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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명사의 버킷 리스트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소설가 · 아프리카 기행문 · 실버방송 MC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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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애정 어린 잔소리도 세월이 가면서 달라지고 있다. 젊어서는 ‘함께 놀러가자!’ ‘오늘은 가족과 함께’라는 말을 많이 했고 나이가 좀 들어서는 ‘일할 땐 일하고 쉴 때는 쉬자!’라는 말을 많이 하더니 요즘은 ‘건강이 최우선이니 일 좀 줄여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은퇴는 없다’ ‘나는 살아 있는 한 영원한 현역!’이라는 말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평균 수명이 늘고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면서 인생 후반전의 활동이 더욱 중요해졌다. 내 생애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년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생활목표이고 즐거운 생애설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이미 정해 놓았다. 이 일들을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힘이 솟는다.

첫째, 소설가로 데뷔하자

청소년 시절 나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거였다. 정치도, 경제도 암울했던 시절에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는데 소설 속에는 그야말로 큰 우주가 들어 있었다. 사랑, 희망, 자유, 풍요, 진리, 권선징악, 운명, 용서, 자비….

전쟁 이후 황폐한 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 소설이 보여주는 이상향은 너무나 달콤했고 마침내 나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한 것도 심리학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설가가 되려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학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대학에 다닐 때 내 책가방 속에는 늘 심리학책과 소설책이 반반씩 들어 있었다.



이청준 선생의 소설집 ‘별을 보여 드립니다’나 카프카, 카뮈, 그레이엄 그린의 책들이 젊은 시절 내 가슴을 충전해주었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제껏 놓아본 적이 없다. 특별히 기쁜 일이 생기거나 정말 힘든 일이 닥치면 ‘이건 모두 앞으로 내 작품의 소재가 되겠지!’라 생각했고 세상의 유혹에 맞닥칠 때도 ‘내가 지금 흔들리면 좋은 작가는 될 수 없다. 작가 정신의 근본은 깨끗한 영혼이다!’라고 마음을 다지며 살아왔다.

수년 전 서울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내신 이강숙 선생님이 나이 일흔에 소설가로 데뷔하셨다. ‘빈병교향곡’이란 자전적 소설인데 이 책을 이 선생님에게서 직접 선물로 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70세에 소설가로 데뷔하시는 분이 있으니 여전히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흥분했다. 그러나 그날 단숨에 그 책을 읽으면서 흥분은 가라앉고 깊은 좌절감을 함께 느꼈다.

‘나도 과연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빈병교향곡’은 첫 번째 소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평생 소설을 써온 원숙한 작가의 명작 같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기에 나는 크게 당황했던 것이다.

누구나 청소년기에는 꿈을 갖는다. 이 꿈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죽기 전에 이 꿈을 실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불려왔지만 내 마지막 직업은 ‘소설가’이기를 꿈꾸고 있다.

나는 소설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요즘 ‘객주’의 작가 김주영 선생님을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나고 있다. 이분에게는 내가 첫 번째 소설을 내면 평론을 써달라는 부탁까지 해놓았다. 몇 번씩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소설가가 되려는 나의 강한 의지와 꿈을 알고 계신다.

70세가 되기 전에 첫 번째 소설책을 내는 일, 이게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의 최우선 과제다. 틈만 나면 메모와 상상으로 습작을 하는 일도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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