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의학을 창안한 구한서 원장은 25년간 5만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포스트 게놈 시대에 의학은 새로운 의학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환자의 개별적 특성을 무시한 채 증상별 치료에 몰두해온 종래의 의학개념에서 ‘유전자형에 근거한 개인화된 진료’라는 새로운 개념의 ‘체질의학(맞춤의학)’으로, 또 발생한 질병의 치료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질병 자체를 예방하는 ‘예방의학’으로 그 무게중심이 바뀐다는 것.
흥미로운 것은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유전자 질환 연구의 마지막 과제가 2000여년 전 동양의학이 제기한 체질의학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동양의학의 조종(祖宗)이라 할 만한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일찌감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고유 체질이 정해져 있으므로 환자의 체질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며, 개인마다 특정 질환에 걸릴 감수성이 높은 오장육부가 정해져 있으므로 미리 이에 대처하면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동양의학판 게놈 연구서라고 지칭할 만한 ‘황제내경’의 운기체질론(運氣體質論, 체질의학이론)이 다시금 조명받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운기체질이론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과 유럽에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국인 대체의학자 구한서(具翰書·72) 한서자기원 원장은 체질의학 혁명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황제내경’의 운기체질을 현대인에 맞게 응용, 발전시켜 새로운 개념의 체질의학을 구현한 구 원장은 “운기체질이론은 질병 중심의 의학이 아닌 개인 체질 중심의 의학이자, 질병의 적극적인 예방을 추구하는 의학이론이라는 점에서 유전자 연구를 통한 맞춤의학을 추구하는 유전학자들에게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2004년 말 ‘5만명 살린 자기(磁氣)요법’(동아일보사)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구 원장은 “모든 질병은 체질병이자 장부병”이라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거의 모든 질병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는 개개인의 고유한 체질, 즉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육부(담, 소장, 위장, 대장, 방광, 삼초)의 허실(虛實)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의학계에서 명명하는 세균성이든 유전자 이상이든 천차만별인 질병은 모두 장부의 허실에 따른 오장육부의 부조화가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오장육부 허실에 따른 개개인의 고유한 체질은 바뀌는 법이 없습니다. 이것이 동양의학적 유전자 이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체질의학 혁명의 선봉장
이 같은 구 원장의 독특한 의학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황제내경’에 나타난 의학이론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제내경’ 운기론(運氣論)에 의하면 인간은 저마다 오장육부의 허실을 타고난다. 위장이 강하고 심장이 약하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심장이 강하고 위장이 약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 소화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평소에 다른 사람보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위장에 탈이 나는 일이 잦다.
이때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발병 환경이 조성되면 체질적으로 약한 장부인 위장과 소화기관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그러다 마침내 몸 전체의 균형이 깨져 다른 장부와 기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는 상생상극(相生相剋)에 의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인데, 음(陰)의 기운인 오장과 양(陽)의 기운인 육부가 마치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는 이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체의 유기적 시스템에 의해 오장육부의 절반 이상에서 상호 균형이 깨질 때 비로소 ‘발병’이란 증상이 나타난다. 비교적 건강하게 타고난 장부로 확산된 병도 근본 원인을 찾아보면 선천적으로 약한 장부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게 구 원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