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한국도로공사 영업소 비리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12-21 17: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톨게이트영업소 316곳 중 도공 출신 303곳 운영
    • 대부분 수의계약…계약 연장, 낙찰률 높여 더 받아가
    • 1급 퇴직자는 목 좋은 영업소 3,4곳 동시 수의계약
    • 말로는 경쟁입찰…높은 진입장벽에 대부분 도공 출신이 낙찰
    • 국감 때마다 “개선하겠다” 답변…국토부는 문제 파악 못해
    • 도공 “사실상 강제퇴직…구조조정을 위한 퇴로였다”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시간을 되돌려 2008년 10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국정감사장으로 돌아가보자. 민주당 소속 강창일 위원이 목소리를 높인다.

    “도로공사 영업소(톨게이트) 231개소는 (도로공사 직원과) 수의계약이고, 경쟁계약은 18군데밖에 안돼요. 수의계약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하게 돼 있어요. 특별한 사유는 ‘시간적으로 급박’ ‘사실상 경쟁 불가’일 때 하는데 이건 위법입니다. 도로공사 퇴직한 사람들 떡밥 나눠주듯이 해서 그렇다는 얘기예요.”

    “외환위기 구조조정 때 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고…개선토록 하겠습니다.”(류철호 당시 도로공사 사장)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나라당 박순자 위원은 사전에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한다.

    “2008년 경기 하남톨게이트 공개입찰에서 27대1의 경쟁률을 뚫고 3년간 28억원 계약을 체결한 박○○씨 있죠. (이 사람은) 수의계약을 통해 2003~2006년 남대전톨게이트, 2007년 이천톨게이트 운영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분은 ○○지역본부 관리처장을 지낸 분입니다. 또 서○○씨도…공개경쟁입찰이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도로공사 퇴직자가 다시 공개입찰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계약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퇴직한 분들이 정년 전에 퇴직하셨습니다. 가능하면 전문 업체를 선정하고 싶은데, 그래도 (도로공사) 직원이 전문성이 조금 있다고….”(류 사장)

    “도공이 퇴직자 이후까지 책임지는 신(神)의 직장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말만 공개경쟁이지 입찰자격 조건이 제한돼 있다보니 대부분 도로공사 직원들이 가게 돼 있거든요.”(민주당 조정식 위원)

    퇴직 이후까지 책임지는 신의 직장

    “진입장벽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류 사장)

    시간이 지났을 뿐 2009, 2010년 국토해양위 도로공사 국감에서도 위원들의 지적과 류 사장의 답변은 비슷했다.

    “2009년 계약된 영업소가 55곳 있는데 수의계약이 33곳이에요…신설 노선이 개통되기도 전에 영업권을 퇴직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경우도 있어요….”(2009년 국감, 조정식 위원)

    “저희 직원 정년이 59세인데 54세에 퇴직을 합니다.”(류 사장)

    “2008년 국감에서 외주영업소 문제 제기한 바 있죠? 외주영업소의 93%가 우리 도로공사 퇴직자들로 선정됐다, 그때 사장님 답변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거 고치겠다’, 고쳤습니까?”(2010년 국감, 한나라당 현기환 위원)

    “저희가 정년이 59세인데 55세에 나가서 4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이 아니고 강제퇴직이라는 것을 이해해….”(류 사장)

    고속도로 영업소 운영권을 놓고 “수의계약을 하지 말라”는 의원들과 “도로공사 직원이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사장의 반복되는 질의응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왜 고속도로 영업소를 놓고 이런 공허한 질의응답을 계속할까.

    국토해양위원들의 문제의식은 퇴직한 도로공사 직원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영업소 운영권을 따낸다는 데서 생긴다. 2011년 11월 현재 전국 고속도로 영업소 316곳 중 도로공사 출신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영업소는 303곳(95.9%). 이 중 수의계약 건수는 해마다 늘어 2009년 270건(88.2%), 2010년 278건(88.5%), 2011년 9월 현재 288건(91%)에 달한다. 도로공사가 퇴직자들에게 운영권을 몰아준다는, 특혜 나눠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

    이런 결과를 놓고 도로공사 측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공기업 경영혁신지침)을 위해 정규직을 감원하면서 전면 외주화를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직원들의 ‘퇴로’를 열어둬야 하는데, 영업소 운영권을 챙겨줘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전 사장이 “정년 잔여기간만큼의 일감과 임금을 챙겨주는 것이니 이해해달라”는 말을 반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업소 96% 도공 퇴직자가 운영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경기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전경.

    도로공사는 200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3급 직원은 정년 3년 전부터 매년 10%씩 임금이 차감된다. 57세에는 임금의 90%, 58세는 80%, 정년인 59세에는 70%를 받는다. 2급 이상은 정년 4년 전부터 임금이 10% 차감돼 59세가 되면 전체 임금의 60%를 받는다. 따라서 현재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직전 퇴직한 직원들에게 남은 정년만큼의 영업소 운영권을 주고 있다는 게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정년이 보장된 상황에서 4,5년 먼저 나가는 직원에게 영업권을 줘 남은 정년만큼의 임금을 받아가는 걸 특혜로 볼 수 있나. 현직에 있으면 연봉 1억원 이상 받는다. 퇴사하지 않고 버티면 내보낼 방법도 없다. 그렇다고 고령층 직원에게 맡길 일도 별로 없다. 책상에만 앉아 있어도 월급을 줘야 한다. 영업소 운영권을 주는 것은 그 돈(정년 잔여임금)이라고 보면 된다.”

    도로공사 관계자 A씨의 말은 류철호 전 사장의 인식과 같다. 사실상 강제퇴직인 만큼 퇴직 이후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감사원 지적을 받고, 국정감사 때마다 영업소 외주화 문제를 개선하라는 질타를 받는 것은 왜일까.

    먼저 영업소 외주화 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95년 시작된 고속도로 영업소 외주화는 도로공사 직원들의 인건비가 과다하고, 오래된 일부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켜서 총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고속도로 신설로 영업소가 늘자 정규직원이 많아진 이유도 컸다. 이때부터 일부 퇴직 직원들에게 정년까지 영업소 운영권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으로 더욱 빨라졌다. 1995년 17곳이던 외주영업소(당시 직영은 89곳)는 1999년 116곳으로, 2001년 198곳으로 급격히 늘었고, 2009년 1월 전 영업소 외주화를 완료했다. 도로공사 직원들의 수의계약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06년 9월부터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했지만 공개입찰 영업소는 거의 없고, 공개입찰을 해도 대부분 도로공사 출신이 낙찰받았다. 이 문제는 기사 후반부에 살펴보기로 하자.

    2006년 도입한 임금피크제 역시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거나, 조기 퇴직을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노린 제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995년 도입 이후 퇴직 직원 대부분이 영업소 외주화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권을 따면서 이 제도는 일반화됐고, 사실상 전직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영업소 외주화’가 아니라 ‘영업소 전직화’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적용 직전에 직원들이 퇴직해 기존 임금을 보전해주는 통로로 활용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효율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 제도를 두고 도로공사 직원에 대한 특혜로 보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16년간 체결해온 수의계약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 목적 달성이 곤란한 경우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해당 물품의 생산자가 1인뿐인 경우 등 경쟁이 성립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한다. 도로공사는 이 법률 시행령 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 ‘차’목을 수의계약 근거로 든다. 그러나 ‘차’목은 ‘특정인의 기술·품질이나 경험·자격을 필요로 하는 조사·설계·감리·특수측량·훈련 계약, 특정인과의 학술연구 등을 위한 용역 계약, 관련 법령에 따라 디자인공모에 당선된 자와 체결하는 설계용역 계약의 경우’인데, 영업소 수의계약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도 이미 “통행료 수납업무가 특정 범위로 한정된다 할지라도 2인 이상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제한 또는 지명 경쟁 등이 가능하므로 수의계약은 곤란하다”고 해석한 바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수의계약

    공공기관이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영업소 수의계약으로 민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을 바꾸든지, 법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지만 도로공사는 16년간 이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법적 문제 외에 특혜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도로공사는 해마다 위탁수수료를 산정해 각 영업소와 위탁운영 계약을 한다. 해당 영업소의 차량 통행량과 요금 수납 직원의 최저임금, 경비와 이윤 등을 고려해 용역비(설계예산서)를 산출하고, 계약자와 계약금액 협상을 한다. 경쟁 입찰일 경우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받는다. 그 결과 도로공사 직원의 수의계약인 경우 영업소 위탁수수료 평균 낙찰률은 93.1%, 경쟁 입찰은 83.1%이다. 예를 들어, 도로공사가 A영업소의 1년 전체 운영비용으로 10억원이 든다고 설계(위탁수수료)했다면, 도로공사 출신 수의계약자는 9억3100만원, 공개경쟁 낙찰자는 8억3100만원에 1년간 운영계약을 맺는다는 얘기다. 도로공사 출신이 1억원가량 더 받는데, 이로 인해 한해 150억원 이상의 돈이 더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행료 29억9270만원을 걷은 동해고속도로 망상휴게소는 공개입찰을 통해 위탁수수료 4억1513만원에 낙찰됐지만, 19억2700만원을 걷은 동해고속도로 현남휴게소는 4억6000만원에 도로공사 출신 인사와 수의계약을 했다

    영업소 배정과 위탁수수료 산정에 명확한 원칙이 없는 것도 특혜 의혹을 부풀리는 이유다. 퇴직 시 직급이 높으면 위탁수수료가 높은 3,4개 영업소 운영권을 함께 배정하거나 수의계약 때 낙찰률을 높게 조정해준다. 도로공사는 매년 회계법인이 전국의 40,50곳 영업소에 용역비 산출을 의뢰해 그 결과를 가지고 인근 영업소의 위탁수수료를 산출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위탁수수료 산정과 낙찰률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게 전직 도로공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0년 87억여 원의 통행료를 걷은 경기 광주영업소의 위탁수수료는 7억8000여만원, 155억여 원을 걷은 곤지암영업소는 8억500만원에 각각 수의계약했다.

    ‘신동아’ 취재 결과, 도로공사 1급(처장) 출신 신모씨는 청원, 서청주, 천안영업소 세 곳을 운영하며 25억원가량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고, 3급 출신 김모씨는 문경새재, 풍기, 남김천, 다부영업소를 운영하면서 16억여 원을 받고 있다. 1급 출신이 운영하는 영업소(30곳)의 평균 위탁수수료는 10억5380만원, 2급 갑(44곳) 7억7836만원 등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전직 도로공사 직원의 말이다.

    “당해 퇴직 인원이 생기면 영업소 계약이 만료되거나 신규 영업소를 검토해 배정한다. 기준은 없고, 대략 영업소 수익을 예상해 퇴직자들에게 운영권을 준다. 고위직 출신에게는 회사(도로공사)에서 3,4곳의 영업소를 묶어 수익을 높여준다. 예전에는 1년에 수억씩 벌기도 했다. 또 수의계약 협상을 통해 낙찰률을 높여 위탁수수료를 많이 받기도 한다. 영업소 운영자는 장애인이나 새터민(탈북자)을 수납직원으로 채용해 정부지원금을 별도로 받기도 한다. 요즘은 낙찰률이 떨어져 수익이 줄었지만, 현직에 있을 때 임금보다는 많이 받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1급 간부에게 4급용 영업소 준다면 나가겠나?”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운영자 선정은 영업소 규모에 따라 1명이 운영하거나 2,3명이 공동운영하도록 계약한다. (신씨의 경우) 2007년 퇴직자가 적어 여러 곳을 가지고 나간 경우다.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직원 2명과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낙찰률을 조정해 수익은 1인 영업소와 비슷하게 줬다. 1급 간부에게 4급 퇴직자하고 비슷한 영업소 위탁수수료를 받아가라고 하면 나가겠나? 수의계약 낙찰률도 조정했다. 예전에는 수의계약 시 97%의 낙찰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2011년부터는 수의계약은 평균 89.1%, 공개입찰은 82.3%의 낙찰률로 조정했다.”

    국감 때마다 “퇴직금도 없이 나가는 직원에게 정년만큼의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던 도로공사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로공사 직원은 퇴직 후 수의계약을 통해 정년 잔여임기를 채우고도, 1차에 한해 연장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정년을 다 채우고도 계약을 연장, 혹은 신규로 수의계약을 하는 것은 특혜와 함께 평등권 위배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영업소 수의계약이 근절되지 않고 지금까지 시행돼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퇴직자에게는 영업소 운영권 외에도 기본급 6개월치를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한다. 2010년 한 해에만 17억7700만원을 위로금(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급의 경우 4200여만원(기본급 700여만원×6개월)을 별도로 받고 영업소 운영권을 수의계약했다. 별정직 직원과 현장직(무기근로계약직) 직원을 제외한 도로공사 일반직 직원은 4200여 명. 이들의 평균 연봉은 6680만원, 이사는 1억6841만원이다(2010년 결산 기준).

    도로공사는 답변서를 통해 “전체 영업소 중 30% 범위에서 우수 운영자와 연장계약을 한다. 영업소 운영자 재계약은 경영의지를 높여 영업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향후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도로공사 출신 직원에 대한 특혜 지적이 일자, 도로공사는 2006년 9월 공개입찰을 시범 도입했다. 도로공사는 신규 영업소와 계약이 끝나는 영업소를 대상으로 2012년까지 공개경쟁 입찰 비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2012년에는 계약 만료, 혹은 신규 개설 등으로 생기는 80곳의 외주대상 영업소 중 24곳(30%)에서 공개경쟁입찰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머지 56곳은 도로공사 퇴직(예정)자들의 수의계약 몫이다.

    그러나 이마저 그동안의 낙찰 결과를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도로공사가 국회 차명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9월 현재 공개 경쟁입찰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공개입찰에 부친 영업소 29곳 중 21곳을 도로공사 출신이 낙찰받아 운영 중이다. 경쟁으로 인한 원가절감과 공평한 기회 보장을 위해 도입한 일반 공개경쟁입찰에서도 도로공사 출신 인사들이 참여해 낙찰받은 것. 이들은 한 차례 수의계약으로 영업소를 운영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역본부 관리처장(2급)을 지낸 A씨는 2003~2006년 수의계약으로 남대전영업소를 운영한 뒤, 2007년 이천영업소를 재계약(수의계약)해 운영했고, 2008년에는 하남영업소 공개입찰에 참여해 2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다.

    도공 출신은 11점 ‘자동 확보’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가장 큰 이유는 공개입찰 기준을 도로공사 출신에게 유리하도록 정해 진입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반 민간업체가 경쟁입찰에 참가하려면 ‘5년 이내 통행료 수납업무 실적 10억 이상인 업체’여야만 가능했다. 이 조건을 갖춘 민간업체는 10여 곳 남짓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반면 정년을 5,6년 앞둔 도로공사 인사들이 퇴직 후 수의계약으로 영업소를 운영하면 자연히 이 조건은 충족된다.

    ‘도로공사 직원을 위해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비판이 일자, 도로공사는 2011년 6월부터 ‘5년 이내 1000면 이상 유료 주차장을 3년 이상 운영한 업체’도 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자격을 확대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전국의 주차장은 수십 곳을 넘지 않는다.

    또 하나. ‘공개입찰 심사항목 및 배점’ 구성도 민간업체가 신규 진출하기에는 높은 진입장벽이다. ‘신동아’가 입수한 영업소 입찰 심사배점 기준을 보면, 유료도로 관리 회사 근무경력 15년 이상의 사무장을 두면 5점, 사업수행기간 5~12년 미만은 6점을 주도록 했다. 도로공사 출신 퇴직자가 수의계약으로 영업소를 운영한 뒤, 경쟁입찰에 참여하면 11점을 따고 참여하게 된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2011년 6월부터 공개경쟁에서 사업수행기간이 17년 이상이면 10점, 12~17년 미만이면 8점, 5~12년 미만이면 6점을 배정했다. 그전에는 12년 이상이면 무조건 10점이었다. 당연히 도로공사 출신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 15년 이상 유료도로 관리 회사 근무경력이 있는 사무장을 두면 5점을 주는데, 신규 민간업체가 이 점수를 따려면 나이 70 넘은 도로공사 출신 인사를 따로 영입해 몇 백만원 쥐여줘야 한다. 현재는 유료도로 관리회사 경력이 15년 이상인 사람은 도로공사 직원 외에는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전문성’을 강조한다.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유경험자인 퇴직직원의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이패스 단말기와 국세청 통행료 수납 기계장치(Toll Collection System) 같은 첨단장비를 운용하고, 도로공사 본사 및 지역본부와 긴밀한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현재 2,3명의 도로공사 직원이 영업소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기할 점은 2011년 공개경쟁 입찰 영업소 10곳은 모두 민간업체가 낙찰받았다는 점이다. 참가자격을 확대하면서 민간 출신 기업의 참여도 늘었다. 도로공사 측은 공식적으로 “참여 자격을 확대하고 심사 기준을 개선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한 내부 관계자는 “올해 신규영업소나 계약이 만료되는 영업소 37곳 중 27곳은 이미 수의계약으로 퇴직자들을 충분히 소화했다. 경쟁입찰을 한 10곳은 수익률이 낮은 민자고속도로 영업소다. ‘도공 출신이 다해 먹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토해양부는 무엇을 했을까. 2009년 국감에서 당시 이재홍 도로정책관(현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은 수의계약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현재 국토해양부 담당자는 “2주 전부터 (도로공사에) 개선안을 내라고 수차 독촉했다. 외주화 공개경쟁 목표치를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영업소 수의계약의 위법성과 희망퇴직금 지급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젠 해법을 내놓을 때”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 안팎에선 “담당자의 잦은 인사교체와 무관심으로 이 문제가 방치됐고, 복잡한 이 문제를 풀어보려는 사람도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히려 명확한 영업소 배정 원칙이 없다보니 “공무원들도 퇴직 후 영업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돈다.

    현재 도로공사는 영업소 외주화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법 규정에도 없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수의계약을 하고, 계약을 연장해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도로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로공사의 현실을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등 구조조정 성과를 재촉하는 정부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전직 도로공사 관계자의 말에는 영업소 외주화의 복잡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조조정과 임금피크제를 제일 먼저 받아들여 앞장선 우리(도로공사)만 바보가 됐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영업소 외주화로 1552명의 정규직을 감원했고, 2012년까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507명을 추가 감원해야 하는 도로공사의 입장도 헤아려달라. 또 도로공사 직원은 본사와의 유대가 강하고, 눈이 오거나 추석 같은 대수송기간에 영업소가 해야 할 매뉴얼을 꿰뚫는 전문성도 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전문성이 특혜를 받으면서까지 우대받을 것은 아닌 거 같다. 퇴직할 때는 (영업소 수의계약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와 생각해보니 국민 시각에서는 특혜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이젠 정부와 도로공사가 그 해법을 내놓아야할 때인 거 같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