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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벗어도 탈 너무 입어도 병

노출의 사회심리학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너무 벗어도 탈 너무 입어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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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에 인류가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을 때는 눈앞에 벌거벗은 여성이 어른거린다면 섹스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했다. 여성의 노출이 심할수록 남자는 더 큰 성적 욕망을 느낀다.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는 특수 안경(eye tracker)을 쓰면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주시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안경을 썼을 때 남자는 여성의 벗은 몸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성적 욕망은 다른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주로 남자가 소비자인 상품 광고에는 노출이 심한 여성이 등장한다. 맥주 광고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맥주에 젖은 여성과 침을 꼴딱거리는 남성의 모습을 연출한다. 자동차 광고에는 항상 아름답고 몸매 좋은 여성이 등장한다. 자동차 전시회를 가도 늘씬한 레이싱 모델이 마치 남자의 몸을 만지듯 자동차를 어루만진다.

연극성 인격장애(히스테리성 인격장애) 여성들은 타인의 이목을 끌기 위해 말하고 행동한다. 이들은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리액션’을 하듯 과장된 감정표현을 하고, 짙은 화장, 파격적인 색상과 디자인의 옷차림을 즐긴다. 과감한 노출을 통해 이성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반대로 노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여성도 있다. 화장도 하지 않고 치마도 입지 않는다. 여자답게 말하거나 행동하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솟구친다. 가끔 가슴골이 드러나는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지만 이는 노출을 하려는 게 아니라 편하기 때문이다.  





과다 노출의 경계

자신의 몸이 자랑스러워 노출하는 사람도 있다. 남성은 여성의 몸을 보면 무조건적으로 흥분하고 성적인 연상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생각은 다르다. 내 몸이 자랑스러워 나를 노출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성을 유혹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노출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지나친 노출을 지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들이 문제”라고 쏘아붙인다. 내가 호감을 느끼는 이가 내 몸을 바라볼 때는 흥분되고 좋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느끼하게 쳐다보는 것은 정말 싫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노출증과 정신과 질환에서 말하는 노출증은 개념이 다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노출증은 과도한 노출이다. 반면 정신과에서 정의하는 노출증은 성장애 중 성도착증의 일종이다. 그저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노출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출 자체보다 노출이 얼마나 적절한지가 중요하다. 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지만,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서울 강남역을 걸어 다니면 문제가 된다. 노출을 피하기 위해 긴 팔, 긴 바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도 비정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데, 부끄러운 나머지 옷을 입고 관계를 한다면 그 역시 정상이 아니다.

사회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옛날에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는 금기시됐지만, 요즘은 미니스커트와 민소매 블라우스가 그다지 심한 노출이 아니다. 그러나 아랍권에서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노출이다. 모피 의류를 반대하는 여성들은 집단으로 누드 시위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는 심한 노출을 하고 길거리 응원을 하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 평소보다 수치심을 덜 느낀다.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해도 된다. 평소 노출 복장을 즐기던 이는 이렇게 집단적으로 노출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펼쳐지면 남보다 파격적인 노출을 한다. 과도한 노출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그건 부적절한 노출이다.

공공장소에서 노출을 일삼는 ‘노출증 환자’는 법으로 처벌받는다. 노출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남자들이 팬티만 입고 출퇴근한다면? 여성들은 상당한 공포감을 갖게 될 것이다. 노출하는 남자의 심리에는 성적인 갈망이 숨어 있다. 노출을 극도로 피하는 여성의 심리에는 성적으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렸다. 나를 노출하는 만큼 위험해진다고 가정한다. 남성의 지나친 노출을 막는 것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노출을 즐기는 여성도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를 부러워한다고 생각하면 우월감을 갖겠지만, 남자들의 시선을 일종의 공격으로 인지하면 두려워진다. 자신의 노출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불쾌해진다. 그럼에도 노출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해 계속 노출한다.



부러운가, 불쾌한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상품은 어쩌면 우리의 몸이 아닐까. 모델이 입었을 때 아름다워 보이던 옷도 막상 내가 사서 입으면 멋이 없다. 내가 진정 사고 싶은 것은 옷이 아니라 모델의 육체적 아름다움이다. 나 자신이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다. 아름다운 몸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했으면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섹시함과 지나친 노출은 별 차이가 없다. 1960년대 영화 속 여배우의 파격적인 노출 의상도 지금은 흔히 입고 다니는 옷보다 노출이 덜하다. 지금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를 사고 싶어도 옷이 없다고 한다. 치마가 짧아지다 보니까 몸에 달라붙으면서 골반이 드러나는 바지도 나왔다. 이런 세상에 무조건적인 경건함을 강요하는 것이 가능할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부적절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자신 있게 노출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동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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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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