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은 노화, 중력, 자외선에 의해 점차 탄력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별 관심이 없어서,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혹은 다른 이유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을 위해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몸은 하루 주기의 리듬을 보인다.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는 일은 몸이 쉬는 기간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유전자 활동은 이 하루 주기의 리듬과 어긋나게 된다. 이 때문에 수선 활동도 느려진다. 과학자들은 피부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생체 시계와 계속 동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콜라겐, 엘라스틴 같은 물질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충분히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안하고 있다. 피부에 있는 줄기세포들이 피부를 재생하는 본연의 역할을 한결같이 수행한다면 노화는 늦춰질 수 있다. 몇몇 학자는 줄기세포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필자는 균형적인 서술을 위해 남성의 동안 문제도 다루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남성은 여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동안과 인연이 더 멀다. 이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은 얼굴을 보고 성별을 가리기가 쉽지 않지만, 사춘기가 지나면서 뚜렷이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여성 얼굴의 슬픈 숙명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의 얼굴 모양이 비슷하다. 통통하고 귀엽다. 그러나 사춘기 때부터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남성형의 얼굴과 여성형의 얼굴을 각각 빚어낸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턱뼈와 광대뼈를 부각시킨다.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얼굴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아이 때의 얼굴을 간직한다. 사춘기 여자아이의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얼굴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 대신 볼에 지방이 붙고, 입술이 도톰해지고, 속눈썹이 길어지고, 눈이 커지도록 한다. 반면 남성의 얼굴은 호르몬의 작용 결과 더 각이 지게 되고 입이 커진다. 즉, 본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동안이다. 동안은 더 다정하고 정직하다는 인상과 어리석고 약하다는 인상을 동시에 준다.
그런데 여성의 얼굴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남성적으로 변해간다. 얼굴은 길게 처지고, 귀와 코는 길어지고, 봉긋했던 윗입술은 평평해지고 얇아진다. 여성의 입장에서 늙어간다는 말은 남자 얼굴처럼 변한다는 의미다. 젊을 때 아름다웠던 여성의 얼굴이 이렇게 변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여기에는 여성호르몬은 줄고 남성호르몬의 영향이 강해지는 탓도 있다.
아기의 얼굴은 보는 이에게 거역할 수 없는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보들보들한 피부, 커다란 눈, 몸에 비해 아주 작은 앙증맞은 모습은 애틋하고 찡한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니 이러한 특성을 지닌 여성의 귀여운 동안이 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그렇다. 아기 동물은 어른들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특징을 지닌다. 침팬지 연구자인 제인 구달은 아기 침팬지의 꼬리에 난 하얀 털이 어른 침팬지에게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표지판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람의 아기에게는 꼬리털을 대신한 귀여운 얼굴이 방어 수단인 셈이다. 아기의 얼굴은 어른의 보호 없이는 살 수 없는 무력한 아기가 갖춘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