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키마우스. 아기 얼굴의 특성은 호감을 준다. 동안은 아기 얼굴의 특성을 갖는다.
동물만이 아니다. 동물의 모습을 묘사한 만화 주인공인 미키마우스나 테디 베어 인형도 실제 쥐나 곰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아기와 비슷한 얼굴로 바뀐 것이다. 인간의 아기 얼굴 선호, 동안 선호는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악솔로틀이라는 도롱뇽은 멕시코의 소치밀코 호와 찰코 호에서만 서식해왔다. 지금은 찰코 호에서는 사라졌고, 소치밀코 호에서도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대신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애완동물로 널리 팔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파루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한국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연분홍색의 귀엽기 그지없는 악솔로틀은 다 자란다 해도 다른 도롱뇽의 유생과 같은 크기다. 알에서 유생을 거쳐 성체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에서 어른 단계를 없애버린 것과 같다. 이것을 유형 성숙이라고 한다. 악솔로틀이 성체로 자랄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호르몬을 주입하면 성체로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은 빨리 죽는다. 악솔로틀은 10~15년을 사는 반면, 억지로 성체로 변한 개체는 5년밖에 살지 못한다.
인류는 아기 단계에서 멈춘 상태?
필자가 악솔로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도 이런 유형성숙을 통해 진화했다고 보는 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과 달리 털이 없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른 유인원에 비해 더 어리고 귀여운 인상이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아기를 보면, 인간의 이런 모습을 쏙 빼닮았다. 반면 어른 침팬지의 얼굴은 인간과 딴판이다. 즉, 인간은 침팬지의 아기단계에서 멈춘 것이며 침팬지의 성체 단계를 제외시킴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 생각에 자극을 받아 ‘많은 여름이 지난 뒤’라는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 한 백만장자는 나이가 들어 죽음을 생각한다. 그는 영생을 얻고 싶어 과학자, 희귀 문헌 수집가 등을 불러 모은다. 그들은 영생 실험을 한 백작이 200살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백작은 영생을 얻는 대신 다른 생명체가 되어 있었다.
인간이 유형성숙을 통해 진화했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유형성숙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 지금의 어른 단계가 잘려나가고, 피부 노화가 시작되기 전 성장이 끝난다면? 동안을 향한 인간의 열망과 미래 과학의 발달은 이런 쪽으로의 기상천외한 진화를 이끌 원동력이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