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욕망, 짙은 그림자
저자는 모든 내면의 그림자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자아의 비대함’을 든다. ‘나’라는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사람들에게 ‘나’를 인정받고 싶은 것, ‘나’ 이외의 존재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모두 자아의 비대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다. ‘나’를 너무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타인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실제 삶’에서 걸림돌이 되곤 한다.
자기를 더욱 대단하게 포장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자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그로 인해 각종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바로 ‘나’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숭배하는 ‘자기관리’ 문화 때문이 아닐까. 자아에 대한 심각한 집착에서 해방될 때에만 우리는 그림자와 대면할 수 있고, 그림자와 대화할 수 있고, 마침내 그림자와 ‘춤을 추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자아를 놓아버려야 할까? 억압되어 있지만 분명히 풍부히 존재하는, 남에 대한 사랑을 해방시키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아를 놓아버린다. 우리가 위기와 협력할 때 위기는 자아를 수축시켜 사랑에 대한 잠재력을 해방시킨다. (…) 자아를 걸치면 변화에 대항하지만 자아를 벗어버리면 변화를 향해 함께 협력한다.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중에서
‘자아’를 놓는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놓아버리는 순간, ‘다른 존재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의 교감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한다. 내 아픔, 내 상처, 내 슬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픔, 당신의 상처, 그들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남들은 왜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나를 둘러싼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자잘한 고통보다도 훨씬 큰 그림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내 마음에 지금 당장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보다 ‘더 커다란 그림’이 있다는 믿음이 바로 ‘전일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림자와 춤추는 날
전일성(wholeness)은 우리 안에, 우리의 긍정적 그림자 안에 모든 미덕이 잠재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예를 들면 용기는 항상 우리 정신 안에 있다. 다른 미덕과 마찬가지로 용기는 어떤 식으로든 활성화될 수 있다. 요컨대 용기는 노력으로 생길 수도 있다. 용기 있는 사람처럼 계속 행동하면 언젠가는 용기가 몸에 배게 된다. 미덕은 습관이다.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중에서
내 안에 눈에 보이는 내 모습보다 훨씬 커다란 나,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지닌 진정한 ‘나’가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바로 ‘위험상황’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은 자기보다 더 큰 자기, 그동안 일상적으로 자신을 지켜주던 관성적인 자아가 아닌 ‘더 큰 자아’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 ‘더 큰 나’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위험을 깨부수고 진정한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더 큰 나와 만나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내 그림자를 인정하고 이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나만의 가장 깊은 욕구, 가치, 소망에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내 운명의 여행을 돕는 힘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자기를 향한 기나긴 여정’에 오를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조차 눈부신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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