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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처럼 섹스하라! ”

‘색깔 있는’ 한의사 김경동 & ‘당당한’ 에로스타 정세희의 이색 제언

“황제처럼 섹스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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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性) 에너지는 인간의 원초적 에너지다. 도교에선 섹스 에너지를 삶의 근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금기시하는 사례는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다른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유독 성에 관해서만큼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의학 박사 김경동씨와 에로배우 정세희씨가 ‘섹스의 건강학’에 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방담(放談)을 나눴다.
두 사람은 5월28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날 강의에서 보조교재로 쓰인 것은 의학전문 인터넷방송 한메디TV(www.hanmedi.com)와 드림엑스(www.dreamx.net)가 공동제작한 ‘정세희의 파워섹스-황제의 침실’(이하 ‘황제의 침실’) 시리즈. 30분짜리 5부작인 이 동영상은 고대 왕실의 성 관련 비법과 동양의 성 비술을 망라한 성인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이 동영상을 30분간 학생들에게 보여준 뒤 정씨가 자신의 성 체험담과 성철학을 털어놓고, 학생들과 진솔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 뒷얘기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동국대 출신인 김경동(43)씨는 한의원을 운영하며, 올해 1학기부터 동국대에서 한방 비뇨생식기내과 과목 중 하나인 신계(腎系)내과학을 강의하는 외래교수. 1999년 성 칼럼집 ‘성(性) 동의보감’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한 스포츠신문에 ‘색(色) 동의보감’이란 칼럼을 연재중인 남성의학 전문가다.

지금까지 400여 편의 에로영화에 출연한 정세희(29)씨도 만만찮은 ‘재야의 고수(高手)’다. 지난해 자서전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를 펴냈고, 요즘은 한 주간지에 ‘정세희의 에로틱 세상’이란 칼럼도 연재중이다. ‘황제의 침실’에선 노출 연기 대신 ‘침실 전도사’격인 내레이터로 출연했다.

한방에는 성의학이 없다?



사회 : 우선 지난번 강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김경동 : (‘동의신계학(東醫腎系學)’이란 제목의 무척 두툼한 책 한 권을 내보이며) 신계내과학 교재가 이렇게 두꺼운데, 이 가운데 12쪽 분량인 ‘성의 기교’ 부분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이 부분은 문자로만 수업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이라 특강을 마련했죠.

사회 : 정세희씨를 초청한 특별한 까닭이 있을 텐데요.

정세희 : 제가 성(性)에 통달했다거나 성 이론에 밝은 건 절대 아니에요. 이번 강의의 주내용이 체위에 관한 것인데, 때마침 체위와 관련된 ‘황제의 침실’ 촬영에 진행자로 출연한 걸 안 김경동 박사로부터 섭외가 들어왔어요. 또 제가 에로영화를 많이 찍었고 성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니까….

사회 : 강의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요?

김경동 : 예전엔 한의대 교재에조차 체위에 관한 언급이 없었어요. 성의학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체위가 중요한가 하면, 과거엔 먹고 사는데 바빠 체위 같은 문제는 신경을 안 썼죠. 그러다 보니 병에 걸리면 병 치료만 하면 그만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병에 걸렸을 땐 무조건 부부생활을 중단해야 하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성생활이 중요해진 겁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간염이나 디스크를 앓는다고 칩시다. 그게 단 며칠이나 일주일 치료해서 나을 병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앓는 사람도 문제지만, 멀쩡한 배우자도 2~3년 이상 성 욕구를 억눌러야 하는데 이건 문제라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병을 치료해가며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한의학 고전(古典)엔 나온단 말이죠. 바람직한 한의사라면 환자에게 병이 있을 때 이런저런 체위를 택하라고 적절히 지도해줘야 마땅합니다. 환자 부부가 자기들 마음대로 성생활을 하다보면 자칫 병을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강단에 선 에로배우

사회 : 원래 한의대에서 이같은 강의를 해왔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뒷얘기가 빠질 리 없을 텐데요.

김경동 : 예전에도 교재엔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론 거의 모든 한의대에서 안했죠. 제가 처음 시도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대학 차원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결정으로 초청했는데, 다행히 정세희씨가 쾌히 응해줬습니다. 정작 문제는 강연이 있기 전 일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발생했죠. ‘에로배우 강단에 서다’는 헤드라인이 나가자 한의대 학장님이 “그런 강의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오셨죠. 그래서 대답했죠. “더욱 생생한 강의를 위해 정세희씨를 초청했다. 마침 체위 부분을 다룬 성교육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정씨는 그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했다. 그리고 에로스타인 만큼 성 관련지식도 적지 않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강의할 테니 허락해달라.” 그랬더니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에로배우가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냐는 거죠. 그래서 “다른 대학은 되는데 왜 우리 대학은 안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사회 : 정세희씨는 이번 강의가 ‘첫 경험’은 아니죠?

정세희 : 지난해 11월 부산 동아대에서 ‘한국 포르노그라피를 말한다’는 주제로 3시간 반 동안 초청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동아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최한 강연회였어요. 에로배우가 아니라 ‘전문직’으로 대우받았죠. 그런데 이번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김경동 : 한의대 학장님이 대학시절 제 지도교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의를 접으란 말씀을 저한테 직접 하시진 않고, 대신 바로 아래 주임교수를 다그친 겁니다. 그러나 제가 “에로배우가 강단에 서는 게 문제가 되느냐? 그러면 강단에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번엔 학생들이 대자보 붙이고 서명을 받는 등 난리가 난 겁니다. 강의 불허는 명백히 교권 침해라는 거죠. 강의 내용은 담당교수인 김경동 박사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제가 본과 3학년만 가르치는데, 전부 86명입니다. 이중 65% 정도가 강의를 해야 한다고 서명한 거예요. 그래서 결정했죠. “좋다. 그러면 공식적으론 초청강의를 안하는 걸로 하자. 그러나 일단 약속을 했으니 정세희씨가 그 시간에 올 수도 있다. 만일 오더라도 강단에만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 의자에 앉아서 강의하면 될 것 아니냐?”

정세희 : 그래도 결국 강단엔 섰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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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정리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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