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성인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젊은 남녀가 언론에 나와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수준에 이른 것. 이런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앞장선 사람이 바로 한국성과학연구소장이자 이윤수 비뇨기과병원장인 이윤수(李倫洙·50) 박사다. 이 원장이 1997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성인남성을 대상으로 성의식 및 성생활을 조사, 분석해 발표한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보고서는 ‘다른 부부들의 성행위 빈도는 어느 정도일까’ ‘성 트러블이 부부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등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궁금증들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이 보고서는 또 ‘남성 10명 중 8명이 혼외정사를 경험’했고, ‘인터넷을 통해 만난 남녀의 71%가 성관계로 발전’했다는 새로운 통계수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문제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1998년 컴퓨터를 이용하는 청소년과 전국 6대 도시 여성을 대상으로 성의식 및 성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요리를 돕고 있는 둘째아들 승원군과 부인 정미라(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씨. 이 원장의 친구 김대환(한일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맨 오른쪽)씨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루기까지 이 원장이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사실 비뇨기과는 이 원장이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던 1980년대 초만 해도 의대생들이 가장 기피하던 전공분야였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이 당시 인기과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비뇨기과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의대 예과 2학년 때 신장 요로결석으로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비뇨기과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