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호

사상 최대의 흥행 2002 월드컵 마케팅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입력2004-11-02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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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프랑스월드컵 당시 모든 기자들은 일본상표인 JVC 텔레비전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면서 기사를 전송했고, 관중들은 미국의 코카콜라와 프랑스의 에비앙 생수를 마시면서 경기를 감상했다. 또한 게임이 끝난 뒤에는 캐논 카메라와 후지필름을 사용해 사진을 찍고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운동장을 빠져나갔다….’(JVC 코카콜라 에비앙 캐논 후지필름 맥도널드 등은 98프랑스월드컵의 공식파트너)

    스포츠는 산업이다. 1999년 3월28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A매치 축구경기를 살펴보자. 한국은 이날 쌀쌀한 날씨와 홈 어드밴티지에 힘입어 경기종료 직전 김도훈의 극적인 결승골로 브라질을 1 대 0으로 꺾었다. 그렇다면 이 경기가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우선 대한축구협회는 입장수입과 스폰서 비용, 중계권료를 챙겼다.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은 현장에 설치된 광고간판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동안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았다. 선수들도 승리수당을 챙겼으며, 관중들과 축구팬들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선물로 받았다.

    스포츠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세계적인 기업들이 월드컵에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월드컵은 연인원 600억 명이 시청하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자, 지구촌을 한달 동안 집중시키는 최고의 비즈니스 현장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아니고 다른 어떤 무대에서 한 달 동안 연인원 600억 명의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광고할 수 있겠는가. 한 예로 94미국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 참여한 마스터카드는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서만 12분8초 동안의 간판 노출로 5억달러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밑지고 뒤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마케팅에서 브랜드의 인지도(전세계 기준)를 1% 올리는 데 드는 광고비용은 2000만달러(약 26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역대 월드컵에서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은 최대 10%의 인지도 상승효과를 보았고, 그 결과는 다국적 기업의 시장점유율까지 뒤집어 놓았다. 그런 속사정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최고 1억달러(13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출혈을 무릅쓰고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이다.

    월드컵에 마케팅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로, 이때 처음으로 경기장 광고간판 판매가 이루어졌다. 82스페인월드컵 직후 FIFA(국제축구연맹)의 공식 에이전트로 등장한 ISL은 스폰서를 패키지로 묶어 월드컵 대회의 명칭·로고·마스코트 사용권과 광고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IS-4’를 개발, 86멕시코월드컵부터 도입했다. 그러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월드컵 이전에는 멕시코 시장에서 코닥필름에 밀려 맥을 못추었던 후지필름이 약진하고, 일본의 가전회사 JVC의 유럽지역 지명도가 두 달만에 급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을 상업화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ISL은 2001년 5월 영욕의 세월을 마감했다. ISL은 스폰서 수입과 중계권료 등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실제 경영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ISL의 파산으로 FIFA가 입은 손실은 약 728억원에 달했다.

    FIFA의 월드컵 스폰서에는 광고범위 등을 결정하는 카테고리가 있다. 98프랑스월드컵 때는 카테고리가 모두 4개였지만, 이번에는 2개로 줄었다. 공식후원업체(Official Sponsor)와 지역공급업체(Local Supplier)만 남은 것이다. FIFA가 스폰서 카테고리를 축소한 이유는 98프랑스월드컵 당시 동종업체가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포함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공식후원업체 캐논과 지역공급업체 휴렛의 충돌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마디로 FIFA는 월드컵 스폰서의 독점권을 강화하기 위해 카테고리를 축소한 셈이다.

    2002한일월드컵의 공식후원업체는 모두 15개사다. 한국의 KT(KTF)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후지필름 질레트 마스터카드 맥도널드 필립스 도시바 야후 JVC 후지제록스 AVAYA 등이다. FIFA는 각 업체의 배타적 독점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기업별로 마케팅 분야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JVC는 AV, 도시바는 컴퓨터와 IT, 필립스는 소형가전으로 못박았다.

    또한 FIFA는 기존 후원업체의 우선협상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업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신규업체의 공식 스폰서 가입은 불가능하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98프랑스월드컵 스폰서이자 GM의 자회사인 오펠이 재계약을 체결했다면, 현대자동차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오펠의 경우 한국과 일본지역의 영업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공식후원업체에서 특기할 점은 한국의 KT(KTF)와 일본의 NTT가 통신부문 공동스폰서로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KT(KTF)는 월드컵 기간중 일본에서, NTT는 한국에서 어떠한 광고도 할 수 없다. 물론 나머지 나라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이 허용된다. 이것은 사상 최초의 공동월드컵이라는 특성을 감안한 FIFA의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공식후원업체들은 FIFA로부터 명칭·로고·마스코트 사용권, 독점광고권, 입장권 우선구입(경기당 500장 내외) 등의 특혜를 얻는 대신 FIFA에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돈의 액수를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업종별로 4000만달러에서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례적으로 계약내용(현금과 현품 포함 6000만달러)을 공개했다. FIFA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월드컵 준비에 쓰는데, 이번 대회의 경우 양국 조직위원회에 각각 1억달러씩 배정했다.

    현대차는 한국기업 가운데 축구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며,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업체로도 등록돼 있다. 현대차는 1999년 코리아컵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이후 2000년 북중미골드컵과 유로2000에도 공식후원업체로 참여했다. 특히 유로2000 때는 세계 26개국에 153시간 동안 브랜드가 노출돼 2억4000만 달러 상당의 광고효과를 보았다. 이 기간 동안 유럽지역에서 현대차의 이미지가 10% 상승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광고효과는 7억달러를 상회한다.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을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 진입의 계기로 보고 글로벌 마케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홍보대사 활동, 세계미니축구선수권대회 개최, 굿윌 볼 로드쇼 등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는 1970년대 네덜란드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로 뛰면서 토털사커 바람을 일으켰던 요한 크루이프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펠레와 마라도나가 남미축구의 영웅이라면 크루이프와 베켄바워는 유럽축구의 상징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크루이프를 선택한 데는 유럽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현대차는 18세 이상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세계미니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에는 대륙별 예선을 거친 12개국이 참가한다. 한국에서는 ‘해송’팀이 우승을 차지해 세계대회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다. 굿윌 볼 로드쇼는 직경 4.5m 크기의 축구공 32개를 가지고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을 순회하는 프로그램이다. 월드컵 로고가 새겨진 대형 공에는 32개국 축구팬들의 메시지가 담겨져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경기장 주변에 전시된다. 또한 현대차는 공식후원업체 자격으로 FIFA와 월드컵조직위 그리고 각국 선수단에 차량을 제공한다.

    현대차 이외에 2002한일월드컵과 대한축구협회 공식 스폰서를 겸하는 업체로는 KT(KTF)와 코카콜라가 있다. KT는 월드컵 기간 동안 유선통신 분야를 후원하는데, 이번 대회를 ‘정보통신 월드컵’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KT의 마케팅은 대부분 입장권을 나눠주는 이벤트다. 날마다 두 명씩 추첨을 통해 월드컵 입장권을 제공하는 메가패스 메가마니아 대잔치, 신규고객 중 한국팀의 예선성적을 맞춘 사람에게 입장권을 주는 16강 대잔치, 국제전화 발신고객 가운데 추첨을 거쳐 입장권을 선물하는 001월드컵 대축제 등이 그것이다. KT는 이밖에 법인고객과 해외 VIP를 초청해 주요경기를 관람시킬 예정이다.

    반면 KTF는 ‘후원과 응원’이라는 컨셉트를 내걸고 2005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이동통신 업체로 성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월드컵전담반까지 구성했다. KTF는 ‘Korea Team Fighting’이라는 이미지 광고를 활용해 국민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이것은 ‘Korea Team Fighting’이 ‘KT 파이팅’ 또는 ‘KTF’로도 읽힐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실제로 KTF가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한 2001년 12월9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개장경기에서는 응원과 광고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관이 연출된 바 있다.

    KTF는 대회기간중 이동전화 외국인 가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번호로 착발신을 하고 본국의 요금체계에 따라 이용료를 납부하는 국제로밍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KTF는 월드컵때 활용할 별도의 응원가를 제작했으며, 16강진출 기원 국토대장정, 대표선수에게 응원 메시지 띄우기 등도 계획하고 있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독자적으로 펼치는 마케팅도 있다. 조직위는 FIFA로부터 승인된 사업, 즉 입장권 판매, 광고사업, 복권사업, 기념주화 판매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입장권 판매다. 조직위는 특히 비즈니스 상품으로 내놓은 우대입장권 판매가 부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직위에서 국내사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승식 부장은 “1인당 67만원(예선전 기준)인 우대입장권을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일본은 일찌감치 다 팔았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40%밖에 팔지 못했다. 유럽이나 남미 사람들을 초청해 축구장에서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절호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부터 관중들에게 음료를 공급하면서 월드컵과 인연을 맺었으며, 78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공식후원업체로 활동해왔다. 코카콜라의 축구 마케팅은 매번 화제가 됐는데, 1993년부터 세계 각국의 대표팀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FIFA랭킹, 1998년 월드컵에서 777명의 응원단을 프랑스 현지에 파견한 ‘777응원단’, 차범근 축구교실에 대한 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코카콜라는 이번에도 사상 최초로 2002년과 2006년 대회 스폰서를 동시에 계약해 월드컵 마케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코카콜라는 월드컵 기간중 각국 대표선수들에게 청량음료(코카콜라) 스포츠음료(파워에이드) 샘물(순수100)을 독점 공급한다. 또한 월드컵을 앞두고 게토레이가 석권하고 있는 이온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신제품 ‘골드피버’를 시판한다.

    코카콜라가 2002한일월드컵에서 선보일 마케팅은 월드사이버컵, 스타디움 아트, 볼 스태프, 기수단, 응원단 프로그램 등이다. 월드사이버컵은 ‘FIFA 2000’ 게임의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이며, 스타디움 아트는 월드컵의 열정과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공모해 경기장에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볼 스태프와 기수단은 청소년을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볼 스태프(12∼16세)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원활한 진행을 도우며, 기수단(10∼16세)은 참가국들의 국기를 경기장에 전달하게 된다.

    아디다스를 빼놓고 월드컵 마케팅을 얘기할 수는 없다. 1950년대 초반 독일인 아디 다슬러는 미끄러지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찰 수 있게 해주는 징(Stud)을 박은 축구화를 개발했다. 독일대표팀은 54스위스월드컵에서 이 축구화를 신고 당당히 우승했는데, 이것이 아디다스가 월드컵 마케팅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디다스의 공인구 퍼레이드는 스포츠마케팅의 백미로 꼽힌다. 78아르헨티나월드컵의 ‘탱고’를 시작으로 아즈텍(1986) 퀘스트라(1994) 트리콜로(1998) 피버노바(2002)까지 아디다스가 내놓은 공인구는 축구의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월드컵 열기에 불을 지핀 역작이었다. 아디다스는 현재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 아르헨티나 터키 중국 등을 후원하는 세계 축구의 실질적인 지배자이기도 하다.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10개 개최도시를 상징하는 2002 월드컵 라이선스 패키지 상품을 세계 30개국에서 동시 출시했다. 티셔츠의 경우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영문표기와 아디다스 브랜드를 조화시켰고, 부산은 한국의 대표적 항구도시라는 점을 고려해 갈매기를 상징하는 ‘V’자를 넣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열기를 활용해 티셔츠 조깅복 재킷 모자 등으로 이뤄진 패키지상품 판매에 전력투구할 예정이다.

    지역공급업체는 공식후원업체보다 하위 카테고리의 스폰서다. 월드컵 기간 동안 공식후원업체는 전세계를 상대로 광고행위를 할 수 있는 반면, 지역공급업체는 개최국가로 제한된다. 양쪽 모두 중계방송 광고권과 월드컵 경기장 내 홍보부스 설치권을 갖고 있지만, 운동장 광고간판은 공식후원업체가 2개, 지역공급업체는 1개로 정해져 있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기 때문에 역대 대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공급업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FIFA는 98프랑스월드컵 당시 8개의 지역공급업체를 선정했는데, 이번에는 한일 양국의 각 6개 업체와 계약을 맺었거나 막판협상을 진행중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은행 현대해상 포스코 KCC(금강고려화학) 대한항공이 확정됐으며, 롯데관광이 계약체결 단계에 있다. 업체의 특성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공급업체는 주로 국내시장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공급업체도 공식후원업체처럼 광고권에 대한 대가를 FIFA에 지불해야 한다. 이 부분도 역시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데, 월드컵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총액이 51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업체별로 평균 83억원씩 냈다는 얘기가 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지역공급업체를 비교하며, 걱정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열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본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해온 반면, 한국의 스포츠마케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양국의 축구 인프라와 축구열기를 감안해도 한국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일본이 일찌감치 입장권을 다 팔아치운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표가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친근하고 믿음직한 민간기업의 이미지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해 10월 테헤란로 포스코빌딩 외벽에 국가대표팀의 기둥이자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 소속인 홍명보 선수의 벽화를 게시한 바 있다. 가로 40m 세로 60m 크기의 이 벽화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슈팅하는 홍명보 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스코는 2001년 12월 월드컵 홍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자체 홈페이지를 제작했는데, 주제를 환경과 휴머니즘으로 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것은 포스코가 주도해 2002년 월드컵을 환경 캠페인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환경지킴이 서명운동, 환경사진 공모전, 퀴즈 이벤트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포스코는 ‘청결봉사단’을 출범시켜 포항스틸러스의 홈구장에서 질서지키기와 휴지줍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02월드컵 손님을 공식 항공사 대한항공이 모십니다’

    대한항공이 월드컵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대한항공은 2001년 12월15일 태스크포스팀인 ‘월드컵 대책반(47명)’을 편성하고 월드컵 기간의 전체 수요를 21만명으로 추산했는데, 이 가운데 9만명 정도를 수송해 100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월드컵 특별수송을 위한 ‘킥오프(Kick Off)’ 체제를 갖추었다.

    대한항공은 월드컵 공식항공사 지정을 기념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이벤트를 실시했다. 승부차기 게임에서 슛을 성공시킨 사람 중 1600명을 추첨해 해외여행권 등을 주는 킥오프, 구매고객 중 1000명에게 월드컵 마일리지(2002 마일)를 증정하는 스카이패스, 경기결과 맞추기 행사 등이 그것이다.

    대한항공은 2001년 11월부터 기내에서 한국 월드컵경기장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으며, 월드컵 직전에는 역대 대회 하이라이트, 참가선수 소개 등을 담은 영상물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한 월드컵 기간중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승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해당지역 언어에 능한 승무원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대규모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승무원 교육과정에 중국어를 추가했다.

    국민은행은 고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각종 경품과 사은행사를 월드컵 기간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수고객을 월드컵에 무료로 초청하고 각종 금융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입장권과 기념품을 나눠줄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월드컵 엠블럼을 통해 선진은행의 이미지를 높이고, 월드컵 관련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또한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국내 10개 축구경기장과 대회본부에 소규모 미니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대해상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월드컵이 될 수 있도록 공익캠페인과 월드컵마케팅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를 위해 행사취소보험과 배상책임보험 등을 운영하면서 월드컵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게 된다. 또한 마케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금보상보험(Contingency)도 준비중인데, 이것은 한국팀의 16강진출 여부나 예상득점을 상품화한 보험이다.

    현대해상은 2001년 4월 스포츠활동이나 응원 도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해에 대해 보상해 주는 ‘2002 FIFA 월드컵종합보험’을, 9월에는 음식점 및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화재나 훌리건 등의 피해를 보상해 주는 ‘손님사랑보험’을 선보였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매주 다양한 경품을 주는 ‘현대해상 월드컵 퀴즈대잔치’도 진행중이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월드컵 기간 중 입장권을 제공한 고객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하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Hospitality Program’,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Football Park’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해상 직원들은 2002년 4월부터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화요일마다 남자는 월드컵 넥타이, 여자는 월드컵 헤어세트를 착용하며, 월드컵 테마조회도 준비하고 있다.

    KCC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CF를 만들었다. 이것은 국내 10개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KCC 건축자재가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부각한 작품으로, 소비자에게 좀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KCC는 중국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미 다량으로 구입해 놓은 중국경기 입장권을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KCC는 중국이 경기를 갖는 서울 광주 서귀포 등에 별도의 홍보부스도 설치할 계획이다.

    기업의 월드컵 마케팅은 크게 두 가지다. FIFA(국제축구연맹)와 계약을 통해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과, 월드컵 기간을 이용해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홍보하는 방법이다. 후자를 흔히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Ambush’는 ‘매복하다’ 또는 ‘잠복하다’로 해석되는데, 스포츠마케팅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특수를 누린다는 뜻이다. 98프랑스월드컵 당시 나이키는 파리 외곽 라데팡스 지역에 대규모 축구공원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날마다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벌어져 관광명소로 주목받았다.

    나이키의 마케팅은 10대 소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이키는 이들에게 축구의 재미와 열정을 불어넣음으로써 장차 아디다스를 제칠 수 있다고 본다. 나이키는 이번에도 98프랑스월드컵에서 무려 10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끌어모았던 테마파크를 선보일 태세다. 1998년에는 나이키가 후원하는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 등을 판매하고 다양한 축구체험장을 설치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에도 독특한 아이디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1993년부터 시작된 유소년 축구대회인 ‘나이키 프리미어컵’을 월드컵 기간에 개최할 계획이다. 98프랑스월드컵 당시 총 41개국에서 4만5000명의 유소년들이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50개국 10만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나이키는 최근 첨단기술이 가미된 초경량 축구화 ‘머큐리얼 베이퍼’를 완성했는데, 나이키가 후원하는 앙리 나카타 호나우도 등이 이 신발을 신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이밖에도 나이키는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포르투갈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8개국 대표팀의 공식후원업체로서 이들을 통한 홍보활동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나이키는 축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세계 스포츠마케팅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자국의 5대 프로스포츠(미식축구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골프)에 치중한 나머지 유럽 중심의 축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나이키는 아디다스와 맞붙을 수밖에 없게 됐다. 1998년 월드컵 결승전은 나이키가 후원하는 브라질과 아디다스의 오랜 파트너 프랑스가 격돌한 빅이벤트였다. 예상을 뒤엎고 프랑스가 우승을 차지한 이면에는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도전을 물리쳤다는 중요한 의미가 깔려 있는 셈이다.

    프랑스와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양팀이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해서 16강전을 무사히 통과할 경우 6월21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대결한다. 객관적 전력은 프랑스가 조금 앞서지만 라이벌전의 승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마케팅 경쟁도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토종 스포츠 브랜드의 물밑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스포츠업계가 예상한 2002년 국내 시장규모는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스포츠 시장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월드컵 열기가 고조될 경우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일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를 제외한 어떤 기업도 월드컵 로고나 엠블렘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튀는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다.

    낫소는 ‘돌파21’이라는 마케팅 플랜을 수립하고 전략상품으로 축구공과 축구화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제품의 이름도 ‘돌파21’로 결정했다. 이것은 철저하게 한국시장을 겨냥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낫소의 강점은 가격경쟁력에 있다. 축구공의 경우 아디다스나 나이키 제품이 15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데 비해 낫소는 5만원 선이다. 값은 외국제품보다 싸지만 품질 면에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낫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낫소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축구공 1600개를 한정 판매하며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160명을 추첨해 축구화를 선물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축구화 전문업체인 키카는 태국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바레인 국가대표팀 후원을 통해 중동시장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또한 해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미니축구대회를 개최해온 프로스펙스는 한국의 운동장 상태와 한국인의 신체적 조건에 맞춘 축구화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LG전자는 98프랑스월드컵 때 공식스폰서(가정용 전기제품 분야)로 참여했다. 하지만 FIFA가 스폰서 카테고리를 재조정하면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협상권조차 얻지 못했다. 따라서 LG전자는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공식후원업체 JVC를 상대로 앰부시 마케팅으로 대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전자는 수년간 그룹 차원에서 각종 국제축구대회를 주최해 온 경험을 살려 앰부시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철저하게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선 외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길거리와 쇼핑타운에 옥외간판과 조형물을 설치하고 호텔 객실 등에 설치된 LG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또한 해외 전략지역에서는 중계방송 광고권을 구입해 LG제품을 직접 홍보할 예정이며, 최근 독신가정용 제품시리즈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일본 지역에서는 풋살대회의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LG는 정부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먼저 정통부는 개최도시마다 ‘월드컵 플라자’를 설치할 계획인데, LG전자는 삼성 대우 등과 함께 디지털TV 홍보관을 준비중이다. 또한 산업자원부는 월드컵 기간 동안 자체 선정한 ‘일류화 상품’을 서울 등 대도시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인데, LG전자는 벽걸이TV와 디오스냉장고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앰부시 마케팅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든 2002한일월드컵의 명칭 로고 마스코트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2002한일월드컵과 관련된 광고를 내보낼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실례로 최근 포르투갈의 모 회사는 ‘월드컵 2002’라는 로고를 사용했다가 FIFA의 항의를 받고 광고를 포기한 일이 있다.

    한국에서는 얼마전 SK텔레콤과 동아제약의 ‘붉은 악마’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붉은 악마’는 한국대표팀 응원단으로 FIFA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광고화면이 월드컵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시비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월드컵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축구협회를 통해 자제를 요청했지만, 안방에서 잔치가 열리는 마당에 국내기업의 마케팅을 앞장서서 막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무튼 ‘붉은 악마’의 행사를 지원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한편의 TV광고로 엄청난 반사이득을 챙겼다.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기업’ 베스트5로 뽑혔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FIFA에 뭉칫돈을 주고 스폰서 자격을 획득한 라이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속이 탈 만도 한 노릇이다.

    월드컵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휘장사업이다. 휘장사업은 스폰서 수입, 중계권료와 함께 FIFA의 3대 수익사업으로, 월드컵을 맞아 출시되는 각종 기념품이다. 휘장사업에 참여하는 국내기업은 대략 500여개인데, ISL이 파산하고 업체 선정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일본보다 훨씬 싼 상품을 내놓고도 품질에서 워낙 뒤떨어지다보니 영세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 위기에 빠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2월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중재로 코오롱 TNS월드가 새롭게 휘장사업권을 취득했다. TNS는 조만간 의류 중심의 신상품을 대거 출하할 예정인데, 특히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조직위도 휘장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경기장, 고속도로 휴게소, 관광단지, 공항 등에 월드컵 상품코너를 설치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광수입도 월드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98프랑스월드컵의 경우 여행사에서 입장권 판매를 병행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FIFA가 ‘본질은 축구이고, 관광은 부수적’이라고 선언하면서, 관광상품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내 관광·수송·숙박사업권을 따낸 호도관광 전춘섭 대표는 “유럽이나 남미에서 온 관광객에게 축구만 보여줄 수는 없다. 축구와 관광이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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