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신 유통 패러다임’ 소셜커머스의 세계

상위 5개 브랜드가 시장 60% 점유 타깃 고객 집중화 전략으로 차별화

  • 고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입력2011-03-21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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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소셜커머스 열풍이 거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인 소셜커머스는 최근 TV광고에까지 등장하며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하지만 과열 양상을 띠는 소셜커머스의 서비스 품질을 놓고 소비자의 우려와 불만도 치솟고 있다.
    • 소셜커머스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3월 초, 여러 언론 매체가 최근 채용시장 트렌드에 관해 특별한 소식을 전했다. ‘소셜’ 서비스 관련 일자리가 2년 새 755%나 급증했다는 내용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셜커머스, 소셜 애플리케이션 등 소셜 서비스와 제품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와 연결되는 일자리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올라온 ‘소셜’ 업무 관련 채용공고는 모두 941건. 이는 422건이던 2009년과 비교해 123.0%, 110건에 불과했던 2008년과 비교해서는 무려 755.5% 증가한 수치다. 급격한 일자리 증가에 기여한 분야가 바로 소셜커머스다.

    인터넷서 뭉친 소비자의 힘

    소셜커머스는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의 한 차고에서 앤드루 메이슨이라는 29세 청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던지면서 시작됐다. 발단은 2006년 휴대전화 계약이었다. 메이슨은 휴대전화를 해지하려고 했지만, 해지 과정은 시련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당시 “이 같은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모집해 단체의 힘을 보여준다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모아 조직적인 힘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떠올렸다. 페이스북과 비슷하지만 단지 사교 사이트가 아닌 소비자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2011년 3월 현재, 이 아이디어는 2년4개월이 흘러 ‘누적 매출액 1조원 돌파’라는 위대한 현실로 실현됐다. 세상에 첫 번째 나온 소셜커머스 서비스, 그루폰이었다.



    그의 생각대로 젊은층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50% 넘게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있는, 평소 몰랐던 좋은 헤어숍, 스파, 맛집 등의 이용권을 친구들과 함께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최소 구매자 수만 확보하면 50% 싼 가격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SNS, 온라인 미디어, 문자메시지(SMS), 메일 등을 활용해 많은 지인을 구매에 참여시켰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고객의 입소문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서비스(LBS·Location-Based Service)는 고객이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맛집, 마사지숍, 옷가게 등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가계소비를 줄였던 30, 40대 주부층이 소셜커머스의 반값 구매를 즐기는 핵심 주자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 후기가 모두 한 상품 아래 전시되고, 고객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사진과 함께 올라오면서 소비자는 밤 12시마다 바뀌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판매 상품에 빠르게 반응했다.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3월 설립된 위폰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에게 소셜커머스 정체성을 각인시킨 것은 지난해 5월 탄생한 티켓몬스터다. 이후 소셜커머스는 공동구매에 익숙했던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해 8월 중순, 15개에 불과했던 소셜커머스가 2개월 만에 2배 이상 늘어났고, 2011년 2월 말 현재 27배에 가까운 400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업체가 생겨나는 속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시장의 성장이다. 2010년 10월 중순 하루 시장 크기는 7억5000만원 정도였으나, 2011년 2월 말 기준 하루 시장 크기는 25억원에 달한다. 무려 330% 성장한 셈이다. 현 시장 상황만을 고려했을 때 올해 시장 크기는 최소 6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유통 패러다임’ 소셜커머스의 세계

    1. 국내 1위 업체 티켓몬스터의 홈페이지. 2.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미국의 그루폰이 3월 한국에 진출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 론칭 이벤트를 펼쳤다.



    기대 못 미친 대기업의 성과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특징은 이미 시장이 상위 5개 업체에 의해 과점됐다는 점이다.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지금샵, 데일리픽 등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상위 5개 업체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만 400만명이 넘는다. 이는 고객이 소셜커머스를 바라볼 때 브랜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력이 좋고, 지역별 여러 상품이 올라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러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상위 브랜드의 소셜커머스를 선호하는 것이다.

    둘째 특징은 시장이 전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고, 점점 특정 상품 분야로 게시 제품을 전문화하고 있다. 5위 업체인 데일리픽이 대표적이다. 서울지역 최고 맛집만을 선별해 제시하는 특화 전략이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나아가 5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맛집들에도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전문화 추세는 390여 개 소셜커머스 군소 업체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상위 브랜드 소셜커머스와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용, 의류, 공연, 여행 등 상품 메뉴로 전문화하는 방식과 달리 특정 고객군에 집중화하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커플, 주부고객, 신혼부부, 중·고등학생, 40대 남성, 외국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집중화 전략을 통해 명확한 타깃 고객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주며,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현상 중 하나는, 200개 이상의 소셜커머스 정보를 한꺼번에 모아놓은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티켓 할인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 없이,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에서 지역, 메뉴, 통계 등으로 이러한 정보를 검색하면 된다. 다양한 기능을 지닌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는 더 많은 구매를 창출한다.

    셋째 특징은 대기업의 소셜커머스 시장 진출이 생각만큼 신통치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초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언론사로는 매일경제가, 온라인 마켓으로는 인터파크, 유통업체로는 신세계, 교육회사로는 웅진씽크빅 등이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의 소셜커머스 모델은 차별화되지 못한 채 회사가 보유한 기존 플랫폼 틀을 그대로 답습해 활용하거나, 홈페이지에 한 페이지 정도를 더 만들어 기존 고객에게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뿐이다. 신세계의 소셜 쇼핑 서비스 ‘해피바이러스’가 메뉴판닷컴과 제휴해 소셜커머스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확대해나가는 정도다.

    대형 인터넷 포털의 시장 전략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포털 첫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미 검색 광고를 의뢰하고 있는 수많은 지역 업체를 상품 메뉴와 지역으로 세분화해 전국 단위 소셜커머스나 복합적인 메타 소셜커머스로 발전시키지도 못했다. 자신이 보유한 핵심역량과 네트워크를 새로운 형태의 소셜커머스로 결집했다면, 한국의 소셜커머스 시장은 다른 양상을 띠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포털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하는 네이버가 차후 어떤 전략을 선택해 소셜커머스 시장을 공략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상위업체의 합종연횡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시장점유율 1위인 티켓몬스터마저 SNS를 통해 유입된 사람이 전체 구매자의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처럼 온라인 포털과 지상파 광고를 통해 유입된 고객이 더 많다는 사실은, 소셜커머스의 취지와 맞지 않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과열 양상을 띠는 소셜커머스 창업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청년 창업가가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열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실제 400여 개 소셜커머스 업체 중 25%가 넘는 곳이 하루에 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품개발 및 협상 역량이 부족해 1주일에 상품을 한 개씩 올리고 있다. 200개 이상의 소셜커머스 업체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소셜커머스 업체 수가 200개에 불과해 지역 내 여러 소상공인과 협상하는 게 용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들은 밀려드는 판매대행 제안에 소셜커머스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소상공인에게 별로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상점은 반값 티켓을 구입한 고객을 홀대해 소셜커머스에 대한 불신을 심어 시장의 안정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추석, 설날,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처럼 특정 시즌에 예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수량이 팔렸을 경우도 문제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주문관리 역량 부족으로 상품 제공업체가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티켓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상품을 게시해 다수의 고객에게 노출함으로써 제품의 광고효과를 높인다’는 것이 소셜커머스의 약속이다. 하지만 반값 할인 시에만 고객이 늘어나고 이후로는 재방문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반짝 판매 효과’가 일반화한 지 오래다. 운 좋게 하루에 많은 수량을 팔았다가 며칠 뒤 홈페이지를 폐쇄한 군소형 소셜커머스가 늘어나면서 형사고발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렇듯 소셜커머스의 사업모델 자체가 지닌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그루폰처럼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바로 소셜커머스 상위 업체들의 합종연횡이다. 그루폰이 3월 진출해 서른여덟 번째 국가인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루폰코리아가 실질적으로 인수한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는 딜즈온(Deal’s On), 할인의 추억, 우디(Woo Discount) 등 다수로, 론칭 초기 제휴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최대한 적게 받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초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상위 10개 업체 간의 합병과 인수가 이미 시작됐다. 그 첫 번째 사례가 티켓몬스터(1위)의 데일리픽(5위) 인수다. 판매 상품 분야가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 간 인수 내지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향후 얼마만큼 원활하게 통합 마케팅 전략을 취하는지에 따라 고객 개발, 홍보, 상품 제공업체 개발·관리 비용이 절감되고, 영업권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으로는 어렵겠지만 2012년부터는 코스닥 상장 및 해외 진출에 나설 소셜커머스 업체가 나타날 전망이다.

    ‘신 유통 패러다임’ 소셜커머스의 세계

    티켓몬스터와 쿠팡은 최근 TV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티켓몬스터가 소셜커머스의 콘셉트와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면(오른쪽), 쿠팡은 배우 김현중을 등장시키는 ‘스타 마케팅’에 나섰다.

    대안은 페이스북?

    시장의 재편 속에서 군소 소셜커머스 업체는 올 하반기부터 빠르게 폐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수수료, 제휴 상점의 빈약한 노출은 소셜커머스 업체를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되는 대안은 바로 페이스북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나가야 할 방향은 ‘소셜커머스 플랫폼’이라고 천명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무료 소셜커머스 솔루션을 제공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 내 소셜 게임, 소셜 뮤직, 소셜 커뮤니티의 유저가 소셜커머스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유저 중 페이스북에서 소셜커머스를 연 사람은 무려 2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 소셜커머스가 ‘소셜’답지 않게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얼마나 버팀목이 되어줄지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대상은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지닌 대기업의 재반격이다. 통신사 등 대기업의 소셜커머스 진출을 실패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점점 발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때문이다. 특정한 플랫폼에 제한되지 않고, 도처의 다양한 가상 저장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소셜커머스 2.0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1000만대 이상 보급되는 올해 말부터 30대 이상 직장인들은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업무를 보고, 자신만의 모바일 포털을 구축하며, SMS·메일·영상통화가 연동되는 다차원 SNS를 활용할 것이다.

    일종의 소셜 모바일 오픈 마켓인 소셜 앱(응용프로그램)을 모바일 오피스, 모바일 개인포털, 모바일 메일 등에 내려받으면, 소비자는 더욱 쉽게 맞춤형 제품 정보를 접하게 된다. 매일 늘어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이를 통해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경우 옥션이나 G마켓처럼 판매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맞춤형 광고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사업 전략을 펼치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이 지난해 11월 그루폰을 7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신 유통 패러다임’ 소셜커머스의 세계
    高 暎

    1976년 전남 나주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컨설턴트

    저서 : ‘아고라에 선 리더십’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나비형 인간’


    그런 의미에서 올해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매우 흥미진진하며, 다양한 변화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소셜커머스 업체가 모여 계약 업체들의 상호 협력과 지속적인 품질관리, 제도적 지원을 도모하는 ‘한국소셜커머스산업협회’를 창립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스마트한 소비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소셜커머스가 매출 1조원을 넘는 확고한 산업으로 성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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