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세계대공황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1-06-22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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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세계대공황 _ 김수행 지음, 돌베개, 286쪽, 1만2000원

    세계대공황 外
    이 책의 특징과 주장을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기’와 ‘공황’을 경기변동의 상이한 국면으로 구별한다. 경기가 꼭대기에서 후퇴하면서 위기가 시작되고, 위기가 정부 당국의 개입에 의해서도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 때 공황 국면에 빠지게 된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2007년 8월 시작됐고, 이듬해 9월 금융공황으로 전환됐다.

    둘째,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이번의 금융공황은 금융귀족들의 사기와 범죄 행위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저소득층(이른바 ‘비우량’ 모기지 차입자)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값이 0이 될 수밖에 없는 모기지 담보증권(MBS)이 ‘묻지마’ 투기의 가장 큰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1980년대 이래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가 낳은 경제의 금융화·주주자본주의·개발도상국의 궁핍화가 금융공황과 세계대공황의 토대다. 새로운 부를 창조하지 않고 남의 주머니를 터는 금융활동이 경제를 지배하게 되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주주들이 취업자 해고·정규직의 비정규직화·임금 수준의 인하를 추진하며, IMF나 세계은행 등 세계기구들이 개발도상국에 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요구한 것-이것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소득분배의 거대한 불평등을 야기하고 세계 인민의 구매능력을 생산능력의 놀라운 증대에 대응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넷째, 세계 각국의 정부는 공황대책으로 ‘범죄’ 집단인 거대 금융기업을 살리는 것에만 주목해 일반 대중의 곤궁-실업·주택압류·사회적 복지 서비스의 부족-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번 공황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거대 금융기업은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인 싼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빌려,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식·채권·석유·귀금속·밀 등에 투기함으로써 증권가격을 올리고 있다. 남의 주머니를 털어 이윤을 얻는 방법은 남의 주머니가 텅 빌 때에는 망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세계경제가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섯째, 세계 각국은 금융자본을 살리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배은망덕한 금융자본은 세금을 더 내기는커녕 감세를 요구할 뿐 아니라 국가채무가 많은 정부의 신용등급을 낮춰 국채에 매우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국가채무를 삭감하기 위해 공무원 축소와 임금 인하·연금 축소와 수령 연령 연장·사회서비스의 대폭 삭감 등으로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여섯째, 세계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금융귀족과 재벌이 금융기업과 산업기업을 마음대로 운영해서는 안 되고, 한 나라의 주권을 가진 모든 주민이 실질적으로 통제해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2010년 5월 이래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영국·동유럽·미국·아프리카와 중동·중국·한국 등 세계에서 폭발하고 있는 민중의 투쟁은 분명히 위와 같은 방향을 강요하고 있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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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 _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세계대공황 外
    세계 인구의 5%가 자원의 30%를 소비하고, 폐기물의 30%를 내놓는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환경학을 공부하고 그린피스 등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해온 저자는 필리핀, 과테말라, 방글라데시의 쓰레기장부터 도쿄, 방콕, 라스베이거스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우리가 날마다 쓰는 물건들의 일생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얻은 깨달음은 “간단해 보이는 물건에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많은 재료·기계·부산물이 있으며, 그 생산 과정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점. 또 “모든 쓰레기는 각각 광산에서의 추출, 삼림이나 농장에서의 수확, 공장에서의 생산, 공급망을 따라 이동하는 기나긴 여정 등을 아우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고 이런 자원을 땅속에 파묻어버리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라는 것이다. 김영사, 500쪽, 1만6000원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_ 최두찬 지음, 박동욱 옮김

    세계대공황 外
    1818년 4월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향하던 배가 풍랑을 만난다. 이 배에는 제주 대정현감인 장인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선비 최두찬 등 50명이 타고 있었다. 16일간 바다에서 표류하던 최두찬은 중국 강남에 닿은 뒤 조선 땅에 귀환하기까지 6개월간의 경험을 꼼꼼히 기록한다. 그것을 한서대 부설 동양고전연구소 박동욱 연구위원이 우리말로 풀이했다. 당시 중국 강남은 조선 선비들에게 동경과 미지의 땅이었다. 최두찬은 강남 저장(浙江)성 지역의 가옥과 의복·무덤·배와 수레 등 자신의 눈에 비친 갖가지 풍경을 적고, 농사 문화 등 풍속도 소개한다. 한자(漢字)를 이용해 중국 선비들과 교분한 내용을 전하며 제주도에 있을 때 쓴 시편을 덧붙이기도 한다. 19세기 초 조선인의 눈에 비친 중국과 세계의 모습이 흥미롭다. 휴머니스트, 542쪽, 1만8000원

    생중계, 중국을 論하다 _ 자오치정·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홍민경 옮김

    세계대공황 外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 대변인이자 외사위원회 주임인 자오치정(趙啓正), 톈진 난카이대 교수로 미국 대통령 특별고문을 역임한 존 나이스비트가 중국을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나눈 대담집. 두 저자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중국의 성공은 국제 사회에 어떤 위협이 되는가, 왜 서구 사회는 자신의 가치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가, 왜 서구 언론은 티베트와 중국의 진실을 왜곡하는가 등의 주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이들이 한자리에 앉은 것은, 지금의 중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이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존 나이스비트의 아내로 현재 윈난대 교수이자 출판전문가인 도리스 나이스비트는 이들의 대담을 ‘중국 이해 입문서’ 수준으로 정리하는 데 한몫을 했다. 자음과모음, 328쪽, 1만35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샹그릴라 하늘호수에 서다 _ 황의봉·이재석 지음, 미래의창, 296쪽, 1만3000원

    세계대공황 外
    10여 년 전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 마지막 휴가를 얻었다. 2월 하순이어서 사시사철 봄날씨처럼 온화하다는 윈난(雲南)성을 여행지로 택했다. 베이징에서 48시간의 기차여행 끝에 도착한 쿤밍(昆明)은 듣던 대로 꽃이 피어 있었고 기후는 온화했으며 사람들은 친절했다. 볼거리도 많았다. 돌의 숲 스린(石林)도 인상적이었고 소수민족의 특색 있는 옷차림도 나의 눈을 바쁘게 했다.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리(大理)도 쿤밍 못지않게 나를 사로잡았다. 바다처럼 넓고 깨끗한 얼하이 호수며, 멋지게 쌓아올린 다리삼탑, 흥미로운 대리석 제품 등을 보느라 하루 반의 일정이 아쉽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따뜻한 기후, 문명에 덜 찌든 사람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윈난성에서의 일주일 휴가를 마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오자. 그리고 그땐 배낭여행으로 오리라.”

    ‘샹그릴라 하늘호수에 서다’는 그렇게 10여 년 전에 꿈꿨던 배낭여행을 하고 난 기록이다. 쿤밍과 다리를 거쳐 찾아간 리장(麗江)과 샹그릴라(香格里拉) 그리고 쓰촨성으로 넘어가 티베트 경전에 나오는 전설의 땅 샹바라(香巴拉)에 이르는 동티베트지역이 주여행지였다. 여인국으로 알려진 고산 속 루구호 소수민족 거주지와 세계 3대 트레킹코스로 알려진 후타오샤(虎跳峽)도 여정에 포함됐다.

    여행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주제는 ‘샹그릴라’로 요약된다. 샹그릴라는 1933년 영국작가 제임스 힐턴이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지명으로, 이상향 혹은 지상낙원의 의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설의 장소로만 알려졌던 샹그릴라는 2001년 중국 정부가 윈난성 중뎬(中甸)현을 샹그릴라현으로 개명하면서 현실 속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샹그릴라현은 이상향이 아니고 낙원도 아니다. 관광객 유치를 노린 중국의 야심 찬 기획 상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샹그릴라 이름만 보고 많은 사람이 찾는 걸 보면 알면서도 속는 게 인간들인 모양이다. 나 역시 큰 기대감을 갖고 샹그릴라를 찾았으니 말이다.

    실제로 경험한 샹그릴라, 그리고 샹그릴라의 원형이라 할 샹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바로 이런 자연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3000~4000m급 고산과 그 사이 사이로 펼쳐진 넓은 초원과 호수, 풀을 뜯고 있는 야크 떼가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티베트 사람들은 순박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여행길에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생활상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데도 주안점을 두었다. 책을 읽노라면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중국 최남단지역의 장대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치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한다. 샹그릴라는 티베트 방언으로 ‘내 마음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황의봉│언론인, 세종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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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의 시대 _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세계대공황 外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는 국제관계의 근간을 뒤흔들어놓았다. … 이제 세계는 기후변화, 핵확산과 같이 진정으로 모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문제들에 직면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외교문제 수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지난 30년을 전환의 시대(1978~1990), 낙관의 시대(1990~2008), 불안의 시대(2008~현재)로 분류한다. ‘낙관의 시대’에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기술이 동시에 발전했고 국가 간 협력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저자는 이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불안과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가 내놓는 해결책,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최선의 희망”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세계 위기를 바라보는 서구 유력 언론의 시각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 있다. 아카이브, 430쪽, 2만원

    희토류 자원전쟁 _ 김동환 지음

    세계대공황 外
    지난해 9월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뒤 선장이 구속되자 중국은 대일 희토류(稀土類) 수출 중단 조치로 맞섰다. 결국 일본이 사흘 만에 백기를 들면서 용어조차 생소하던 ‘희토류’는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구상에 아주 적은 양만 존재하는 17개 희귀 원소의 통칭인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패널 등 첨단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세계 매장량의 30.9%가 중국에 있고, 생산량의 97%가 중국에서 나온다. 지난해 중일 갈등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사건. 전 남호주대 교수로 희토류 전문가인 저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90년대 초반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중국의 야심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원대하다고 지적한다. 미래의 창, 206쪽, 1만2000원

    성장숭배 _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홍식 옮김

    세계대공황 外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은 바라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던 현자들의 말이 옳은 것은 아닌가?” 실천적인 경제학자이자 대학 교수로 2009년 호주 총선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적 있는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소유를 늘려서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이 실제로 그들을 만족시켜주는가? ‘더 많이 가지게’ 되면 ‘더 많이 바라게’ 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왜 경제성장의 노예가 되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그는 “경제성장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임을 논증하며 성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치철학, 탈성장을 지향하는 행복주의(eudemonism)를 제창한다. 바오출판사, 344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최남선 평전 _ 류시현 지음, 한겨레출판, 292쪽, 1만5000원

    세계대공황 外
    넓은 역사학의 바다를 항해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역사 연구의 분야로 정치사·경제사·사회사·운동사·사상사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 사람을 중심으로 당대의 역사를 풀어가는 사상사·지성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상사는 지식인을 통해 당대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지식인은 자신의 글과 행동으로 세상과 부딪친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살던 시대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 어떠하며,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무엇이며, 지식인을 통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일제강점기, 광복과 분단이라는 격변기를 겪었던 한국 근현대사 사상사를 공부하면서 최남선(1890~1957)이란 인물과 만났다. 그는 역사와 문학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고, 방대한 저작물을 남긴 인물이다. 아울러 ‘기미독립선언서’의 집필자이면서 동시에 ‘친일’ 활동이란 낙차 큰 행적을 남겼기에 평가하기 쉽지 않았다. 문학과 역사학의 영역에서 축적된 성과를 넘어설 수 있었던 돌파구는 문화사적 방법론이었다. 이를 통해 번역가·여행가·출판인·조선 문화 연구자인 최남선이 새롭게 보였고, 그에 관한 세상의 평가와 기억에 주목했다. 이것이 학위논문으로 연결됐고, 2009년 ‘최남선 연구’로 출판됐다.

    이후 ‘최남선 평전’을 부탁받고 쉽게 응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연구서에 썼던 학술적인 문장을 고치고 그의 저술 및 활동과 관련된 자료와 행적을 엮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평전’은 최남선의 속내를 읽고 이를 시대 상황 속에서 평가하는 또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만 2년 동안 최남선에 관한 평전 쓰기 작업에 매달렸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한문을 많이 섞어 쓰며, 만연체를 구사했던 그의 글을 평전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자신의 행적 곧 구체적으로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고, 만주 건국대학 교수가 된 이유에 관해 침묵했던 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여부가 지속적인 화두였다.

    민족 문화의 선구자와 친일파란 양분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남선은 한국 근현대 사상사·지성사의 지도 그리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그는 시간적으로 한말과 일제강점기, 광복 후의 대한민국에서 활동했던 지식인이며, 특히 일제강점기 동안 공간적으로 일본과 식민지 조선 그리고 중국 동북지역을 오가면서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조선 문화의 정체성을 찾았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그는 세계적인 보편성과 조선적인 특수성 사이에서 동요·긴장하거나 혹은 타협했던 ‘경계적’ 인간이었다. 따라서 최남선이란 프리즘이 우리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걸어온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어보고 향후 우리의 민족주의와 ‘당대’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 혹은 ‘가까운 미래’로 읽혔으면 싶다.

    류시현│전남대 호남학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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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_ 홍인희 지음

    세계대공황 外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을 비롯해 곳곳을 유람한 뒤 ‘관동별곡’을 지었다. ‘정철도 몰랐던 21세기 관동별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탄생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공무원. 그는 젊은 시절 초임지 강원도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지역을 답사하고 어르신들을 인터뷰했다. 옛날 자료를 뒤지며 혼자 강원도 연구도 했다. 햇수로 24년째 ‘강원도의 인문학적 정체성을 찾아온’ 그는 이 책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으로 지역의 지리와 역사, 인물, 음식 얘기를 풀어낸다.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대관령 대목에서 신사임당의 시를 인용하고, 조선시대 이 길을 확장했다가 되레 죄인으로 몰렸던 명신(名臣) 고형산의 기구한 팔자를 얹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교보문고, 264쪽, 1만5000원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_ 손철주 지음

    세계대공황 外
    “화면에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린다. 산 아래 바위는 둥둥 떠내려가고 다리 아래 빗물은 콸콸 흘러간다. 나뭇잎 사이 빗방울이 후드득 소리치며 떨어지고 강물 위로 모락모락 안개가 피어올라 산자락을 덮는다. 산과 나무와 사람이 다 젖었다. 그림마저 물비린내 난다.” 조선 후기 대사간을 지낸 윤제홍의 그림 ‘돌아가는 어부’에 저자가 붙인 풀이다. 학고재 주간으로, 일찍부터 빼어난 글솜씨의 미술칼럼니스트로 유명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옛 그림 68점을 소개하고 짤막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마음씨가 곱고 정이 깊은 그림들이라서 그렇다. 말쑥한 그림은 부럽고 어수룩한 그림은 순해서, 볼수록 그리움이 사무친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 한 점, 글 한 편 가벼이 넘길 게 없다. 입말로 소리 내 읽기 좋은 글의 장단이 책장 넘기는 흥을 더한다. 현암사, 304쪽, 1만5000원

    주식투자 궁금증 300문 300답 _ 곽해선 지음

    세계대공황 外
    2000년 첫 출간된 뒤 ‘주식 투자의 교과서’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은 책의 최신 개정판.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요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주식이란 무엇인가’ ‘액면가와 시가는 어떻게 다른가’와 같은 주식 관련 상식부터 ‘거래계좌 열기’ ‘매매주문 내기’ 등의 실용 정보, ‘시세정보 보는 법’ ‘주가지수 그래프 보는 법’ ‘투자 매매 종목과 매매 타이밍 선택법’ 등의 조언까지 주식 투자의 A to Z를 망라했다. ‘정치와 선거는 어떻게 주가를 움직이나’ ‘내부자 거래는 뭐가 문제인가’ 등 개미투자자가 궁금해할 만한 문제에 대한 답도 실었다. 실제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텍스트로 삼아 책에서 소개한 투자 전략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한 것도 유용하다. 저자는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한 경제전문가다. 동아일보사, 400쪽, 1만58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철학 연습 _ 서동욱 지음, 반비, 325쪽, 1만5000원

    세계대공황 外
    이야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연구실에서 네이버캐스트 콘텐츠기획팀 담당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창밖에선 늦가을 짧은 빛이 벌써 사라지고 있었고 어느새 스며들어온 한기 속에서 책장들은 점점 무거워지는 그림자를 떨어뜨렸다. 이런 저녁엔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건 얼마간 후회스러운 마음속에 자신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네이버에서는 철학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함께 이야기해보는 ‘철학의 숲’이란 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네티즌들에게 원고지 20~30매가량의 글을 통해 철학을 전달하는 일이 가능한가? 그러기에 철학은 너무도 전문적인 학문 아닌지? 그런 반성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내가 20년 이상 공부해온 철학은 마땅히 대중 속에서 숨 쉬고 불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철학의 숲’에 글을 쓰기로 했다. ‘철학연습―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는 이렇게 쓰기 시작한 원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철학의 ‘연습’이다. 댄스 교본 읽는다고 춤을 출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루 위에서 몸을 움직여봐야 한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철학은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에 밀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고립되는지 판가름 날 때까지 고통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철학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사유가 밀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유의 연습이어야 한다.

    이 책의 1부는 이런 연습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온 현대 철학의 대표적인 두 조류, 현상학과 구조주의적 사상을 형성한 철학자들과 그 선구자들을 다룬다. 현상학적 영감 속에 들어 있는 철학자들이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레비나스이며, 구조주의와 그 이후 사상의 움직임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레비스트로스, 라캉, 푸코, 들뢰즈, 데리다이고, 이들의 사상에 시대를 앞서가는 바람개비처럼 영감을 불어넣은 선구자들이 스피노자, 키에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다. 이들의 사상을 마치 번개가 나무를 잘라내듯 짧고 분명한 말을 통해 펼쳐 보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독자의 눈과 귀로 들어선 저 사상이 우리 삶 속에서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을 이어받은 2부는 1부에서 전개된 철학 개념들을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연습하도록 만든다. 돈이란 무엇인가? 터치스크린 시대의 글쓰기와 읽기란? 등의 문제를 던지고 철학적 개념이 탐조등처럼 터지며 새로운 대지를 열어주길 기다린다.

    많은 사람이 철학이 중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정작 철학책을 읽지 않는다. 철학이 피와 살을 가진 인간들의 삶에서 불을 지피는 장작이 되기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 잠든 나무토막 안에는 아직 저술가와 독자들이 꺼내주길 기다리는 놀라운 불꽃이 있다. ‘철학 연습’은 그 장작 위에 던져본, 붉게 펄럭이는 머리를 가진 한 개비 작은 성냥이다.

    서동욱│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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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함께 하는 주말나들이 _ 김홍수 지음

    세계대공황 外
    한국 HP컨설팅사업본부 수석컨설턴트인 저자는 누구 못지않게 바쁜 아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여행과 체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해 10여 년 간 거의 매 주말 자녀와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 ‘홍반장’으로 명성을 얻은 그가 펴낸 이 책에는 ‘동물과 식물의 생태를 볼 수 있는 곳’ ‘놀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곳’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 ‘조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곳’ ‘놀면서 과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곳’ 등 저자가 직접 다녀온 144군데의 여행지가 소개돼 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서울 도심의 나들이 장소부터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울릉도 내수전 옛길까지 마음먹고 떠날 만한 여행지까지 두루 담았다. 초보 아빠를 위해 여행 일정 짜기, 숙소 잡기, 맛집 찾기 등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생각을담는집, 316쪽, 1만5000원

    이완용 평전 _ 김윤희 지음

    세계대공황 外
    매국노의 대명사 이완용. 그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정작 많지 않다. 그는 왜 친일을 선택했고, 무엇을 꿈꿨는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원대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완용의 삶을 통해 이런 질문의 답을 찾아나간다. 그는 어린 시절 고전을 익혔고 과거 급제 후 영어를 배워 주미대사관 참찬관(參贊官)으로 일했다. 동서양 지식에 두루 열려 있던 덕분에 각종 교육 개혁을 이끌었고 독립협회 회장도 지냈다. 저자에 따르면 그가 친일의 길을 걸은 것은 근대적 합리성이 극단의 시대와 만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완용을 “‘충군’과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위해 용기를 내거나 제국주의의 폭력에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다수가 문명화의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 절대로 분노하지 않는 이성적 인간이었다”고 평한다. 한겨레출판사, 316쪽, 1만6000원

    체르노빌의 목소리 _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세계대공황 外
    우크라이나 출신의 언론인인 저자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인근 벨라루스 사람들에게 닥친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10년간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계속 죽고, 갑자기 죽는다. 길 가다가 쓰러지고, 잠들고는 깨어나지 않는다. 간호사에게 꽃을 가져가다 심장이 멎는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그렇게 죽어가는데 우리가 무엇을 견뎌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아무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무서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싫어한다.” 책 속의 고백은 처절하다.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작은 나라 벨라루스 국토의 23%가 체르노빌 사태로 방사능에 오염됐다. 이 지역에 살던 210만명 가운데 약 70만명이 어린이였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새잎, 408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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