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퓰리즘일 뿐 아니라, 망국적 포퓰리즘이다.”
▼ 선후(先後)를 따져보자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위해 영어전용교실 예산을 깎았다.)
“그런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순위엔 정당한 이견을 가질 수 있지만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무상급식은 지방선거에서 거둔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말했다. 선거를 통해 공식 의제로 떠올랐고, 거기에 표심이 따라줬다는 거다.
학교에서의 체벌금지도 찬반 논란을 일으킨 정책이다. 대안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고 두들겨 맞았다. 교총은 “학생이 교사 지도를 무시하고 반항한다. 교실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쪽에서도 “곽노현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대비할 기간도 주지 않고 체벌금지를 도입해 교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비타협은 민주주의의 적”
곽 교육감이 체벌금지와 관련해 정리해온 글부터 요약해 읽어보자. 그는 “내가 직접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벌금지로 인한 불안감으로 날마다 마음을 졸였다. 문화를 명령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집단 매, 체벌의 장막을 걷어내니 취약한 우리 교육의 속살이 보이고 있다. 우리가 금지한 것은 체벌과 허약한 시스템이다. 체벌 존치론자들은 기본적으로 체벌 없이 교육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총체적인 과오를 드러내는 것이다. 교사의 자의적인 폭력과 체벌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일방적이면 자의적이 되기 쉽고, 자의적이면 권위는 간데없고 조롱이 돌아온다. 교육에는 체벌이 아닌 처벌이 필요할 뿐이나, 처벌 역시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힘이 스며들면 안 된다. 학교에서의 체벌금지는 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다.”
법의 본질을 추구하는 법철학도(法哲學徒)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글이다. 그는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그가 꿈꾸는 세상을 잠시 엿보고 넘어가자.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법치주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법치라는 단어를 좋아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명쾌하게 답했다.
“강자를 통제하는 게 법치다. 약자를 참여시키는 게 민주주의다. 약자에 힘을 주고, 강자를 통제할 때 강약이 어울려 사는 것이다. 법치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안 된다. 민주주의 없는 법치주의도 안 된다.”
▼ 그런 소신이 교육정책에 녹아 있는 건가.
“그렇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인권은 약자의 권리를 일깨워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법치주의의 사각을 없애는 것이다. 법치주의, 민주주의, 인권은 삼위일체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약자의 참여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을 어렴풋하지만 알 것 같다. 교육정책도 이 소신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원칙과 소신 탓에 현실과 불화를 겪는 일도 잦을 것 같다.
그는 ‘좌파 교육감’ ‘진보 교육감’으로 불린다. 진보진영이 그를 교육감으로 만들었다.
▼ 진보 교육감, 좌파 교육감이라는 표현 좋아하나.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사는 게 올바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