남성이 많아요. 이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죠. 정신적 교감을 필요로 해요. 비록 돈으로 구매한 일시적 애인이지만 예쁜 애인과의 수시간 대화와 데이트는 이런 점을 충족해주죠. 이 서비스는 ‘좋았다’ 수준을 넘어 중독성 높은 즐거움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같아요.”
요즘 남성들이 자주 감정적 결핍을 느낀다는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가짜 애인이 그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애인대행을 찾는 남성이나,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알선업체나 여성이나 어떤 측면에선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게 돌아간다. 이런 비정상적 남녀관계가 널리 설정되고 일반화하는 추세다.
취재팀의 한 남학생은 애인대행 여성을 불러 데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한 알선업체에 문의하니 식사(술) 자리는 물론, 영화관람, 하이킹, 골프, 승마까지 다양한 데이트 옵션을 제시했다. 원하는 외모, 성격, 학력까지 맞춰준다고도 했다. 남학생은 20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했다.
얼마 뒤 약속장소로 나온 남학생의 휴대전화에 ‘발신번호 표시제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에 맞춰 분홍 원피스, 흰색 카디건, 갈색 생머리, 앳된 얼굴의 22세 여성 C씨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업체에 요청한 스타일에 거의 들어맞는 외모였다. 만난 지 5분 정도 지나 “서로 편하게 말을 놓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응! 좋아” 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애인대행은 신체 접촉에 관해 두 가지 코스를 둔다. 첫 번째 코스는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것까지 허용되고, 두 번째 코스는 키스와 가슴을 만지는 것까지 허용된다. 남학생은 첫 번째 코스를 구매했으므로 시험 삼아 C씨의 손을 잡았다. C씨는 손을 빼지 않았다. C씨는 남학생의 컵에 물을 따라주고, 앞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고, 새우의 껍질을 까서 입에 넣어주며 살갑게 대했다.
C씨는 “이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고객 대부분이 ‘매너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인대행 일은 그녀의 인생에 숙제를 안겨주는 듯했다.
“육체적으로 편하고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보다 보수가 월등히 높지. 하지만 매일 누군가의 가짜 애인으로 살면서 상대에게 진심이 아닌 말을 늘어놔야 해. 상대도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듣고. 이런 일이 가끔 혼란스럽기는 해. 이 일을 한 뒤로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혀. 평생 애인대행으로 살 수는 없는데….”
3시간의 데이트가 끝난 뒤 C씨는 헤어지면서 “오빠, 다음에 또 봐!”라고 말했다. ‘그녀는 정말 또 보고 싶어서 저렇게 말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부 애인대행 업체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애인대행 남성을 붙여준다. 주로 키가 크고 외모가 뛰어난 어린 남성이다. 이 서비스는 여성에 의한 성매매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애인대행 남성 최모(20) 씨는 “보통 저녁 6~7시쯤 여성 고객을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모텔로 간다”고 털어놨다.
가짜로 공허함 채우는…
애인대행은 요즘 남녀관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돼가는 듯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몇 년 안에 우리 회사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짜로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순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은 그걸 알면서도 가짜를 찾는다. 그만큼 마음의 병이 깊고, 가짜든 진짜든 남녀관계 자체를 갈망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애인대행의 확산을 지켜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이예림 | 고려대 국제학부 hello_lucyyy@naver.com
임철민 | 고려대 경영학부 limchul92@gmail.com
김동현 |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kimdh927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