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호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농협개혁의 중심 도매사업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2-07-20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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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2013년 6월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안성농식품물류센터(위)와 조감도.

    2011년3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작된 농협개혁의 핵심은 경제사업 활성화다. 신경분리를 통해 신용사업(금융)에 의존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안전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안정된 가격으로 직접 공급한다는 게 그 목표다.

    농협의 변화상은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구호 속에 녹아 있다. 이제 농협중앙회가 판매에 직접 뛰어들어 유통단계를 확 줄이면서 대형 도매인이 되겠다는 뜻이다. ‘판매농협’으로 전환해 2020년까지 산지 출하량의 50% 이상을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

    그간 농협중앙회는 회원 조합과의 경쟁을 피한다는 이유로 지도와 지원사업에만 치중해왔다. 그러다보니 산지조직과 경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인 등 각종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농민과 소비자의 주머니가 모두 얇아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농민과 농협은 농축산물 가격 결정에서 소외됐다. 2009년 도매시장(경매시장) 경유 농산물의 경우 상장수수료, 중도매인 이윤 등 각종 유통비용이 최종 소비자 가격의 44.1%나 차지했다.

    이런 관행을 타파하고 농민과 농협이 판매 가격의 교섭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우선 농민 스스로가 뭉쳐 유통을 조직화·규모화해야 한다. 농협이 회원제 공동출하조직인 ‘공선출하회’를 집중 육성하고 시군 단위, 전국 단위의 연합사업단 구성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시군 단위의 공선출하회와 연합사업단은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중앙회는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물류센터 5개를 물류 거점지역에 만들어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농협농식품물류센터는 센터 내 저온시설을 갖춰 농산물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농산물 도매부 산하에 도매사업을 전담할 농산물판매단도 확대 개편했다. 축산 분야에선 한우안심 브랜드와 전국 단위의 축종별 대형 패커를 육성해 신선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유통단계를 확 줄인다는 방침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지금껏 농협은 농산물유통센터나 하나로마트 등의 판매장을 확충해왔다. 하지만 대형 마트 등이 급증하면서 소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농협은 이제 권역별 농산물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농산물 도매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진정한 판매농협으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산지 농업인이 판매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농작물을 키우고, 농협이 책임지고 팔아주는 것이야말로 농협의 진정한 미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농산물 도매사업의 핵 /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 더 싸고,더 빠르게!

    ★ 서울에서 부산 방면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안성에 들어서면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센터가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온다. 경부고속도로가 가까이 있는 데다 수도권 지역은 1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입지 때문이다. 이곳에 물류센터를 두면 다른 곳보다 그만큼 물류비용이 적게 든다. 남안성 IC에 내려 몇 분간 지방도를 달리다 보면 엄청난 규모의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언뜻 봐도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어 보인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 농협중앙회 농산물 도매부가 짓고 있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이하 안성물류센터) 건설 현장이다. 부지 6만5640㎡에 건축 연면적만 5만8100㎡(지하 1층, 지상 3층)에 달한다. 총사업비 1362억원이 투입된 이곳은 지난해 말 공사가 시작돼 2013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곳은 판매농협을 선언한 농협 도매사업의 상징이자,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방식을 통해 유통비용 절감을 구현할 중심이다. 그래서일까, 안성시는 302호 지방도에서 물류센터로 진입하는 폭 12m 도로 공사에 일부 자금을 지원했다.

    안성물류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도매시장(경매시장)을 이용할 때 5, 6단계에 달하는 유통단계가 최대 3, 4단계로 줄어든다. 농민-산지 유통인-도매법인(경매)-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소비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농민-(지역조합)-물류센터-대형 유통마트 또는 농협 판매장-소비자로 바뀐다. 유통단계가 줄어든 만큼 농민은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물류센터는 냉장,냉동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어 농산물의 출하산지 이동시기에는 수급의 조절과 가격안정 역할이 가능하다. 이는 농산물 값의 폭등과 폭락에 농협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발판을 만들었음을 의미한다. 물류센터가 주산단지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구매할 경우 생산농업인은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더욱 이득이 된다.

    10개들이 무 상품을 경매시장을 통할 때와 물류센터를 통해 판매했을 때를 비교해 본 결과, 그 차이는 명백하다. 경매시장을 통해 5단계의 유통경로를 거칠 경우 농민이 받는 가격은 1만3524~1만4108원, 소비자가 사는 가격은 1만9688~2만625원이었다.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농민이 받는 가격은 1만4112~1만4256원, 소비자가 사는 가격은 1만7825~1만8530원이었다. 이는 물류센터가 출하수수료를 싸게 받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특히, 안성물류센터는 농산물 구매, 저장, 집배송에 이르기까지 공정별로 자동화 장비를 도입했고, 소포장 단위로 상품화한 농산물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금껏 채소나 과일 등의 농산물은 브랜드를 가진 시군 조합을 제외하고는 농촌인구의 고령화, 인력부족 등으로 소포장 상품을 내놓으려 해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투입인력 대비 생산성이 떨어져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았다. 안성물류센터는 산지에서 출하되는 소포장 상품 외에 자체적으로도 소포장 상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어 대량수요처에 공급이 가능하고 긴급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진정한 판매농협의 시작

    구매와 소포장 상품화, 배송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류센터가 낮은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해주다보니 판매처 확보에 애로를 겪던 농민들은 한시름 덜게 됐다. 이제 농민은 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는 얘기다. ‘생산은 농민, 판매는 농협’이라는 슬로건이 실현될 단서가 마련된 것. 물류센터로서는 그동안 시장가격을 주도했던 대형 유통센터에 대한 농산물 공급 지배력과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안성물류센터는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대형 마트 외에도 중소형 슈퍼마켓, 전통시장에 물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급식, 외식업체, 편의점 등에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수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형 마트의 입점으로 고사 위기에 있는 중소형 슈퍼마켓의 경우 안성물류센터가 직접 물량을 공급하면 농산물만큼은 대형 마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농민과 농협은 판매처가 다양해져 좋고 중소형 슈퍼마켓과 소비자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싼 가격에 공급받아 좋다. 농산물의 상생(相生)이다.

    농협은 안성물류센터 건립을 계기로 산지 출하 물량의 50%(농협 공판장 포함)를 책임지고 판매해 농산물의 수급을 안정시키고 가격조절 기능을 수행하며 전체적으로 농산물 도매유통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11년 현재 8278억 원인 도매유통 사업량은 2020년 2조 원으로 늘고,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농산물 공급 점유비도 30%까지 올라간다는 게 농협의 판단이다.

    김수공 농협중앙회 경제대표이사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전국에 5개 농산물 물류센터를 건립해 새로운 농산물 유통체계가 구축되면 농업인에게는 더 높은 수취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더 낮은 소매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슈퍼마켓 등 지역 중소상인에게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농업인-소비자-중소상공인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농협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지역 도매사업의 모범 / 성주월항농협

    공동선별, 공동출하, 공동생산 “농사 지을 맛 난다”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강정호 성주월항농협 조합장.

    ★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일대는 비닐하우스 숲이 끝없이 펼쳐진 국내 참외 생산의 전진기지다. 5~6월이면 비닐하우스에 반사된 따가운 햇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참외 하면 성주 참외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월항 참외는 당도와 색감, 씹는 느낌이 좋아 최상급 대우를 받는다. 참말로 맛있는 참외라는 뜻의 ‘참스런 참외’라는 자체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안성물류센터가 전국 단위의 농산물을 직접 도매하는 곳이라면 월항 참외의 경우 성주월항농협(조합장 강정호)과 자체 농산물유통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124호로 구성된 14개 참외 작목반 회원이 생산한 참외 전량을 월항농협이 전담해 판매한다.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 월항농협과 대형 마트(소매점) 외에는 유통과정이 없다. 월항농협의 ‘참스런 참외’는 롯데마트와 농협유통 전점에 납품된다. 당연히 농민과 소비자의 주머니가 두꺼워지고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 작목반 회원들이 생산하는 월항 참외는 연간 4500t 규모로 성주군 관내에서 최대 규모다.

    강정호 성주월항농협 조합장은 “지난 한 해에만 롯데마트에 월항 참외 116억 원어치를 납품했다. 올해 목표는 130억 원인데 6월 말 기준으로 벌써 120억 원어치를 납품했다”고 자랑했다.

    월항 참외가 까다로운 대형 유통업체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좋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이다. 14개 작목반이 모여 만든 공선출하회는 각 농가가 생산한 참외를 품질에 따라 공동으로 선별하고 공동으로 출하하며 공동으로 계산한다. 선별도 두 차례를 거친다. 1차로 각 농가가 참여하고 2차로 자격증을 가진 전문 품질관리사가 참가한다. 비파괴 당도 검사를 하는 기계도 갖췄다. 개별 출하가 철저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일명 ‘속박이’ 판매가 있을 수 없다. 여기에 월항농협의 끊임없는 영농지도와 친환경 영양제나 지력증진제 지원 등도 한몫을 했다.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지역 농산물 도매사업의 전형을 보여주는 성주 월항농협 농산물유통센터.

    강 조합장은 “품질 선별을 할 땐 작목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감시원이다. 옆 회원이 생산한 참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면 바로 품질관리사에게 전화해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한다. 더욱이 영농지도사가 매일 10개 농가를 다니면서 현장 컨설팅을 하고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듯 처방전을 낸다. 월항 참외의 품질이 균일하고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월항농협 공선출하회가 납품하는 참외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을 받았으며 친환경적으로 재배된다. 문제가 생긴 참외를 생산한 농가를 가려내기 위한 실명제와 소비자 보상을 위한 리콜 제도도 도입했다. 특히 성주월항농협은 가짜 ‘참스런 참외’를 구별하기 위해 개별 농가의 소포장 상자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한다. 강 조합장은 “도로변에서 파는 월항 참외는 100% 가짜라고 보면 된다. 도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참외에 포장지만 우리 것을 쓴 것이다. 우리가 생산한 참외는 모두 롯데마트나 농협유통으로 가기 때문에 도로변에서 헐값으로 팔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품질 좋은 참외를 공동으로 팔고 유통단계를 줄이다보니 같은 성주지역에서 생산된 참외라도 월항농협 공선출하회 회원들과 경매시장(공판장)을 거치는 일반 농민의 수취가격에는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는 참외 10kg을 기준으로 공선출하회 회원들이 1만 원 정도 높은 수익을 얻었다. 이러다보니 성주월항농협 참외 작목반은 회원 이탈이 전혀 없고 오히려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월항농협에 따르면 작목반 회원들 중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판매 수수료를 떼고 순수익만 3억 원을 올린 농가도 있으며 1억 원 이상 수익을 낸 농가도 꽤 많다고 한다.

    월항리에서 27년째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조금열(53)씨는 “농협에서 알아서 다 팔아주고 교육도 해주니 우리는 품질 좋은 참외만 생산하면 된다. 공동선별과 공동출하, 공동계산의 위력은 대단하다. 요즘같이 농사지을 맛이 난 적은 없다”고 월항농협의 도매사업을 칭찬했다. 1만㎡가 넘는 조 씨의 비닐하우스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주인공 방귀남(유준상 분)의 할머니 전막례(강부자 분)의 고향마을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월항농협 참외 공선출하회는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건강에 좋은 기능성 참외로 정면 승부를 걸 작정이다. 강 조합장은 “이제 국내는 제패했으니 외국산 과일과 싸워야 한다. 오렌지가 수입되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품목이 참외다. 우리 월항농협은 수입산 과일과 승부를 내기 위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임산부에게 좋은 특수제품, 즉 기능성 참외를 이미 개발해 팔고 있다. 식품연구소의 연구시험을 거쳐 성적서도 받아놓았다. 올해 참외 작황이 워낙 좋아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에는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축산시장의 대형 패커(Packer) / ‘농협안심축산’

    안전성 확보- 유통단계 축소로 복잡 유통시장 3단계로 리디자인

    ★ 농협 농산물 도매사업의 핵이 대형 물류센터 건립과 각 조합을 통한 공선출하라면 축산물에서는 대형 패커의 육성에 농협개혁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산물 패커는 도축·가공시설과 유통망 등을 확보하면서 농가 또는 생산자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고품질의 안전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형 도매업체를 의미한다. 소유 및 지배구조의 형태에 따라 협동조합형과 민간기업형으로 나뉘는데, 2008년 11월 농협중앙회 축산물판매 분사(안심축산분사)에서 출범시킨 ‘농협안심축산’이 바로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의 중심이다.

    우리가 대형 마트나 정육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안심한우 브랜드는 농협안심축산이 대형 패커를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안전과 위생이 보장되고 저렴하다는 게 특징이다. 농협은 안심축산을 대형 패커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농협이 100% 안전하다고 인증한 축산물을 중간 유통단계를 확 줄여 직접 공급함으로써 축산 농민에겐 안정적 고수익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축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농협안심축산의 안심 브랜드는 ‘인증 브랜드’이자 ‘유통 브랜드’다. 농협안심축산이 대형 패커로서 제일 먼저 시장에 출시한 브랜드인 농협안심한우는 농협이 100% 한우임을 보증함과 동시에 농협의 안심 브랜드 관리기준에 따라 생산에서부터 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위생과 안전을 검증한 한우다. 농협안심한우의 경우 △소가 마시는 음용수 관리 △사료 통일 △전 두수에 대한 한우 DNA 검사 항생제 잔류물질 검사 질병검사 실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해썹) 인증 공장을 활용한 도축·가공, 냉장유통시스템에 의한 유통관리 △생산이력 조회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각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온다. 이런 인증제도는 돼지, 닭, 오리 등 다른 축산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대형 패커 농협안심축산의 협력업체 ㈜태우그린푸드의 1차 가공장. 모든 과정이 콜드시스템으로 자동화되어 있다. 태우그린푸드 건물 전경.(오른쪽)



    유통구조 혁신 통해 농축산인, 소비자 함께 웃는다

    자동화된 가공실에 대해 설명하는 조경익 ㈜영진엠앤에프 사장

    농협안심한우의 경우 기존의 생산자→우시장→수집상→도매상→유통점→소비자에 이르는 5단계 유통과정을 생산자→안심축산(대형패커)→유통점→소비자의 3단계로 줄임으로써 소비자 가격을 8~10% 낮췄다. 유통비용은 한우 두당 115만3000원, 한돈(韓豚) 한 두당 5만5000원이 감소했다. 이렇게 절감된 유통비용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쇠고기의 유통마진은 무려 40% 수준에 육박한다. 한미 FTA의 발효로 수입육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우리 축산농가로선 안심축산처럼 대형 유통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초대형 도매사업자, 즉 대형 패커의 존재가 절실한 형편이다. 특히 대형 패커는 안성물류센터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농산물 포장을 대행해주는 것처럼 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축산물의 부위별 소포장을 대행해줌으로써 소비자 가격을 더욱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다.

    현재 농협안심 축산물의 주 공급처는 가공유통업체, 농협 계통매장, 대형 마트, 대량수요처, 단체급식, 군대 등이지만, 농협은 판매채널 다양화 차원에서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의 정육점에도 농협 인증 축산물을 공급키로 했다. 농협안심 축산물 전문점이 바로 그곳. 안심축산물전문점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리 축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유통망으로, 지난해 6월 안심축산물전문판매 1호점(까치산점)을 개점한 이래 현재 133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농협은 농협안심축산물전문점을 빠른 시간 안에 20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쇠고기 의 81%, 돼지고기의 72%가 가정 단위에서 소비되는 현실(갤럽 설문조사)에 비춰보면 농협안심축산물전문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위생적 가공, 유통의 현장

    안심축산물이 얼마나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가공, 포장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마장동 축산물도매시장에 위치한 (주)태우그린푸드와 (주)영진엠앤에프 등 농협안심축산의 대형 협력업체를 찾았다. 40여 개에 달하는 농협안심축산의 협력업체는 국내 한우·한돈 도매시장의 큰손들로 농협의 사료를 먹고 안심 브랜드 관리제도에 따라 키운 한우와 한돈만을 취급하는데, 산지 도축장에서 넘어온 소를 부위별로 가공 포장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대규모 식당, 농협안심축산물전문점에 제공한다. 대형 패커인 농협안심축산의 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들로 모든 유통과정은 콜드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하는 일은 부위별로 발라내고 진공포장하는 것밖에 없다.

    하루 한우 40두, 한돈 150두를 부위별로 가공 포장하는 태우그린푸드의 사옥은 축산 도매업체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너무 깔끔하다. 1층 상하차 전용 센터에 냉장 상태 그대로 옮겨진 한우와 한돈은 지육 상태에서 냉장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 1차 가공장으로 보내지는데 이후부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부위별 가공과 진공포장이 이뤄진다. 가공장 내는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고 작업원은 병원 수술실에 준하는 위생장구를 갖추고 있었다. 진공포장된 상품들은 자동으로 배송지에 따라 정리돼 다시 냉장차에 보내진다.

    지난해 안심한우 5800마리를 가공 생산한 ㈜영진엠앤에프도 위생관리가 철저했다. 지육 상태에서 부분육으로 포장돼 소비자에게 옮겨질 때까지 냉장(섭씨 영하 2~5도)과 냉동(영하 40도 이하에서 급랭 후 영하 18도 보관) 상태가 유지됐다. 금속검출기, 에어샤워기, 손소독기, 손세척대, 장화세척대, 에어커튼, 포충기, 손 건조기, 인큐베이터, 클린벤치, 고압멸균기 등을 갖추고 병원 수술실보다 더 엄격하게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20년 전 마장동 도매업체의 직원으로 취직해 현재 연 매출 200억 원이 넘는 축산물 도매업체의 대표가 된 조경익(45) 사장은 “광우병 파동과 한미 FTA 체결로 믿을 수 있는 안심농협한우에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했다. HACCP 등 안전규정을 지키는 게 고생스럽지만 규격화되고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농협안심축산은 사업 첫해인 2009년에는 안심한우 3만2000두, 2010년 5만 두, 지난해에는 7만 두를 공급했다. 지난 한 해 한돈은 15만 두, 달걀은 3억 개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국내시장 점유율을 안심한우 50%(35만 두), 안심한돈 40%(600만 두), 안심계란 20%(20억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농협안심축산은 산지와 식당을 바로 연결해 소비자 단가를 확 낮춘 정육점형 식당인 한우마을을 100호점까지 확대해나간다는 목표도 세웠다.

    채형석 농협 안심축산분사장은 “농협안심축산은 시스템 브랜드(System Brand)사업이라 할 수 있다. 가축의 사육·도축·가공·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농협안심관리 프로그램을 통과한 상품만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축산물 유통관리 시스템 사업이다. 식품 안전성 확보, 유통의 규모화와 단계 축소를 통한 유통마진 절감, 거래 투명성 제고,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주도해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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