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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콩비지

입 안에서 ‘예술’ 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콩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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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년 풍(豊), 머리 두(頭), 오를 등(登), 예도 예(禮). 풍년기원제와 관련된 이들 한자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기본부수가 바로 ‘콩 두(豆)’다. 태고부터 콩은 풍요의 씨앗이자 한자 문화권 민족의 주곡이었다.
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콩비지
서울과 인접해 있지만 시골풍이 물씬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중고개마을. 그 한켠에 자리잡은 비닐하우스형 무허가 건물에 전위예술가 무세중(巫世衆·본명 김세중·대동전위극회 대표·67)씨가 살고 있다. 마을 어귀에 커다란 글씨로 ‘무세중’이라고 쓴 입간판이 있어 집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르는 이들이 보면 ‘카페’이름으로 오해하기 쉽다.

무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인스턴트 음식이 만연한 요즘 세태를 개탄했다. “젊은이들이 왜 라면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콩 한줌을 물에 담가놓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면 다섯 배 정도로 불어요. 그 콩을 믹서에 갈아서 뼛국에 넣어 끓인 후 양념장으로 간을 해 먹으면 맛이 그만인데. 단백질과 지방,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소도 풍부해서 라면과는 비교도 안 되죠.”

무씨는 콩 신봉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겨울에는 콩으로 콩비지나 콩죽을 만들어 먹고, 여름에는 콩국수를 즐긴다. 콩에 대해 상당한 연구도 했다.

“콩은 천신께 바친 최초의 곡물이에요. 밝음을 지향하는 우리 문화의 정신적, 육체적 씨앗이죠. 흔히 말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최고가 바로 콩입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도 모두 콩으로 만들어진 것이에요. 요즘엔 콩이 없으면 못살 것 같아요. 내 DNA가 콩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니까요.”

무씨가 이처럼 콩에 집착하는 것은 그의 건강과도 무관치 않다. 무씨는 행위예술 또는 전위예술이라고 불리는 국내 퍼포먼스(performance)계의 1세대 작가다. 지난 3월24일 부인 무나미(본명 이나미·45)씨와 함께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로부터 제2회 한국ITI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이야 국내외 연극예술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지만, 과거 오랜 세월 동안 그는 이방인이었다.



무씨의 전위예술적 철학과 사상은 무속신앙 ‘굿’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살풀이, 탈춤, 마당극 등 전통 민속극에 전위적 행위예술이 더해져서 완성된 것이다. 그의 작품은 연극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통 민속극도 아니었다. 때문에 국내 예술계 어느 곳에서도 그의 예술세계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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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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