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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청정식품 통영 굴

한겨울 원기 불끈 돋워주는 ‘바닷속 비아그라’

세계가 인정한 청정식품 통영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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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의 굴맛은 ‘꿀맛’이다. 오늘날 맛 좋은 굴의 대명사가 된 통영 굴은 한려수도의 깨끗한 바다와 철저한 품질관리에 힘써온 양식 어민들의 합작품이다.
  • 하늘과 바다와 사람이 합심해 일궈놓은 통영 바다의 굴밭을 둘러봤다.
세계가 인정한 청정식품 통영 굴
“통영굴 사이소!”

오늘도 어김없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아낙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잠들어 있는 도시의 새벽을 깨운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겨울철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소리다.

사실 도시의 비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화물차 행상뿐만 아니라 시장의 어물전에서 팔리는 것들 가운데는 진짜 통영 굴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굴의 대명사가 된 통영 굴이라는 이름만 내세워도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굴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더 좋아하는 해산물이다. 굴을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정력제로 여겨온 서양인들은 “Eat oysters, Love longer(굴을 먹어라, 그러면 보다 오래 사랑할 것이다)”라는 말을 즐겨 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말이다. 굴에는 에너지의 원천인 글리코겐과 성 호르몬을 활성화시켜 ‘섹스 미네랄’로도 불리는 아연(Zn)이 많다. 그래서 고대 유대인들은 굴을 먹는 것을 종교적 금기사항으로 여겼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예로부터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서양인은 패류나 어류 등의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굴만은 유독 날것을 선호한다. 특히 역사적 인물들 중에는 병적일 정도로 굴에 집착한 사람이 적지 않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는 한번에 12다스(144개)의 굴을 먹었다고 하고, 고대 로마의 황제 위테리아스는 한번에 굴 1000개를 먹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리고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는 템스강 하구에서 나는 굴의 깊은 맛에 매료된 나머지 대군을 동원해 영국 원정을 꾀했으며, 나폴레옹 1세는 전쟁터에서조차 하루 세끼 식사를 굴로 때운 날이 많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굴에는 글리코겐과 아연만 풍부한 게 아니다. 칼슘, 타우린, 비타민 A·B·C, DHA, EPA 등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린다. 특히 굴에 함유된 칼슘은 흡수가 빨라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맛이 ‘꿀맛’이라는 한겨울 날. 그 이름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통영 굴의 진가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먼길을 달려 통영 바다를 찾았다. 통영이 가까워지자 눈에 잡히는 바다는 굴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들로 눈이 내린 듯 새하얗다. 우리나라 유일의 굴 전문 수협인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이하 굴수협, 055-645-4513, www.oyster.or.kr)에서 내준 어업지도선을 타고 통영 앞바다로 나갔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통영항을 벗어나자마자 하얀 스티로폼 부표들이 줄지어 늘어선 굴 양식장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올망졸망한 섬과 구불구불한 해안선, 시리도록 푸른 빛깔의 바다와 하늘, 오(伍)와 열(列)이 정연한 양식장의 부표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독특한 풍치를 연출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항해하는 뱃전에 서 있노라니, 어렴풋한 기억 속의 뱃노래 가락이 저절로 입안에서 맴돈다.

“이 곳 자란만 사량도 해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 청정해역(Blue belt) 중 하나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곳 외에도 거제 한산만, 통영 산양, 여수 가막만, 고흥 나로도, 남해 창선 등 6개 지역이 수출용 패류 생산해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의 인증을 받았기에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셈이죠.”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

지도선에 동승한 굴수협 유통판매과 김성현(36)씨의 말이다. 수출용 패류 생산해역은 해마다 FDA가 직접 파견한 조사원이나 국내의 지정 검사원으로부터 정밀한 현지 실사를 받는다. 수질 오염도, 채취와 가공방법,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사해서 한 가지라도 기준 허용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대미 수출이 금지되거나 FDA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고 한다.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에서는 우리나라 굴 유통량의 약 90%가 생산된다. 한려수도가 세계적인 굴 산지가 된 것은 수질 때문만이 아니다. 수백 개의 섬과 매우 복잡한 해안선으로 이뤄진 한려수도의 지형적 특징이 좋은 굴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근 육지와 섬에서 만들어진 영양소가 바다에 대량으로 유입됨으로써 맛과 영양이 풍부한 최고의 굴이 생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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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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