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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한국도로공사 영업소 비리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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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톨게이트영업소 316곳 중 도공 출신 303곳 운영
  • ● 대부분 수의계약…계약 연장, 낙찰률 높여 더 받아가
  • ● 1급 퇴직자는 목 좋은 영업소 3,4곳 동시 수의계약
  • ● 말로는 경쟁입찰…높은 진입장벽에 대부분 도공 출신이 낙찰
  • ● 국감 때마다 “개선하겠다” 답변…국토부는 문제 파악 못해
  • ● 도공 “사실상 강제퇴직…구조조정을 위한 퇴로였다”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시간을 되돌려 2008년 10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보자. 민주당 소속 강창일 위원이 목소리를 높인다.

“도로공사 영업소(톨게이트) 231개소는 (도로공사 직원과) 수의계약이고, 경쟁계약은 18군데밖에 안돼요. 수의계약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하게 돼 있어요. 특별한 사유는 ‘시간적으로 급박’ ‘사실상 경쟁 불가’일 때 하는데 이건 위법입니다. 도로공사 퇴직한 사람들 떡밥 나눠주듯이 해서 그렇다는 얘기예요.”

“외환위기 구조조정 때 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고…개선토록 하겠습니다.”(류철호 당시 도로공사 사장)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나라당 박순자 위원은 사전에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한다.

“2008년 경기 하남톨게이트 공개입찰에서 27대1의 경쟁률을 뚫고 3년간 28억원 계약을 체결한 박○○씨 있죠. (이 사람은) 수의계약을 통해 2003~2006년 남대전톨게이트, 2007년 이천톨게이트 운영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분은 ○○지역본부 관리처장을 지낸 분입니다. 또 서○○씨도…공개경쟁입찰이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도로공사 퇴직자가 다시 공개입찰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계약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퇴직한 분들이 정년 전에 퇴직하셨습니다. 가능하면 전문 업체를 선정하고 싶은데, 그래도 (도로공사) 직원이 전문성이 조금 있다고….”(류 사장)

“도공이 퇴직자 이후까지 책임지는 신(神)의 직장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말만 공개경쟁이지 입찰자격 조건이 제한돼 있다보니 대부분 도로공사 직원들이 가게 돼 있거든요.”(민주당 조정식 위원)

퇴직 이후까지 책임지는 신의 직장

“진입장벽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류 사장)

시간이 지났을 뿐 2009, 2010년 국토해양위 도로공사 국감에서도 위원들의 지적과 류 사장의 답변은 비슷했다.

“2009년 계약된 영업소가 55곳 있는데 수의계약이 33곳이에요…신설 노선이 개통되기도 전에 영업권을 퇴직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경우도 있어요….”(2009년 국감, 조정식 위원)

“저희 직원 정년이 59세인데 54세에 퇴직을 합니다.”(류 사장)

“2008년 국감에서 외주영업소 문제 제기한 바 있죠? 외주영업소의 93%가 우리 도로공사 퇴직자들로 선정됐다, 그때 사장님 답변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거 고치겠다’, 고쳤습니까?”(2010년 국감, 한나라당 현기환 위원)

“저희가 정년이 59세인데 55세에 나가서 4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이 아니고 강제퇴직이라는 것을 이해해….”(류 사장)

고속도로 영업소 운영권을 놓고 “수의계약을 하지 말라”는 의원들과 “도로공사 직원이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사장의 반복되는 질의응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왜 고속도로 영업소를 놓고 이런 공허한 질의응답을 계속할까.

국토해양위원들의 문제의식은 퇴직한 도로공사 직원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영업소 운영권을 따낸다는 데서 생긴다. 2011년 11월 현재 전국 고속도로 영업소 316곳 중 도로공사 출신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영업소는 303곳(95.9%). 이 중 수의계약 건수는 해마다 늘어 2009년 270건(88.2%), 2010년 278건(88.5%), 2011년 9월 현재 288건(91%)에 달한다. 도로공사가 퇴직자들에게 운영권을 몰아준다는, 특혜 나눠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

이런 결과를 놓고 도로공사 측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공기업 경영혁신지침)을 위해 정규직을 감원하면서 전면 외주화를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직원들의 ‘퇴로’를 열어둬야 하는데, 영업소 운영권을 챙겨줘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전 사장이 “정년 잔여기간만큼의 일감과 임금을 챙겨주는 것이니 이해해달라”는 말을 반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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