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톨리니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룸 로마노. 로마와 운명을 같이한 곳이다.
로마제국 멸망과 함께 쇠퇴한 포룸
이제 위에서 내려다보는 포룸 로마노는 쓰러져가는 유적일 뿐이다. 한때는 바로 저곳에서 로마인들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민주정치를 이루어냈으며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들이 개선행진을 했다. 황제가 즉위하고 검투사들의 잔인한 살육을 보며 환호하던 곳이라니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고대 로마의 정치, 종교, 상업, 문화의 중심지였던 포룸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세기경 로마공화국이 건설되면서부터다. 로마가 지중해를 지배하기 시작한 기원전 3세기 말 2세기 초에 기념비적인 건축이 이뤄졌고, 그 후 강력한 세계제국으로 나아가는 시저와 아우구스티누스 시대에 최고의 영화를 누렸다. 그러다 서기 4세기경부터 포룸은 점점 쇠퇴하고 그에 따라 대제국 로마도 차츰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바티칸 광장을 둘러싼 거대한 건물과 기둥들은 사람들을 압도한다.(좌) 성 베드로 성당 안에 있는 교황 알렉산드르 7세 기념비. 베르니니의 작품이다.(우)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 입구에는 거대한 석상 두 개가 서 있다.
바티칸에서 우선 성 베드로 성당에 가보기로 했는데, 기다리는 행렬이 만만치 않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않는 이유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안고 있는 이 대리석 조각은 성당의 오른쪽 첫 번째 예배당에 있다. 이미 주위는 수많은 사람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간신히 유리로 가려진 이 조각 앞에 서자 무어라 형언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조각을 감싸고 있는 한없이 슬픈 분위기와 그와는 대조적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는 듯한 성모의 평온해 보이는 얼굴, 돌을 깎아 만든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세부묘사들이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아쉽게 발길을 돌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도인 베드로의 무덤 위에 지어졌다는 이 성당 안에는 특히 이탈리아 조각가 베르니니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그 화려함이 한때 유럽의 황제들을 발 아래 두었던 교황이 세속에서 누린 권위를 보여주는 듯하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는 멋진 웨이터들이 기다리는 레스토랑도 즐비하다.(좌) 나보나 광장 근처엔 거리의 악사와 예술가가 많다.(우)
스페인 계단 밑에 있는 바르카치아 분수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빈다.(좌) 아름다운 공원으로 둘러싸인 보르게세 미술관은 로마의 숨은 보석이라 할 수 있다.(우)
오랫동안 교황의 지원으로 지어진 바티칸 미술관은 유명한 예술품으로 가득하다.
카피톨리니 박물관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거대한 청동 두상.(좌) 먹을 것 많은 로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이스크림 가게.(우)
바티칸을 나와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양쪽에 거대한 석상이 서 있는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설계로 만들어져 아름답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곳인데 중앙에는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버티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는데 과거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부럽기도 하다. 광장 옆에는 카피톨리니 박물관도 있는데 한번쯤 방문할 만한 곳이다. 이곳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인 로마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가보아야 할 박물관이 많이 있고 그중에서 보르게세 박물관은 첫째로 꼽을 만한 장소다.
보르게세 박물관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둘러싸인 작은 저택으로 여기에는 베르니니의 작품 ‘아폴론과 다프네’ ‘플루토와 프로세르피나’, 카노바의 ‘비너스 빅트리스’, 티치아노의 ‘성과 속의 사랑’, 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 ‘바쿠스’ 등 보석 같은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당신은 특히 살아나서 눈물까지 흘리는 베르니니의 조각상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로마에서의 예술기행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나보나 광장으로 향한다. 상대적으로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곳인데 멋진 분수대가 여행에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해준다. 광장 곳곳에선 거리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고 옆에는 멋진 레스토랑들도 즐비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제 분수대 옆에 앉아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치려 한다. 아름다운 로마를 당신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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