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시청자의 힘이었다.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 치달을 무렵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과 ‘애원성’ 글이 빗발쳤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김태희를 살려달라는 것. 죽어가던 김태희는 그렇게 해서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김태희를 살린 시청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남녀노소가 이 드라마를 즐겨 봤지만 ‘김태희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인 이들은 바로 남성 팬이었다.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가 ‘미사 폐인’들을 열광시킬 때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러인하’를 결성해 김태희 살리기에 매달렸다. ‘미사’에서 소지섭은 예정대로 죽음을 맞았지만 김태희는 살아났다. 과연 드라마의 결말까지 뒤집어버린 대단한 힘이었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애초부터 성공이 예견된 드라마였다. 김태희와 함께 출연한 김래원, 이정진, 김민 등 캐스팅도 화려했고, 초반 미국에서의 촬영 장면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태희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연말 시상식에서 작은 상 하나쯤은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희이기에 이 드라마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남성 팬은 왜 김태희에게 열광하는가.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외모를 살펴보자. 오목조목 자리잡은 이목구비는 똑 떨어져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그 때문에 깍쟁이 같은 느낌마저 준다. 김태희는 “원래 털털한 성격인데 목소리 톤이 높아서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서운함을 내비치지만, 여성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경계심’을 가질 정도다.
김태희의 외모가 완벽에 가깝다고 한다면 지나친 찬사일까. 하지만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성형미인’을 터부시하는 편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연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가 솔직히 털어놓은 바로는 치아교정과 입가에 있는 점을 뺀 것 외에는 얼굴에 칼을 댄 적이 없다. 입 부분이 약간 돌출된 점은 김태희의 얼굴에서 ‘옥의 티’였다. 본인도 교정을 받기 전에는 콤플렉스로 여겼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김태희는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함께 연기한, 늘씬한 두 여배우(173cm인 최지우와 170cm인 김민)와 나란히 서도 그들에 비해 반 뼘쯤 작은(165cm) 김태희의 외모가 더 빛나던 것은, 기자가 직접 목격한 바다.
‘서울대 날개’로 비상하다

그러나 미모에 겸비한 지성은 배우 김태희에게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였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김태희를 평가하는 데 편견을 제공했다.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캐스팅됐을 때 ‘서울대 출신 하버드 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김태희는 이에 대해 언제나 불만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영어발음이 어색하다는 지적에 “학교 다닐 때도 영어는 자신이 없었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했다”는 ‘해명’까지 해야 했다.
김태희는 스스로 이러한 편견을 깨려고 노력해왔다. ‘천국의 계단’의 악녀 역과 ‘구미호외전’의 구미호 역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태희는 언젠가 “차갑고 딱딱해 보인다고 해서 일부러 다양한 역에 도전했다”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역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