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씨의 주치의이기도 한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이진수 박사는 “폐암은 담배를 끊으면 발병률을 9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밝힌다. 따라서 흡연자는 개인적으로 1년에 2회 이상 가슴 X-레이 사진을 찍고 가래세포검사를 받는 게 좋다. 요즘은 ‘나선형 컴퓨터단층촬영(CT)’의 도입으로 폐암에 대한 진단율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폐암 전문가들은 폐암 예방의 제1조로 금연을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강조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장수촌에서 100세를 넘긴 노인들이 수십년간 담배를 피우면서도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외 중의 예외’로 보아야 하는 걸까. 이와 관련, 미국암연구학회(AACR) 홍완기 회장(미 텍사스의대 MD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주임교수)은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도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유전자에는 폐암을 유발하는 인자(因子)나 바이러스를 방해하는 특별한 특징이 있거나, 아니면 유전자 자체의 변형이 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15%는 폐암으로 진행된다. 이는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일 경우 담배에 있는 발암물질을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유전자 구조에 의해 담배를 피웠을 때 폐암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는 등의 차이가 있다는 ‘충격적인’ 설명이다. 이렇게 동일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간에도 암에 걸릴 가능성, 곧 암에 대한 감수성에 차이가 있는 것을 두고 ‘유전적 다형성(genetic polymorphism)’이라 한다.
인간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이후 암과 유전자와의 관계를 두고 의학계에서는 놀랄 만한 시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암은 유전인가라는 물음에 가족력이 중대하게 고려되는 유방암, 대장암 등 일부 암에서는 유전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암이 유전성’이라는 쪽으로 급속히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는 대형 유전체 연구들이 암의 유전성향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들을 숨가쁘게 쏟아내고 있는 데서 연유한다. 바로 얼마 전에도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이 세계 최초로 유전성 갑상선암의 원인 유전자를 검사하는 DNA 마이크로칩을 개발, 세계적 암전문 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 2월호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칩을 이용하면 가족력이 있는 영유아의 유전성 갑상선암을 조기 검진하고 갑상선 절제 등의 방법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을 찾아냄으로써 암을 예방하는 것을 ‘임상 종양 유전학’이라고 한다. 이 분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80%가 자신이 암 발생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암에 대해 어느 정도 노출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고 암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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