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43,800원이 통장에 있다면 어떡하시겠어요? 공짜로 드리는 거지만 대신 오늘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통장에서 지워진답니다.
모두 금방 찾아 열심히 쓰겠지요. 공짠데….
이건 시간의 비유랍니다. 하루가 43,800초래요. 오늘이 지나면 없어지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통장에 있는 많은 것들이 영원한 줄 아는 바보들이지요.
저도 그래요. 특히나 저는 하루하루가 중요한데도, 바보같이 하루하루를 그냥 무의미하게 지워갑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당장 찾아서 좋은 일에 쓰세요. 저도 노력할게요.
오늘은 힘들지 않은 하루가 되길….
여러분도 행복한 시작이 되시길….
빨래하기 2000년 9월 15일
오늘은 남편이 회사에서 일찍 올 수 있다기에 엄마에게 쉬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빨래가 쌓여 있는 것이었어요.
아이와 남편이 시골에서 가져온 것과 제 것 등 삶을 빨래도 아주 많았습니다.
고민을 좀 하다가 제가 하기로 했지요. 물론 세탁기가 하는 것이었지만요.
하지만 삶은 빨래는 중간에 삶아주고 옮기고 하는 과정이 있어서 힘들었습니다. 큰 들통에 빨래를 삶고 그것을 다시 헹구려고 세탁기로 들고 가다가 정말 고꾸라질 뻔했습니다. 왜 그렇게 무겁던지요.
엄마는 이렇게 무거운 것을 매일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과 제가 왜 이리 힘이 없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빨래가 다 된 뒤 널고 나니 정말 시원하고 뿌듯했습니다. 원래 제가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남편이 화를 낼 정도였거든요. 또 빨아! 하고요.
저는 내가 하나 세탁기가 하지 하곤 했는데 이젠 세탁기에게 맡기는 것도 힘들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드렸다는 것이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픈 것도 덜한 듯했습니다.
저도 자꾸 뭔가를 해야겠어요. 그래야 살아 있다는 확신을 한번씩 하게 될 테니까요.
비가 많이 옵니다. 저야 원래 비 타입이어서 괜찮지만, 정말 지방은 걱정입니다. 이젠 그만 왔으면 합니다.
오늘의 기도에는 비피해에 대한 것도 첨가해야 할까 봐요.
쨍쨍한 가을 하늘을 기대하며….
형님의 이사 2000년 9월 18일
형님이 드디어 우리 동네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차로는 10분쯤 걸리는 곳이에요.
서울생활을 접고 시골생활로 들어오신 거지요.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많지만 이곳을 선택한 데는 저를 위한 배려도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까우면 얼굴도 더 자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형님이 이사한 곳은 저의 아파트보다도 더 쏙 들어가 있어서 산과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하고도 공기 차이가 나는 듯했어요.
어제 잠깐 들러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형님은 앞집 아주머니 얘기랑 이사할 때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여러 가지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우리 형님은 울트라맨이라니까요. 수다의 왕자….
아직 정리할 것이 많은 것 같아서 일찍 나왔습니다. 형님이 자꾸만 보고 싶네요.
잠깐의 외출에도 힘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머리로는 자꾸 나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군요.
무리를 했다가는 금방 몸이 반응을 합니다.
밥을 먹고 집 안을 왔다갔다하는 10분간의 운동에도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니까 자꾸 움직여야겠지요.
누가 그러더군요. 죽는다는 것은 침대에 누워만 있는 것이라고요.
여러분도 잊지 말고 운동하세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랍니다.
아이 마중 나가기 2000년 9월 20일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린 적이 있죠. 잘 다니고 있답니다. 며칠 안 가겠다고 떼를 쓰더니만 이젠 아침마다 잘 갑니다.
제가 힘들어서 아이는 종일반에 맡겼습니다. 거의 6시까지 유치원에서 논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제가 아이를 볼 수가 없으니….
작은 규모의 놀이방 때와는 통신문의 수준도 그렇고 교과 학습도 그렇고 꽤 체계적인 듯싶습니다.
이 녀석 아직도 자기반이 수업할 때 딴 반 가서 노는 모양입니다. 놀이방에서 자기가 왕초였으니 하고 싶은 대로 했던 버릇이 잘 없어지지 않나봐요.
6시쯤이면 제가 저녁 관장을 하는 시간이어서 할머니가 대신 마중을 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이 녀석 아파트 앞 슈퍼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하나씩 꼭 사옵니다. 저녁 먹을 시간인데도 막무가내랍니다. 할머니가 못 이기고 사주시는 거죠.
하지만, 제가 마중을 나갈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손잡고 집으로 곧장 향합니다.
이 어린 녀석도 무서운 사람이 있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나와서 신이 나서 잊어버린 건지….
이젠 말도 많이 늘어서 질문에 대답도 꽤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들에게 갑자기 질문하고 말 붙이고 해서 놀라고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왜 이리 자기 새끼는 이쁜 건지 밖에 나가보면 더 이쁘게 빛이 납니다.
내일은 유치원에서 견학을 가는 날입니다. 예쁜 원복을 입고 가야 할 텐데 개량한복이라 녀석이 거추장스러워합니다.
또 한 번 싸워야죠.
사는 이유, 아이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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