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로메다 은하.
하지만 가을철 밤하늘은 그렇게 멋지거나 화려하진 않다. 저녁 하늘에 보이는 여름 별자리가 서쪽 하늘로 넘어갈 무렵 하늘 높은 곳에 자리하는 가을 별자리들은 마치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처럼 황량한 느낌마저 준다.
가을의 별이 많지 않은 것은 이 계절에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우리 은하의 남쪽이기 때문이다. 은하수와 수직한 방향이라 별이 많지 않다. 대신 우리 은하를 벗어나서 외부 은하를 관찰하기에 좋다. 영화나 만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보이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은하철도 999’와 같은 우주열차를 타고 외계로 여행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가을의 낭만일 것이다.
별과 친하면 용감해진다
사람 따라 별은 다 다르지.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은 안내인이지. 어떤 사람에겐 별이 조그만 빛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고, 학자들에게 별은 문젯거리지. 하지만 별들은 말이 없어. 아저씬 별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보게 될 거야….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사막 한복판에서 별을 보며 어린 왕자 줄거리를 떠올렸다. 사막에 불시착한 그에게 별은 가장 중요한 길잡이이자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친구였다. 그가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느낀 것은 불안감이 아닌, 일종의 희망과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철새가 별을 길잡이 삼아 먼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마찬가지로 나침반이 없던 고대부터 사람들은 별을 여행의 길잡이로 삼았다. 인류 최초로 별자리를 만든 게 아라비아 반도의 목동들이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별과 별자리에 익숙해지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밤만큼은 익숙한 분위기에 있게 된다. 땅과 달리 하늘은 어디에서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과 친한 사람은 밤이 되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별자리를 익혀두기 바란다. 꼭 길을 헤매게 될 때만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天高馬肥의 밤하늘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본래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란 뜻인데, 별 좋아하는 이들에겐 ‘하늘 높은 곳에 살찐 말의 별자리가 있는 계절’로 통한다. 가을 밤하늘 중앙에서 늠름하게 자리를 차지한 천마(天馬) 페가수스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 저녁,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여름 별자리에 속하는 직녀다. 직녀의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밝게 빛나는 별은 견우다. 직녀와 견우의 동쪽에 또 다른 밝은 별이 있는데,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꼬리라는 뜻)다.
밤이 깊어가면서 이 여름 별자리들이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머리 위에 4개의 밝은 별이 커다란 사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별들이 페가수스자리의 몸통에 해당하는 것으로 ‘페가수스 사각형’이라고 불린다. 이 사각형은 가을 하늘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별자리들을 찾는 중요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