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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따라 200리, 꽃길 따라 80리 전남 구례·경남 하동

이 산 저 산 흐드러진 꽃잔치, 오매 환장하겄네

섬진강 따라 200리, 꽃길 따라 80리 전남 구례·경남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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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설을 뚫고 나온 섬진강 매화가 눈송이처럼 날릴 때 구례군 산동면 마을마다 산수유가 산허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그 색이 바랠 무렵 하동 80리 벚꽃이 화사한 얼굴을 내민다.
  • 사이사이 피고 지는 진달래, 철쭉, 배꽃, 사과꽃은 덤이다.
  • 지리산 자락, 섬진강의 봄은 꽃바람 속에 무르익는다.
섬진강 따라 200리, 꽃길 따라 80리 전남 구례·경남 하동

국내 최대의 산수유 단지인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꽃잎은 길이가 4~5mm에 불과하나 촘촘히 피는 데다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만개해 장관이다.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해 전라남도 곡성과 구례,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 다시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이 꽃이 지는가 하면 저 꽃이 피고, 저 꽃이 지기도 전에 질세라 피어나는 흐드러진 꽃사태에 외지인들은 넋을 잃는다.

예로부터 구례는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다운 땅”이라 했다. 큰 것은 지리산, 섬진강, 들판이요 아름다운 것은 경관, 넘치는 소출, 넉넉한 인심이다. 또한 전남 동북쪽 소백산맥 남단에 위치한 구례군은 행정구역상 3개 도 5개 시군이 만난다. 북쪽은 남원, 동쪽은 하동과 지리산 줄기, 서쪽은 곡성, 남서부는 순천시와 섬진강, 동남쪽은 광양시와 백운산이 감싸는 지형이다. 사통팔달 영호남이 어우러지는 이곳 인심이 넉넉하지 않을 수 없다.

산수유축제가 막바지에 이른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계곡을 따라 오르며 얼굴도 씻고 손도 씻어 겨울 묵은내를 지운다.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나무를 가져다 심었다 해서 ‘산동’이라 불린다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중국 산동(山東)이나 구례군 산동(山洞)면이나 산수유 주산지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산동면에서도 북쪽 상위마을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세상의 꽃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나 불가에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화엄(華嚴)이 있다. 불법의 진리를 체득하여 정각을 이룬 공덕의 꽃은 결코 시들지 않나니 화엄사 대웅전 독경소리를 들으며 이번에는 세속의 때를 씻는다. 지리산 자락에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 8개의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 한국 불교문화의 요람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화엄사는 각황전, 4사자3층석탑, 각황전 앞 석등, 영산회 괘불탱 등 3점의 국보와 대웅전 등 5점의 보물을 지닌 명찰이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국보나 보물로 사찰의 가치를 매기는 게 얼마나 불경한 일인가.

섬진강 따라 200리, 꽃길 따라 80리 전남 구례·경남 하동

◁ 섬진강 물이 잔잔한 이유는 원효대사의 효심 때문이라고 한다. 강물 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에 원효는 섬진강으로 달려가 불공을 드리고 물소리를 오산 밑에 가둬버렸다는 설화가 전해진다.<br>▷ 조선 영조시대에 방풍림으로 조성한 1000여 그루의 노송숲이 현재 하동 송림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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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사진: 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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