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진 ‘Are you going with me’. 1986년 LA 피코가에서 찍었다.
이런 김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신동아’ 사진기자인 김용해 부국장과의 친분 때문.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요리를 하는 그의 태도가 사뭇 진지해졌다. 항상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바라보던 그가 거꾸로 피사체가 되는 순간 생겨나는 묘한 긴장이 흘렀다.
김씨의 도전요리는 로스구이와 그린샐러드, 그리고 인스턴트 된장국. 조리법은 정말 간단하다. 먼저 로스구이용 쇠고기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골고루 뿌려서 취향에 따라 알맞게 익힌다. 그린샐러드의 주재료인 양상추는 손으로 뜯어 찬물로 씻는다. 칼이 닿으면 색이 빨리 변하고, 찬물로 씻어야 더 아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씻은 양상추는 물기를 빼고 그 위에 소스를 적당량 뿌리면 기초적인 그린샐러드가 완성된다. 양파와 피망을 함께 넣어 먹어도 좋다. 샐러드 소스는 오리엔털소스가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

어떻게 보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사는 김씨의 삶의 철학과 어울리는 요리다. 그도 그래서 이런 요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진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를 꿈꾼다. 그는 2년 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세계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미 세계적인 사진에이전트사인 ‘에이전시 뷰(VIEW)’와 전시 및 출판 활동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부와 명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내가 아프리카에 의술로 삶을 바쳤으니, 너는 사진으로 아프리카를 세계에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