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의 들판과 농촌마을. 리 웅장한 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특히 ‘전세계를 통틀어 오로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동식물로 가득해 인류유산지역으로 지정된 태즈메이니아 원생지역(Tasmanian Wilderness)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크레이들 산과 세인트 클레어 호수, 와이드 리버와 마운트 필드,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 등을 모두 합치면 남한 면적의 5분의 1이나 된다.
곳곳에 가득한 원시의 생명력
아한대성 다우림 지역이었던 태즈메이니아의 환경은 1820년경 서구인들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문명을 앞세워 이 땅에 들어온 이들은 원주민들을 격리시키고 나무를 대량 벌목해 돈을 벌었다. 1982년 유네스코에서 인류유산지역으로 지정하기 전까지 엄청난 양의 원주민 유물과 환경자산이 파괴되어, 이제 태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은 원생지역뿐이다.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에서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마운트 필드 국립공원에 펼쳐진 독특한 색감의 고원지대와 눈 덮인 산봉우리.
내륙지역의 울창한 삼림과 함께 수십 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빚어내는 경치도 태즈메이니아의 자랑거리다. 면적과 수심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최고라는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보자. 보트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물결이나 호숫가 트레킹 루트에 펼쳐지는 풍광은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와 햇살이 교차하는 날씨, 정글을 연상시킬 정도로 울창한 숲, 끝없는 초원과 늪지대 등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이가 모두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함의 아름다움, 다름의 신선함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의 명물 닐슨 폭포.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 지역은 내륙이나 호수지역과는 그 풍광이나 생태계 면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기후가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이곳에는 꽃도 많이 피고 서식하는 동물도 다양하다. 해변을 따라 피어난 꽃은 거대한 꽃밭을 이루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휴온 소나무’ 군락은 무려 2000년이 넘는 평균수령을 자랑한다.
바다에 인접한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에서 만난 펠리컨.
거대한 태평양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대륙판에서 갈라놓았고, 다시 태즈메이니아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갈라놓았다. 수만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어진 조건에 적응해나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온 나무와 꽃, 동물들은 다른 대륙에서 온 이방인에게 잊기 어려운 시각체험을 안긴다. ‘다양하다’는 것의 아름다움, ‘다르다’는 것의 신선함. 태즈메이니아를 인류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물창고라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