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립식 펀드도 실적배당 상품이므로 운용 실적에 따라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도 저금리를 이겨낼 최고의 투자대안 중 하나로 적립식 펀드를 꼽는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를 원금 보전이 가능한 상품으로 여기거나 한 번도 판매된 적 없는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생각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는 적립식 펀드라는 상품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를 선택해 매월 일정 금액을 일정 시기에 투자할 뿐이다. 다시 말해 적립식 투자방법이 존재할 뿐 적립식 펀드라는 유형의 상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만 적립식 펀드라는 이름의 상품이 판매될까. 이는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려면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도 펀드 투자를 기피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도 적립식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고 금융기관들도 적립식 상품보다는 펀드 상품 판매에 주력했을 따름이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매월 일정 금액을 일정한 시기에 투자하므로 투자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목돈도 필요 없다. 펀드나 주식 혹은 채권 등 원하는 투자대상을 골라 매월 적금 붓듯이 투자해가면 그만이다.
적립식 투자는 또한 이른바 ‘몰빵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몰빵 투자’에선 투자시점 선택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투자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어 그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매월 100만원을 A라는 주식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주가가 낮을 때는 주식을 많이, 반대로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사게 된다. 나중에 주가가 크게 오르면 낮을 때 사놓은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올라 수익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는 누구도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알 수 없다는 전제 아래 고안된 일종의 기계적인 투자법이라 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역행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들로 꼽히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워렌 버핏이나 템플턴 펀드의 창립자 존 템플턴 경 등은 모두 역행투자자였다. 이들은 시장상황이 나쁠 때 주식을 사들였다. 심지어 존 템플턴 경은 “주식을 사야 할 때는 비관론이 극도에 달했을 때”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그제야 부랴부랴 투자를 시작한다. 시장상황이 나쁠 때 싼 가격에 사들여야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효과가 있어 개인들도 위대한 투자가들처럼 역행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다리 투자법
적립식 투자의 대상에는 주식, 채권, 전환사채,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 중에는 이미 적립식 투자법을 활용해 이들 유가증권에 투자해온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채권투자다. 채권은 늘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매월 혹은 분기별로 채권 만기일을 분산시켜 채권에 투자하면 금리 변동 위험을 줄여나가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사다리 투자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적립식 투자에서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주식이다. 다른 유가증권에 비해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투자시점을 분산시켜 낮은 가격대에 사놓은 주식의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물론 주식 투자의 효과가 있지만 같은 방법으로 직접 주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04년 12월20일부터는 10만원 이상 고가주에 대해 단주 거래가 허용돼 이들 주식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일반인들은 고가 우량주를 사고 싶어도 10주 이상 거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쉽게 매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단주 거래 허용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월 적금 붓듯 1주씩 매입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