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5월28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날 강의에서 보조교재로 쓰인 것은 의학전문 인터넷방송 한메디TV(www.hanmedi.com)와 드림엑스(www.dreamx.net)가 공동제작한 ‘정세희의 파워섹스-황제의 침실’(이하 ‘황제의 침실’) 시리즈. 30분짜리 5부작인 이 동영상은 고대 왕실의 성 관련 비법과 동양의 성 비술을 망라한 성인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이 동영상을 30분간 학생들에게 보여준 뒤 정씨가 자신의 성 체험담과 성철학을 털어놓고, 학생들과 진솔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 뒷얘기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동국대 출신인 김경동(43)씨는 한의원을 운영하며, 올해 1학기부터 동국대에서 한방 비뇨생식기내과 과목 중 하나인 신계(腎系)내과학을 강의하는 외래교수. 1999년 성 칼럼집 ‘성(性) 동의보감’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한 스포츠신문에 ‘색(色) 동의보감’이란 칼럼을 연재중인 남성의학 전문가다.
지금까지 400여 편의 에로영화에 출연한 정세희(29)씨도 만만찮은 ‘재야의 고수(高手)’다. 지난해 자서전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를 펴냈고, 요즘은 한 주간지에 ‘정세희의 에로틱 세상’이란 칼럼도 연재중이다. ‘황제의 침실’에선 노출 연기 대신 ‘침실 전도사’격인 내레이터로 출연했다.
한방에는 성의학이 없다?
사회 : 우선 지난번 강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김경동 : (‘동의신계학(東醫腎系學)’이란 제목의 무척 두툼한 책 한 권을 내보이며) 신계내과학 교재가 이렇게 두꺼운데, 이 가운데 12쪽 분량인 ‘성의 기교’ 부분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이 부분은 문자로만 수업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이라 특강을 마련했죠.
사회 : 정세희씨를 초청한 특별한 까닭이 있을 텐데요.
정세희 : 제가 성(性)에 통달했다거나 성 이론에 밝은 건 절대 아니에요. 이번 강의의 주내용이 체위에 관한 것인데, 때마침 체위와 관련된 ‘황제의 침실’ 촬영에 진행자로 출연한 걸 안 김경동 박사로부터 섭외가 들어왔어요. 또 제가 에로영화를 많이 찍었고 성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니까….
사회 : 강의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요?
김경동 : 예전엔 한의대 교재에조차 체위에 관한 언급이 없었어요. 성의학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체위가 중요한가 하면, 과거엔 먹고 사는데 바빠 체위 같은 문제는 신경을 안 썼죠. 그러다 보니 병에 걸리면 병 치료만 하면 그만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병에 걸렸을 땐 무조건 부부생활을 중단해야 하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성생활이 중요해진 겁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간염이나 디스크를 앓는다고 칩시다. 그게 단 며칠이나 일주일 치료해서 나을 병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앓는 사람도 문제지만, 멀쩡한 배우자도 2~3년 이상 성 욕구를 억눌러야 하는데 이건 문제라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병을 치료해가며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한의학 고전(古典)엔 나온단 말이죠. 바람직한 한의사라면 환자에게 병이 있을 때 이런저런 체위를 택하라고 적절히 지도해줘야 마땅합니다. 환자 부부가 자기들 마음대로 성생활을 하다보면 자칫 병을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강단에 선 에로배우
사회 : 원래 한의대에서 이같은 강의를 해왔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뒷얘기가 빠질 리 없을 텐데요.
김경동 : 예전에도 교재엔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론 거의 모든 한의대에서 안했죠. 제가 처음 시도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대학 차원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결정으로 초청했는데, 다행히 정세희씨가 쾌히 응해줬습니다. 정작 문제는 강연이 있기 전 일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발생했죠. ‘에로배우 강단에 서다’는 헤드라인이 나가자 한의대 학장님이 “그런 강의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오셨죠. 그래서 대답했죠. “더욱 생생한 강의를 위해 정세희씨를 초청했다. 마침 체위 부분을 다룬 성교육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정씨는 그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했다. 그리고 에로스타인 만큼 성 관련지식도 적지 않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강의할 테니 허락해달라.” 그랬더니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에로배우가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냐는 거죠. 그래서 “다른 대학은 되는데 왜 우리 대학은 안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사회 : 정세희씨는 이번 강의가 ‘첫 경험’은 아니죠?
정세희 : 지난해 11월 부산 동아대에서 ‘한국 포르노그라피를 말한다’는 주제로 3시간 반 동안 초청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동아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최한 강연회였어요. 에로배우가 아니라 ‘전문직’으로 대우받았죠. 그런데 이번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김경동 : 한의대 학장님이 대학시절 제 지도교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의를 접으란 말씀을 저한테 직접 하시진 않고, 대신 바로 아래 주임교수를 다그친 겁니다. 그러나 제가 “에로배우가 강단에 서는 게 문제가 되느냐? 그러면 강단에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번엔 학생들이 대자보 붙이고 서명을 받는 등 난리가 난 겁니다. 강의 불허는 명백히 교권 침해라는 거죠. 강의 내용은 담당교수인 김경동 박사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제가 본과 3학년만 가르치는데, 전부 86명입니다. 이중 65% 정도가 강의를 해야 한다고 서명한 거예요. 그래서 결정했죠. “좋다. 그러면 공식적으론 초청강의를 안하는 걸로 하자. 그러나 일단 약속을 했으니 정세희씨가 그 시간에 올 수도 있다. 만일 오더라도 강단에만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 의자에 앉아서 강의하면 될 것 아니냐?”
정세희 : 그래도 결국 강단엔 섰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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