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 자화상

혼용’이란 단어를 저술에 남긴 소동파
‘무도’의 출전은 ‘논어(論語)’의 ‘계씨(季氏)’편을 비롯해 ‘한비자(韓非子)’ ‘사기(史記)’ 등으로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회와 정치의 분란, 바른 길을 걷지 않는 것, 보편적 상식과 정리를 벗어나는 것, 정도를 걷지 않고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과 폭군, 할 말이 없거나 방법이 없는 것 등 다양한 뜻으로 사용됐다. 특히 ‘사기’의 ‘진섭세가’에선 ‘벌무도(伐無道)’라고 해서 포악한 군주를 토벌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2015년 한 해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로 이렇듯 대단히 부정적인 두 단어가 합쳐진 ‘혼용무도’가 선정된 것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혹자는 지난 15년 동안 ‘교수신문’에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 중 가장 강력하다는 촌평도 내놓았다. 그만큼 우리 상황이 엉망이라는 지적일 게다. 더욱이 통치자에게 붙일 수 있는 최악의 수식어가, 그것도 합성이라는 부자연스러운 방식을 통해 선정될 정도라면 얼마나 심각한 현실 인식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혼용무도한 통치자와 그것을 바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긴 측근들의 행태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추상같은 책임 추궁이 따르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역사상 혼용무도한 통치자들의 행태와 최후, 그리고 그들을 혼용무도하게 만든 요인을 살펴보자.
중국 10대 혼용무도 군주
중국은 수천 년 왕조체제를 거치면서 약 600명의 황제나 왕을 칭한 제왕을 배출했다. 여기에 춘추전국시대 제후국의 최고통치자인 국군을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런데 거친 통계이긴 하지만 이들 제왕 중 제 명에 죽은 자가 절반을 조금 넘을 정도라고 하니 제왕이란 자리가 얼마나 불안한 자리였는지 알 수 있다. 분열기나 혼란기엔 비정상적으로 죽은 제왕의 숫자가 더 늘었다.하지만 이 수치의 이면을 좀 더 파고들면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삶을 마감한 제왕 대다수가 혼용무도한 군주였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제왕 중 중국 네티즌이 선정한 10대 혼용무도 군주의 행적을 간략히 소개한다. 이들보다 훨씬 혼용무도한 자도 많지만 행적이 비교적 뚜렷한 인물들로 한정했다.

혼군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의 하나는 과대망상이다. 수나라 양제는 그 중에서도 특히 증상이 심했다. 그림은 강남으로 놀러가는 양제의 요란한 행차 광경.(왼쪽) 마리 앙투아네트는 서양의 혼군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