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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상층부 지시에 의원은 분자…독립된 역할 못했다”

4선 도전 접고 떠나는 정장선 의원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상층부 지시에 의원은 분자…독립된 역할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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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할머니 삶이 선수(選數) 쌓는 것보다 가치”

▼ 불출마 이유치고는….

“비리나 여자문제가 있다는 루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출마 이유를 상세히 밝혔죠.”

▼ 아닌가요?

“전혀요. 재작년 겨울인가요, 영하 15도는 됐을 거예요. 평택의 전통시장에 갔는데 손님도 거의 없는 시장에 70세 넘은 할머니들이 하루 종일 앉아 채소를 파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어요. 하루 종일 팔아도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 값보다 벌이가 시원찮을 분들인데…. 요즘은 이런 분이 더 느는 거 같아요. 빈부격차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까, 이 할머니들의 인생을 책으로 내는 게 선수(選數) 쌓는 것보다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러나서 돌아보고, 성찰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거죠. 꼭 정치만이 국민을 위하는 건 아니잖아요.”



▼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책임을 지셨는데요, 신뢰를 받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진단합니까?

“총체적인 정치 문제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자기 일을 밀어붙이고, 야당은 막을 수밖에 없다보니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해보자’는 목소리는 묻혀버려요.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고 독자적인 판단과 의견을 중시한다지만, 이런 거대한 한국 정치의 큰 흐름에서 국회의원은 분자 역할밖에 못해요. 존재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른 의원들은 열심히 하지만 이런 큰 흐름 앞에서 의원 개개인은 기능을 못해요. 안타깝죠.”

분자(分子)는 ‘불온분자’처럼 흔히 부정적인 관점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인간 개체를 일컫는다. 화학 용어로는 물질에서 화학적 형태와 성질을 잃지 않고 분리될 수 있는 최소의 입자다. 원자의 결합체 중 독립 입자로 작용하는 단위체이기도 하다.

▼ ‘분자론’이라. 당론이 문제인가요?

“상층부는 (상대 당과) 대화 못하게 하고, 조직 논리는 강해지고…. 청와대 지시나 당론으로 정해지면 거기에 얽매여 의원은 개개의 독립된 역할보다 분자 역할만 하는 거죠. 주체적인 역할을 못해요. 그렇다고 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원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자리도 많이 찾고, 뛰어다니기도 해요. 의원들 수준은 높아지지만 큰 흐름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사학법이나 4대강 법안이 올라오면 여야 대치로 사학법은 물론이고 교육 관련법이 심의조차 되지 않아요.”

▼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지연) 제도 도입을 강조한 이유를 알겠군요.

“그럼요. 국회 선진화를 이루려면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해야죠. 재적의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면 됩니다. 한나라당 남경필, 정태근 의원과 계속 의견을 나눴어요. 2월 국회에서 처리됐으면 해요. 그러지 않으면 또 국회 폭력이나 졸속심의가 빈번할 겁니다. 19대 국회는 지금보다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요.”

폭력 국회 막으려 필리버스터 도입

▼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괴감, 그래서 나온 답이 ‘도피’인가요?

“도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3선을 한 나부터 해야죠.”

▼ 불출마 선언에 대해 사전에 상의를 했나요?

“전혀. 의논을 하거나 불출마 이후를 생각했다면 결정(불출마 선언)이 어려웠을 겁니다. ‘(국회의원) 할 거냐 말 거냐’ 이것만 생각했어요.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생각도 안 했어요.”

▼ 앞으로 뭘 하실 겁니까?

“글쎄요.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바쁘기만 하고…생각을 안 해봤는데 여러 경험도 해보고 싶고요, 일단은 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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