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9일 정병국(6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상도동계 막내 뻘로,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후보를 도우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0년 초선(16대)을 시작으로 경기도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보수 정당 내 대표적 민주계 인사이자 개혁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국회에서 물러났다. 지난해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위원장은 “과거 ‘인물 중심 정당’이라고 해서 문제가 많았는데, 이젠 그조차 없다”며 “그저 패거리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이후 누가 ‘포스트 윤(尹)’이 될 것인가를 두고 패거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보수가 소수파로 전락, ‘여소야대’ 형국을 맞이한 까닭으론 “보수 정치인들이 혁신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며 “요즘 모습을 보면 ‘내가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기본적 생각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4월 총선에서 당선한 사람들 역시 줄을 서는 데 능하고,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자리 보전을 우선하고 있어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보수가 21대‧22대 총선 모두 수도권에서 참패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도 “결국 중도층 민심을 못 읽어서 그렇다”며 “지역을 잘 알고, 지지를 받을 만한 인사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르다보니 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적은 인재를 편에 따라 가르면 인물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2027년 보수가 재집권하기 위해선 극단적 지지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조언하며 “선거는 결국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려있다. 강성 당원과 극우층에 휘둘리다 보면 민심을 잃는다”며 “21대 총선에서 패배한 까닭도 황교안 당시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거리로 나가 ‘태극기 부대’와 같은 강성 지지층과 함께하는 바람에 중도층 민심이 모두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가 지향해야 할 모범 사례로 “국민만 바라본 덕분에 성공을 거둔 정치인”이라며 김재섭(37) 국민의힘 의원을 꼽았다. 김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보수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한 청년 정치인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보수가 가장 약세를 나타내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당선했다”며 “결국 정치는 유권자에게 ‘나를 파는 것’이기에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108석 소수 정당인 여당이 거야(巨野)를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은 7월 20일 발매되는 ‘신동아’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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