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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의 국경 없는 쇼핑백

高價 횡포에 뿔난 직구족 국내 판매가 끌어내렸다

‘인플레’ 막는 해외직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高價 횡포에 뿔난 직구족 국내 판매가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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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게는 절반 값에, 적게는 30%가량 싸게 살 수 있다면? 이런 불편함,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 게 스마트 소비족이요, 해외직구족이다.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2014년 7월 2일)에 따르면, 해외직구 이용 경험자들은 해외직구가 30% 정도 싸다고 느낀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창복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품질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편의성 등을 감안하면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때 온라인보다 물건값을 8~22%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 해외직구의 확산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사업자라면, 국내 판매가를 해외직구 가격 대비 20% 수준으로만 높여놓으면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사업자들은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영국 브랜드인데, 꽃무늬 가방으로 유명한 ‘캐스키드슨(Cath Kidson)’의 국내 공식 수입업체 (주)스타럭스 관계자는 “해외직구를 의식해 2012년 가을부터 가격을 다소 낮췄다”고 했다. 어쩐지. 지난해 언니, 동생들과 연합해 캐스키드슨 제품을 영국 공홈에서 주문했는데, 국내 가격 대비 10~15%밖에 저렴하지 않아 김이 샜더랬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직구 아이템으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가 네스프레소(Nespreso) 커피캡슐이었다. 국내에서 8250원인 커피캡슐 1줄이 유럽에서는 3.5유로(약 4600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피캡슐 가격 인하의 진실

그런데 지난해 4월 이후 이럴 필요가 없어졌다. 네스프레소코리아가 커피캡슐 가격을 30%가량 낮춰, 해외직구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종종 이용하던 독일 구매대행업체의 경우, 배송료를 포함하면 국내에서 사는 것과 값이 똑같다(게다가 국내 네스프레소 매장에 가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마실 수도 있다). 네스프레소코리아는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지난 8년 간 한국에서 성장함에 따라 네스프레소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주는 혜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지만, 나 같은 소비자들은 ‘해외직구에 무릎 꿇은 것’으로 이해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호갱’이기를 거부한 해외직구족이 불합리한 국내 가격체계에 반기를 듦으로써 유통구조를 합리화하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물가 안정에도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체 소매시장에서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국내 소매판매액 대비 해외직구 비율이 2010년 0.1% 수준에서 2014년 0.5%로 상승했고, 2015년에는 0.7%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이다(현대경제연구원, ‘해외직구 시장규모 전망과 시사점’, 2015년 11월 13일).  
그러나 최창복 연구위원은 이 같은 해외직구 현황이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에 해외직구라는 새로운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해외직구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효과’, 2015년 11월 4일). 그는 “해외직구가 아직 규모는 작더라도 국내 판매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최대 2%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해외직구 말려봤자…

‘물가상승률 2%포인트 하락 효과’는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가진 것일까. 한국은행은 매년 목표치를 두고 물가상승률을 관리하는데, 2013~2015년 목표치가 연간 3%포인트(±0.5%포인트)였다. 물가가 해마다 3%포인트 이상 인상되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관리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비록 ‘장기적’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물가를 2%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는 해외직구의 ‘파워’는 꽤나 유의미한 것이라 하겠다.
최 연구위원은 “특정 분야 소비가 감소했을 때 수요 부진, 경기 부진으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해당 소비를 해외직구를 통해 해결했는지 여부를 함께 살피면서 통화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통화정책을 마련할 때 해외직구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해외직구가 유의미한 구조로 커진 것이다. 2014년 현재 해외직구의 연간 규모는 15억4500만 달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해외직구 연간 규모가 최대 207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2015년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15억2342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고민인 시대란 점이다. 한국은행도 2016~2018년 물가관리 목표치를 과거 3%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낮추면서 “저물가 탈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불황을 타개하려면 소비가 늘어야 한다. 그런데 해외직구는 ‘해외소비’라 국내 경기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이제 해외직구는 비(非)애국 소비로 구박 받아야 하나.
최 연구위원은 “글로벌 전자상거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메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해외직구를 말려봤자 소용없다”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줄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 공식 수입업체가 있는데도 한국 고객들의 해외직구를 수용하는 영국 본사에 대해 러쉬코리아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영국으로 우리 제품을 주문하는 것도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며 “오히려 해외직구가 후속 구매를 유발하고, 고객 스스로 주변에 우리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진상 고객’ 때문에 ‘직구 시대’ 위기? ▼해외직구로 러쉬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 제품 가격 차가 줄었고, 둘째, 배송료가 올랐다.
일명 ‘슈렉팩’으로 유명한 각질제거 팩 ‘마스크 오브 매그너민티(Mask of Magnaminty)’ 315g짜리를 보자. 2013년 한국 가격은 5만7960원, 영국 가격은 1만3000원(7.29파운드)으로 가격 차이가 무려 4배를 넘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동일 제품의 한국 가격은 3만6700원, 영국 가격은 1만8000원(9.95파운드)이다. 여전히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그 폭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다. 러쉬코리아가 일부 제품을 영국 본사에서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생산하고, 국내 직구족 증가에 대응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원인은 배송료 인상에 있다. 영국 러쉬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1kg까지는 1만8000원(9.95파운드), 2kg까지는 3만1000원(17.95파운드)의 배송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오직 한국으로의 배송료만 5만2000원(30파운드)으로 대폭 인상했다. 이 때문에 스테디셀러 리햅(Rehab) 샴푸 4개를 영국에서 주문한다고 해도(£18.5×4+£30=19만6200원), 한국에서 사는 것(₩56,900×4=22만7600원)보다 3만 원쯤밖에 싸지 않다.
러쉬가 한국으로의 배송료를 인상한 까닭은 유독 한국에만 많은 ‘진상 고객’ 때문이다. ‘제품이 훼손됐다’거나 ‘주문 상품을 받지 못했다’는 고객 불만이 한국에서 자주 날아왔다(이 회사는 이러한 경우 똑같은 제품을 무료로 다시 보내준다). 이에 ‘배달사고’를 막고자 저렴한 영국 운송업체 로열메일(Royal Mail) 대신 글로벌 톱 운송사로 운송료는 비싸지만 배송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UPS만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e커머스 관계자는 “유럽 셀러들 사이엔 상품 재발송을 노리고, 물건을 받아놓고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한국의 블랙 컨슈머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이라면, 좀 부끄럽다.




신동아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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