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과 나무에 흠뻑 취한 18홀이었다. 전날 억수같이 쏟아진 비 덕분인지 페어웨이가 정갈하기 짝이 없다. 금강송(金剛松)이 빼곡한 숲에선 갓 목욕 마친 여인의 머릿결 냄새가 진동한다. 청록의 숲 너머로 남색 경포바다가 넘실거린다. 샌드파인(Sand Pine)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소나무 천지다. 사계절 꽃향기 그득한 꽃밭이다. 시골길처럼 걷고 또 걷고 싶은 아늑한 산책로다.
▼ 알쏭달쏭 골프상식
볼끼리 부딪친 경우 _ 그린 밖에서 친 볼이 그린에 있는 볼을 건드린 경우 맞아서 움직인 볼은 제자리에 놓는다. 맞힌 볼은 멈춘 곳에서 플레이한다. 이때 그린 밖에서 친 볼이 그린 위의 다른 공을 맞고 홀 속으로 들어가면 홀인으로 인정된다. 또 그린 위 같은 거리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친 볼이 부딪치면 둘 다 원래 위치에서 다시 플레이한다. 같은 거리가 아닐 때는 홀에서 가까운 쪽이 2벌타를 먹는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아웃코스 1번홀(파5, 527야드).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서 있는 붉은 단풍나무가 길잡이 노릇을 한다. 세컨드 샷에서는 좌우측에 웅크린 거대한 두 바위 사이로 공을 보내야 편안한 스리 온을 기대할 수 있다. 라일락과 복숭아꽃이 반기는 2번홀(파4, 311야드)에서 첫 파를 잡고 황매화가 활짝 핀 4번홀(파3, 123야드)에서도 같은 즐거움을 누리다. 5번홀(파4, 393야드)에선 벚꽃을 닮은 꽃사과나무에 넋 놓다가 어이없는 더블 파. 장애물경기 하듯 개울 두 개를 뛰어넘어야 하는 인코스 4번홀(파5, 525야드). 웬만하면 거리 욕심을 참는 게 좋다. 붉은 영산홍이 유혹하는 6번홀(파3, 178야드)과 파5인 7번홀(538야드)에서 연속 파를 잡아 간신히 체면치레. 마지막 9번홀(파4, 339야드)에 들어서자 간간이 날리던 빗방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열린다.
조병준 총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