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면밀한 검토·사전조율 없는 油價정책이 불신 불렀다”

바꾸고, 고치고, 압박하고…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1-12-22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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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값 묘하다” MB 발언 뒤 10개월 만에 알뜰주유소 등장
    • 시중가보다 60~100원 싸게 공급…“일반 주유소는 고사” 반발
    • 과징금 2525억원 받은 업계는 “참여 할 수도, 안할 수도 없고….”
    • 사전 논의 없는 정책간담회…“실효성 있는 정책 나오겠나”
    • 해외 수입, 온라인시장 개설, 환경기준 완화…줄줄이 무산, 연기, 제동
    • 정부와 카드사만 ‘고유가 재미’…“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검토하자”
    “면밀한 검토·사전조율 없는 油價정책이 불신 불렀다”
    “정부가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일도 중요하다. 기존 유통시장이 있는데 어떡하란 말이냐. 거 참….”(정유사 관계자)

    “우린 농협주유소 물량을 싸게 공급받으려 참여한 거다. 현재 지켜보고 있다.”(농협 관계자)

    “수의시담(隨意示談)을 통해 입찰가격과 조건 등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 (2011년) 12월 말경 3차 입찰에서는 공급업체가 나올 거다.”(지식경제부 관계자)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알뜰주유소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설사 알뜰주유소가 본격 운영된다고 해도 후유증이 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2011년 11월4일 ‘알뜰주유소, 세상 속으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2011년 11월3일 석유공사와 농협은 공동구매를 위한 입찰공고를 했고, 11월 중 공급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입찰 계약이 발효되는 12월 중에 물량이 공급될 것이다…국내 정유4사의 독과점 구조로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판단하에, 알뜰주유소 정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공급자와 판매자가 활동해, 가격인하를 선도하고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국내 정유사로부터 대량으로 기름을 사들여 구입단가를 낮춘 뒤 알뜰주유소에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석유공사의 서산·용인기지 저장탱크를 이용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에는 여신 지원과 셀프주유기 설치 등 각종 지원을 해 L당 100원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500여 곳의 농협주유소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상표가 없는 자체브랜드(자가폴) 주유소 등을 우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고, 기존 주유소도 신청을 받아 2015년까지 전국 주유소의 10%(1300여 곳)까지 늘려간다는 복안이었다. 소비자의 기대도 컸다.

    당장 ‘세상 속으로’ 나올 것 같던 알뜰주유소는, 그러나 현재까지 산통(産痛)만 계속하고 있다. 시작부터 걸림돌이 생겼다. 당장 물량을 공급할 정유사를 선정하지 못한 것. 2011년 11월15일 제품 공급업체 경쟁입찰을 했지만 유찰됐고, 1주일 뒤 예정된 2차 입찰은 12월8일로 전격 연기됐다.

    국내 정유4사 중 현대오일뱅크는 “생산수급과 판매 규모를 고려할 때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며 입찰 불참을 선언했고, 나머지 정유사들도 정부의 예상가보다 높게 써내면서 2차 입찰도 유찰됐다. 일반 주유소 공급가보다 L당 최소 50원 이상 낮은 공급가를 원하는 정부, L당 20~30원의 영업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준에 맞추기 어렵다는 정유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의 산통

    기존 주유소 업계와 유관협회도 발끈했다.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사별 자영주유소협의회는 “알뜰주유소에만 싼값에 기름을 공급하면 자영 주유소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성토했고, 석유유통협회는 “민간 영역의 유통시장에 공기업이 끼어들어 불공정 경쟁을 하려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예고했다. 석유공사가 석유대리점 역할을 하면 그만큼 시장을 잃게 된다는 우려였다. 국내 석유유통구조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 3단계였지만, 1998년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유사→주유소 직거래가 허용돼 현재 유통구조는 양분돼 있다. 지경부는 석유공사→알뜰주유소로 직접 공급해, 줄인 비용만큼을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두 차례 유찰 이후에도 “알뜰주유소를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2011년 11월15일 2012년 업무보고에서 “내년에 알뜰주유소를 700곳까지 설정하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경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3차 입찰에서는 공급가 인하 같은, 입찰조건이 변경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세부내용은 말할 수 없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에 비해) L당 100원까지는 어렵겠지만 60원 이상 싸게 팔지 않을까 하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에 비해 60~100원 싸게 팔려면, 정유사로부터 시중 공급가보다 싸게 사오고, 여기에 사은품 미지급 등으로 20~50원가량 운영비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70~100원 싼 가격에 팔 수 있다. ‘60원’은 3차 입찰에서 정유사 공급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러나 유관협회와 업계는 여전히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차 입찰 때도 ‘마른 수건 다시 짜는 심정’으로 최저가격을 써냈다. 우리 회사 브랜드를 달고 있는 자영 주유소들도 배려해야 한다. 낙찰이 되어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축유 공급권한과 정유사들의 영업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석유공사와 정부에 ‘찍히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있다. 어쨌든 정부로서는 시작부터 체면을 구겼다. 그래서인지 지경부는 1차 입찰에선 보도자료를 내며 입찰 소식을 알렸지만, 2차 입찰은 조용히 진행됐다.

    “정부가 몽니를 부린다”

    “면밀한 검토·사전조율 없는 油價정책이 불신 불렀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1년 3월 서울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모습. 당시 윤 장관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 등은 정유사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했다.

    정책을 펴다보면 때론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추구가 지상과제인 만큼, 유·무형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경부는 “낙찰가는 정유사 간 경쟁으로 결정될 부분이며 저가입찰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밝히지만, 업계 반응은 다르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보도자료를 통해 “알뜰주유소 성공 여부가 석유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데 있다”고 강조한 정부가 정작 ‘알뜰주유소 성패를 결정할 공급업체와의 사전협의는 왜 안했을까’하는 의문 말이다. 2011년 정부가 발표한 각종 유가 안정 대책을 추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2011년 11월 초 발표됐지만, 그 시작은 2011년 1월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1배럴에) 140달러 갈 때 (휘발유 1L당 소비자가격이) 2000원 했다면, 지금 80달러 수준이면 조금 더 내려가야 하는데 1800~1900원 정도 한다. 어떻게 된 것이냐. 기름값이 묘하다”고 했다.

    이 발언이 있은 직후 임종룡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현 국무총리실장)이 “석유제품가격 TF팀을 구성해 가격결정구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섰고, 2월에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동안 국제가격과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왔다”고 거들었다.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도 “내가 회계사 자격증이 있다. 직접 기름원가를 계산해보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석유제품은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LPG 등 시장가치가 다른 20여 개 제품이 동시에 생산되는 ‘연산품(連産品·joint product)’이어서 개별 원가 산정이 어렵고, 개별 주유소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주유소를 상대로 씨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등심이나 갈빗살에 들어가는 생산비용이 얼마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경부와 공정위, 시민단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TF팀이 이 문제를 분석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오히려 최 전 장관이 회계 공부를 잘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연산품의 원가산정이 어렵고, 적정이윤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과 모니터링에도 한계가 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 기름값은 더 많이 오르고, 유가가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가격 비대칭성’ 현상은 있었지만 이 때문에 정유사가 폭리를 취했다고 할 수 없다.”

    TF팀은 “국내 석유제품 시장을 개설해 국내 수급요인을 반영하는 국내 가격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면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개설 △석유제품 가격공개제도 확대 △시장 감시기능 강화 △제6 독립폴 신설 지원 △자가폴 주유소 확대 △정유사 폴사인과 판매제품 일치 의무 완화 △한국석유공사 유통업 진출 방안 검토 △석유제품 수입 활성화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석유제품 품질기준 완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이었다.

    최중경 “기름원가를 계산하겠다”

    그러나 대책의 대부분은 기름값 논란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유가대책의 실효성 문제는 기사 후반부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앞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통령이 발언했고 서민 물가대책의 핵심이어서 (유가대책은) 부담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세금 인하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품질기준 완화까지 검토하며 일본산 석유제품을 수입하려 했지만 동일본 대지진 여파와 일본 정유사 수출 인프라 부족 등으로 물량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외국산 석유제품을 수입하려면 국내 품질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품질기준 완화는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성장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대기질 개선 사업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 수 있어 고심이 컸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유일하게 실효를 거둔 사례는, 업계 1위 SK에너지가 ‘3개월간 L당 100원 인하’를 단행한 것이었다. 2011년 4월이었다. 그러자 나머지 정유사들도 잇달아 100원 인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정유4사는 3개월간 모두 8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유가 고공행진으로 소비자는 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했다. 정부와 싸울 수도 없고, 정유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겠나. 그때는 그나마 할인기간이 정해져 있어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했지만, 알뜰주유소는 예측할 수 없다. 입찰을 꺼리는 이유도 이 문제가 크다.”

    2011년 7월 기름값 100원 인하 기간이 끝나자, 이번에는 ‘사회적 기업형 대안주유소’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공익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운영을 하고, 공공주차장 등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유소를 세우고, 석유공사가 해외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사은품 제공을 금지해 비용을 절감하고,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뼈대였다.

    앞서 TF팀이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의 결과물이면서, 알뜰주유소 정책의 전신이었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7월26일 유관기관(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자가폴 주유소 연합, 유관협회(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등), 석유수입업체, 대형마트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간담회를 연다며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전논의 없이 진행되다보니 정부 지침만 전달받은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미리 답(대안주유소)을 만들어놓고 협조해달라는 자리였다. 질문에 답했고, 앉아 있다가 듣고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이날 간담회 논의사항과 관련해 관계기관(석유공사, 대기업, 주유소협회, 중소기업청, 환경부 등)의 사전논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사전논의를 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은 “기름값 인하라는 명분을 내세워 충분한 준비와 검토 없이 미봉책에 가까운 대책들을 내놓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형 대안주유소 정책의 핵심이었던 석유제품 수입은 또다시 불발됐다. 한 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일본의 석유제품 세전 소비자가는 국내보다 높았고, 품질기준도 달라 수입하려면 별도로 보정을 해야 했다. 미국과 러시아까지 눈을 돌린다 하더라도 물류비와 기타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싼 가격에 사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4개월 뒤 대안주유소는 알뜰주유소로 구체화됐다. 석유제품 수입 대신 국내 정유사 기름을 구매하고 기존 주유소를 이용하는 알뜰주유소가 탄생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기름값 발언’ 이후 ‘고개고개 넘어’ 10개월 만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정유사 담합 과징금 2525억원

    정부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기간 정부와 국내 정유사들 간에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만 볼 수 없는 일도 많았다. 공정위는 정유3사가 원적지 관리(매출이 많은 브랜드 주유소를 다른 브랜드로 옮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를 위해 담합행위를 했다며 2011년 10월 25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정유3사는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 및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또 알뜰주유소 1차 입찰이 있기 전날(11월14일), 정유4사가 회원사로 있는 대한석유협회가 지경부 감사를 받았다. 앞서 2011년 2월에는 오강현 전 석유협회장이 연임 추인을 하루 앞두고 “국내 기름값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돼 연임이 불발됐다.

    그렇다면 정부의 각종 유가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정부가 유가정책의 핵심으로 꼽은 ‘한국거래소 석유온라인 거래시장’ 개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경부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면 공급금액의 0.3%를 세액공제하려 했으나, 기재위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부분이 설비투자를 해야 인정되며,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로 적용하기보다는 사후 보조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외국산 석유제품 수입을 위한 석유제품 환경기준 완화도 국회와 환경단체의 비판에 직면했고, 석유 수입업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비축의무를 폐지하려 했지만 석유수급 안정을 위한 법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을 통해 유사석유 제조, 운송, 판매 규제를 강화했다. 정유사의 판매대상(주유소, 일반대리점 등)별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은 추진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유가대책이 자주 바뀌고, 관계기관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것은 충분한 토의·협의 없이 서둘러 민심수습책으로 발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의 진단이다.

    “유가대책을 편 최중경 전 장관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회계학 원론에도 ‘연산품’은 개별 원가 산정이 어렵다고 돼 있는데, ‘원가를 따지겠다’며 나선 것부터가 문제였다. 지경부는 정유사 과점 문제를 지적하는데, 수조원이 투자되는 정유산업은 독과점 구조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정부가 그렇게 만든 거다. 과점 구조가 오히려 효율적이다. 일본에는 28개 정유사가 있지만 한국 석유제품을 사서 쓰지 않나. 정부는 과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관리하고 폐해를 예방하면 된다.

    알뜰주유소 정책도 부당한 재정지원으로 불공정 거래를 부추긴다고 본다. 아까운 세금을 축내고 정부 신뢰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검토나 관련 기관·업체와의 조율 없이 정책을 발표하다보니 실효성 없는 고유가 대책이 남발되는 것 같다. 지경부에 에너지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그의 말처럼, 알뜰주유소 역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민간사업자의 판매가격과 수급정보를 받고 있고, 석유수입·판매에 대한 부과금을 징수하는 권한을 가진 석유공사가 입찰 주체가 되면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주유소업에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농협 관계자가 “우리는 농협주유소 물량을 조금 싸게 공급받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선을 긋는 것도 이런 문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농협주유소와 고속도로 휴게소는 위치상 도시 운전자들이 그 혜택을 보기 어렵고, 알뜰주유소에 여신과 셀프주유기 설치 등을 지원하는 것은 특정지역 소비자에게 세금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지경부는 알뜰주유소 시설개선과 품질인증, 저리융자 등을 위해 2012년 예산으로 77억원을 책정해놓았다.

    이처럼 정부의 기름값 대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알뜰주유소 정책도 난항을 겪으면서, 소비자가 확실한 체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탄력세율을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을 쏟아내며 10원이라도 싸게 기름을 공급하려고 애쓰지만, 역설적이게도 고유가로 재미를 본 곳은 정부와 카드회사다.

    2010년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710.41원이었다. 이 가격을 뜯어보면, 유류세와 부가세, 관세 등 국가가 가져가는 세금이 936.21원(54.7%)이었다. 국제 휘발유가와 이윤(2.9%) 등을 합쳐 정유사는 677.34원(39.6%)을, 영업비·이윤(4.2%)과 카드수수료(1.5%) 등 주유소는 96.85원(5.7%)을 챙겼다. 2010년 기준 국내 정유4사 영업이익률은 2.2%(정유부문), 2011년 상반기 2.9%였다. 결국 세금에 손대지 않고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으로 기름값을 낮출 수 있는 범위는 영업비·이윤(7.1%) 119.9원 중 10~20원 사이다.

    반면 정부가 거둔 유류세수는 2000년 11조1532억원에서 2010년 22조429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국회 강창일 의원실에 따르면, 유류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당초 2010년 세입예산안에서는 11조695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징수액은 19.45% 증가한 13조9701억원이었다. 2조2751억원이 더 걷힌 것. 특히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부가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부가세는 유류세(정액)와 달리 정률로 부과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를수록 함께 증가한다.

    탄력 받는 탄력세율 조정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현재 법정세율로 정해진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 기본세액은 L당 475원(휘발유 기준). 그러나 이는 법정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한데, 현재는 법정세율에 +11.37%(L당 529원)를 탄력세율로 적용하고 있다.

    교육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L당 79.35원),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L당 137.54원)를 적용한다. 따라서 현재보다 11.37%를 낮춘 기본세액을 적용하면, 기름값은 L당 83.75원 내려간다. 여기에 -11.37%를 적용하면 세금은 L당 421원으로 낮아지고 기름값은 L당 167.5원 떨어진다. 따라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12월에 한시적으로 10% 인하한 바 있다. 유류세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 공약이었다.

    시중가보다 싸게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수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정유사가 국민의 고유가 고통을 외면한다”고 말하기 전에, 알뜰주유소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봐야 한다. 정책 남발과 잦은 시행착오로 스스로 정책 불신을 자초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억지 춘향 격’으로 정유사에 정책 참여를 종용하기보다는, 탄력세율 조정 같은 근본적인 대책도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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