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사태가 유럽을 넘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들어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공조로 그리스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막았지만 그리스가 촉발시킨 ‘소버린 리스크’는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하게만 들리던 소버린 리스크라는 용어가 올 들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소버린 리스크를 간단히 설명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이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빌리는 주체가 정부나 이에 준하는 국가기관인데 이들이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들이 경제개발을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가에 자금을 대여한 투자자들이 지는 위험을 가리킬 때 사용됐지만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과거와 같이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난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가 이러한 소버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지난해 3월 이후 회복되던 국제금융시장은 소버린 리스크로 인해 지난해 말 이후 재차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바이 채무조정 계획 발표 등으로 커지기 시작한 소버린 리스크가 올 들어서는 그리스 등 남부유럽 국가들의 재정 우려로 확대되면서 이 국가들을 중심으로 금융지표가 큰 폭으로 악화되었으며, 그 영향이 다른 국가로 번지고 있다.
먼저 주식시장을 보면 선진국 주가는 올 들어 1.6% 하락에 그친 데 반해 그리스(△14.3%), 포르투갈(△9.6%), 이탈리아(△6.7%), 스페인(△11.4%)은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했으며 이외 유럽 주요국 주가도 평균 대비 하락폭이 컸다. 외환시장도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유로화는 은행 신용위험, 동유럽 불안, 미국의 선금리 인상 전망에 유로존 국가 위험이 가세하며 최근 9개월래 최저수준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버린 리스크가 커진 남부유럽 국가의 경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도 크게 상승했으며, 국가부도위험을 측정하는 CDS 프리미엄도 큰 폭 상승했다.
소버린 리스크가 커진 이유
전세계적으로 소버린 리스크 문제가 대두된 것은 지난해 이후 주요국들의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전세계를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07년 △1.2%에서 2009년 △8.9%로 큰 폭 증가했는데, 특히 2009년 중 그리스(△12.7%), 아일랜드(△12.5%), 스페인(△11.2%), 포르투갈(△8.0%) 등 남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12.5%), 영국(△11.6%) 일본(△10.5%)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수지가 두드러지게 나빠졌다.
이와 같이 큰 폭으로 늘어난 재정적자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과도한 재정적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었다. 통상 한 나라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3~5%만 되어도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경우 10%를 훌쩍 넘을 정도로 확대돼 이들 국가의 정부가 막대한 빚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빠른 속도로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 대한 신용등급도 조정되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신용등급은 해당 정부의 채무능력을 반영하는데, 그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던 선진국들의 국가신용등급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는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으며, 특히 지난해 말에는 그리스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수모를 겪는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되었다.
이러한 신용등급 변화는 비단 유럽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타 선진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1월에는 S·P사가 일본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데 이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대한 신용등급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소버린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져가는 가운데 지난해 말 두바이 사태와 올해 초 그리스 위기가 이러한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2009년 11월말 두바이 정부가 국영기업인 두바이 월드와 자회사인 나킬에 대한 채무이행 유예를 요청하면서 중동지역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그리스 위기가 터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그리스 신정부가 2009년 한 해 재정적자 추정치를 종전 GDP 대비 5%에서 12.5%로 대폭 상향조정하면서 한 차례 불안이 높아졌으며 올 들어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정책의 실현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올해 재정적자 및 만기 도래하는 국채 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가세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리스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또한 이들 국가의 위기로 인해 유로화를 통용하는 16개국 유로존 전체가 자칫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낳았다.
개별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한 경우에도 해당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데 국가가 빚을 못 갚는 소버린 리스크가 커질 경우 그 영향은 훨씬 심각하다. 특히 이러한 소버린 리스크가 한 국가가 아닌 다수 국가에서 발생하면 외환시장, 자본시장, 은행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외환시장을 통한 영향을 보면 환율변화는 주식 및 채권시장 등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 수출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크다. 특히 올해에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버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당분간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약세 기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달러화는 강세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소버린 리스크는 주요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에는 재정적자 충당을 위한 주요국들의 대규모 국채 발행 경쟁, 소버린 리스크의 부각, 투자자들의 국채 발행시 프리미엄 요구 등으로 인해 주요국 채권금리가 종전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버린 리스크가 커진 유럽 국가들의 경우 올해 조달금액이 GDP의 19%에 해당하는 2조2000억유로로 예상되어 공급증가와 재정 우려가 커지는 만큼 투자자에게 줘야 하는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등 국채 발행이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독일의 국채는 안전자산 투자처로 인식되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으나 불안심리가 확산될 경우 이들 국가의 국채금리도 단기간에 큰 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소버린 리스크가 높아진 국가가 국채 발행시 참여를 주저하는 것 외에도 종전 투자분에 대한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해당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외국인의 매매에 상대적으로 취약한데 유럽 국가 중에서는 독일(50%대), 이탈리아와 스페인(40%대), 영국(30%대) 등이 상대적으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다. 이러한 국채 매도 현상은 소버린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해 말 이후 나타나고 있는데, 이미 남부유럽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거나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12월 재정위기 이후 채권자금 위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 유출되었고 스페인도 12월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10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되었으며 이탈리아도 11월 이후 외국인포트폴리오 자금이 2개월 연속 큰 폭 유출되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2월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장기채 주도로 일부 둔화되는 데 그쳤으나 주식자금은 4개월 연속 순유출됐다. 이러한 자금 유출이 향후에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고 유입으로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올 한 해 전체적으로 유럽 내 안전투자처와의 차별화 현상은 죽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린 리스크는 은행권을 통해서도 그 영향이 전파될 수 있는데, 통상 주요 선진국의 은행들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거나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출 등 해외부문 익스포저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발 소버린 리스크로 인해 유럽 등 주요 은행들이 해당국에 대한 대출 등 투자를 줄일 뿐만 아니라 신흥국 등 전반적인 해외 익스포저를 줄일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외화 유동성이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위기감이 고조된 그리스에 대해 해외 은행권이 보유한 익스포저는 2009년 9월말 기준 3026억달러이며 그리스 외에 포르투갈 스페인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1조7000억조달러에 달한다. 이 중 약 80%를 유럽은행들이 갖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은행이 많아 이들 은행의 해외 대출 축소가 예상된다.
소버린 리스크가 커진 국가에 대해 해외 은행들만이 영업전략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위기에 처한 해당 국가 내의 은행들도 해외 익스포저를 줄일 수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그리스와 전혀 상관없을 것으로 보이는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는데, 이는 그리스 은행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그리스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대출 회수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는 민간부문의 자금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채권에 투자할 잠재적인 자금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정부가 국채 발행물량을 늘리면 이에 따른 구축효과로 인해 민간부문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부 등 공공부문이 위험하다고 해서 민간부문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보이는 차별화 현상도 가능하겠지만 이보다는 공공부문의 불안이 민간부문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최근 신용평가사인 피치사가 유럽 민간부문의 경우 투자등급 우량기업은 큰 영향이 없겠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소버린 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소버린 리스크가 커질 경우 신흥국들이 반사이익을 얻기보다는 위험자산 회피 강화로 포트폴리오 자금 이탈 및 대출금 축소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씨티그룹도 향후 신흥국의 중장기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은 양호하나 소버린 리스크 확대시 전염효과로 인해 신흥국 자산시장에 대한 회피 성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소버린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심리나 자산투자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특히 안전자산을 더욱 선호하게 돼 금을 제외한 원자재상품과 주식자산 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위험자산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보이며 투자기간도 장기보다는 단기투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또 세계적으로 안전지역 자산과 불안지역 자산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해져 선별적인 투자 경향이 강화되고 투자자금이 안전지역으로 몰리는 쏠림현상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국가가 불안해지는 소버린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제금융시장 및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유럽, 한숨 돌렸지만….
현재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소버린 리스크는 연초에 비해 다소 완화된 상황이다. 그리스 위기가 불거지자 2월 들어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해 그리스에 대한 원칙적인 지원에 합의하면서 연초 불안이 일단 진정되었다. 그리스의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도 2월까지는 EU회원국 및 투자자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3월 들어 그리스 정부가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감축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 또한 그간 지연되었던 그리스의 국채 발행도 높은 발행금리와 투자자들의 높은 응찰률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연초 확산되었던 글로벌 소버린 리스크가 이제는 완전히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No”이다. 이보다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먼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던 그리스 위기도 아직 해결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감축 계획이 차질 없이 시행될지에 대한 불안이큰 상황에서 EU의 원칙적 지원도 그 구체적인 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 이견이 너무도 큰 상황이라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 대규모 국채발행이 예정되어 있는 4월과 5월 전후로 시장불안감이 재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구체적인 지원이나 그리스의 재정감축 노력이 확인되기까지 수개월간은 추가적인 불안이 지속된 후 위기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외에도 인접한 주변 남유럽 국가들의 불안도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글로벌인사이트 등 대부분의 분석기관은 그리스를 포함한 유로존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리스와 비슷한 재정적자 수준을 보이고 있는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투자자의 불안은 여전히 크며 재정적자 감축 및 국채 발행 성공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리스는 유럽의 작은 나라인 데 반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 이들 국가들이 위기에 처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크다. 최근의 그리스 위기 진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능성을 제기하는 분석기관은 여전히 많다. 일례로 바클레이즈는 그리스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쓰나미가 유럽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최근 피치사의 브라이언 쿨튼 이사는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부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소버린 리스크는 비단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정악화와 정부부채 과다 문제를 안고 있는 대다수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며, 이러한 악재에 여타 지표들의 악화가 가세할 경우 유로지역뿐 아니라 여타 국가들도 그리스와 같은 소버린 리스크 우려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리스 위기가 잦아들더라도 이후 ‘Next Greece’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어 소버린 리스크와 관련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마녀사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 문제가 그리스나 유로에 머물지 않고 영국, 아이슬란드, 일본, 미국 등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했으며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AAA등급 선진국들이 경기회복을 확인할 때까지 부채수준을 낮추는 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소버린 리스크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기보다는 올 한 해 국제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악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그리스발 소버린 리스크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데, 이는 이들 국가에 대한 교역 비중이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국내 은행권 및 투자자들이 이 지역에 대출하거나 투자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가 향후 주요 선진국 및 여타 신흥국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소버린 리스크 우려가 개별 기업 수준과 달리 다양한 자산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소버린 리스크 악재는 간접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도 한국은 직접적인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들어 전체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제금융시장의 다양한 경로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이 더 파괴적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현재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먼저 잠재적인 소버린 리스크 불안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위기 확대시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영향 등을 사전에 점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해외의 소버린 리스크 외에 우리나라의 소버린 리스크에 대한 준비도 해야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수준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소버린 리스크의 대상 국가가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국내외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공공부채 계산상 국가가 부담해야 할 규모가 실제 발표치보다 훨씬 클 수 있고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채까지 감안할 경우 상당한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될 경우 더 이상 우리나라도 소버린 리스크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소버린 리스크 논란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진화할 수 있는 논리 개발, 대외 홍보 등 사전·사후 대비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국가부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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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소버린 리스크는 올해 우리가 맞서야 할 또 하나의 시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시기를 벗어나게 한, 우리나라와 여타 전세계 국가들의 지혜와 노력이 다시 한번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