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비더미 속에서 달걀 익히기. 퇴비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뜨거운 열이 나온다. 사진에서는 69℃다.
요리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우리 집안 식구 사이의 권력(?) 관계를 보면 나는 껍데기일 뿐 힘은 아내에게 쏠려있는 듯하다. 그 힘의 원천은 ‘밥상’인 것 같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 엄마에게는 고마워하지만,농사일을 한 나는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서운한 마음에 “이 밥상은 대부분 아빠가 농사지은 걸로 만든 거야” 하며 나를 내세워보지만 왠지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손수 반찬을 하고 아이들이 잘 먹었을 때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이 힘이 누군가를 누르는 건 아니다. 단지 끼니를 같이하는 식구 사이에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열쇠가 된다. 그런 점에서 밥상을 손수 차려낸다는 것이야말로 ‘자기 권력’을 완성하는 게 아닐까.
아내는 식구를 위해 밥상을 차리지만 나는 우선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그 대신에 준비에서 먹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설렘을 맛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밥상 전체를 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참새 한 마리로 온 식구가…
밥상의 설렘이란 먼저 맛보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한번은 비닐 집에 문이 열린 사이로 참새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문이 닫혔다. 참새가 도망가려고 이리저리 난다. 잡아야지.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지난해부터 부쩍 많아진 참새. 우리집 처마 곳곳이 참새 둥지다. 아예 참새 아파트다. 참새가 많아지니 닭장에도 오리장에도 참새들이 모이 찾아 날아든다. 한꺼번에 열 마리쯤 날아들 때도 있다.
비닐 집에 갇힌 참새. 제 놈이 날아보았자, 비닐 집 속이다. 이리저리 날다가 힘에 부치는지, 곧 땅으로 떨어진다. 잡았다. 아내가 신기하다며 참새를 자세히 보고 싶단다.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날개, 발가락, 똥구멍, 부리….
이 놈을 어떻게 먹지? 우선 머리와 발을 떼어 고양이에게 주었다. 껍질을 벗기는데 잘 벗겨진다. 닭 잡는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다. 털을 다 벗기자, 정말 먹을 게 조금밖에 안 된다. 참새구이가 맛있다지만 구웠다가는 그나마 먹을 게 없겠다. 일단 삶아야겠다. 내장을 들어내는데 알이 한 개 보인다. 위는 어디 있나. 너무 작아 잘 안 보인다. 그래도 이리저리 찾으니 붉은빛이 나는, 작은 손톱만한 게 있다. 닭을 잡으면서 익힌 느낌이다. 칼로 살짝 반을 가르니 역시 똥집이다.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끓인다. 이걸로 무얼 해 먹을까.
참새 한 마리로 온 식구가 먹을 수 있는 메뉴. 아무래도 죽이 좋겠다. 아침에 불려놓은 찹쌀을 냄비에 담아 물을 붓고 끓인다. 통마늘 몇 조각. 참새도 새인지라 약간의 누린내가 난다. 생강을 조금 넣고 함께 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