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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전쟁이 그치지 않는 중동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자식을 낳는 일조차 두렵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란은 전쟁과 긴장이 일상인 나라임에도 매년 약 10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이집트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 중동의 여러 나라가 이와 비슷한 출생아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25만 명 수준이다. 6·25전쟁이 한창일 때도 연간 70만~80만 명이 태어났더랬다.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의 위기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현금 지원 중심의 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그러나 출산은 단순히 경제적 보상이 따른다고 해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회성 출산 보너스나 현금 지원이 일시적 동기를 제공할 순 있지만, 삶의 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금전 지원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이유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삶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주거 문제와 고용의 불안정성,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교육 경쟁과 양육 부담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현금 지원은 본질적 해법이 아닌 보조 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전 세계 출산장려정책의 흐름도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에서 ‘출산을 가로막는 삶의 비용을 줄이는 정책’으로 바뀌는 추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여주느냐다. 전 세계적으로 효과를 봤다고 인정받는 출산 정책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흐름이 드러난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결과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가족 친화 국가로 불린 프랑스는 정부가 가족수당, 보육 인프라, 다자녀 혜택까지 제공해 한때 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합계출산율이 다시 하락하고, 출생아 수도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육 제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이라는 큰 흐름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한 것이다.
스웨덴은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480일의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아버지의 육아 참여까지 제도화했다, 아이를 낳아도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집중되지 않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북유럽 복지국가 역시 최근 출산율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사회 전체의 흐름을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헝가리는 한층 더 강력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세금 감면에 대출과 주택 지원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다자녀 가정에 제공했고, 최근에는 다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에 대한 소득세까지 면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은 다시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는 흐름을 보인다. 강력한 금전 인센티브조차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현금 지원과 정부 매칭, 육아휴직까지 촘촘하게 설계된 패키지형 보육정책을 실시한다. 정책만 놓고 보면 빠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주거 비용과 교육 경쟁, 경직된 노동문화가 정책 효과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최근 육아휴직 급여를 강화하고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부모가 일에서 불이익을 덜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 4일제까지 도입하며 저출산을 노동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산율 반등은 여전히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이 모든 사례가 보여주는 결론은 명확하다. 정책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출산은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전체와 맞물려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강력한 정책이라도 삶의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출산율이라는 숫자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영양 과잉, 수면 부족 가벼이 여겨선 안 돼
이쯤에서 궁금증이 일 것이다. 왜 정책은 계속 늘어나는데 아이는 계속 줄어드는 걸까. 난임의사인 필자는 그 답을 생리학적 변화에서 찾았다. 남녀 모두 점점 임신이 잘되지 않는 몸으로 변해 가는 점이 문제다. 예전에는 ‘낳을까 말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낳고 싶어도 아이가 잘 안 생기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35세 이후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이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자연임신이 용이한 환경이었다면 많은 부부가 ‘낳을까 말까’를 오래 고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영양 과잉과 불균형도 임신이 잘 안되는 몸을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열량이 지나치게 높은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몸에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하고, 활성산소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정자는 운동성과 DNA 안정성을 동시에 잃는다. 결국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임신에는 불리한 몸으로 점점 바뀌는 것이다.
수면 부족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밤늦게까지 사용하는 습관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 그러면 몸의 생식 리듬을 조절하는 축, 쉽게 말해 호르몬 흐름이 깨진다. 그 결과 남성은 정자가 만들어지는 주기가 흐트러지고, 여성은 배란의 타이밍이 들쑥날쑥해진다. 잠의 질이 곧 생식의 질로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환경호르몬도 문제다. 이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더 문제다.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물질은 우리 몸의 호르몬 신호를 미세하게 흐트러뜨린다.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 이런 영향이 쌓이면 생식기능이 부지불식중에 서서히 떨어진다.
결국 지금의 저출산 시대에는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아기를 낳기 어려운 몸이 된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반전’을 꾀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난임 치료 역시 신진대사와 수면, 환경까지 함께 살펴보는, 건강한 몸 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삶의 조건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고 마음 편히 아이를 가지려 할 것이다. 결국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마음과 몸이 모두 임신을 방해하지 않는 편안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지름길이다.

● 1966년 울산 출생
● 1990년 고려대 의대 졸업
● 1994~1998년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전공의
● 1999~2000년 제일병원 복강경수술 전문 펠로(fellow)
● 2000~2003년 미즈메디병원 난임 전문의
● 2003년~ 마마파파&베이비산부인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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