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다르마 싱 킬샤·카메론 스타우스 지음/장현갑 외 옮김/학지사/504쪽/1만5000원
“사실은 내가 언제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등산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점심 약속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은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병원을 찾아 기억력 검사를 받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난 뒤 새로운 소망이 하나 생겼다. 나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책임지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원제 ‘Brain Longevity’)에서 나는 소망을 실현할 싹을 발견했다. 이 책은 흔히 ‘황혼의 덫’으로 알고 있는 치매가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재앙이 아님을 알려준다.
우리의 뇌는 기술 문명이 발전하면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휴대전화, 컴퓨터, 팩스, 텔레비전이 내는 문명의 소음 때문에 뇌는 단 10분도 편안하게 휴식할 수 없다. 생활이 편리해진 대신 우리의 뇌와 신경계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뇌에 관한 단순한 진실
우리가 어릴 때는 물 한 동이를 긷기 위해 동네 어귀까지 나가야 했다. 불편하긴 했지만 자연을 접하고, 이웃을 만나는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생수 한 병을 사기 위해 집 앞 편의점을 갈라치면 자동차 소음과 상점에서 크게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견뎌내야 한다. 생수 한 병을 사는 것이 물 한 양동이를 긷는 것보다 덜 수고스러운 대신 뇌와 신경계는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청년 실업이 장기화하고, 중년에 이미 명예퇴직을 염려해야 하는 우리 사회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더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며, 가족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적절하게 분비되면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과잉 분비되면 뇌의 세포를 파괴하여 인간의 인지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10년 전만 해도 치매는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인식됐으나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물론 예방도 가능하고 뇌의 젊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뇌는 여전히 우리에게 신비와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한 가지 진실이 있다. 뇌도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살과 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하면 뇌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피부미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정력에 좋다는 약과 보양식을 찾으면서 뇌에 관심을 갖고 뇌에 필요한 영양분을 주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다. 10년이 넘는 임상 경험의 결과에 따르면 뇌도 피부처럼 영양물질을 제공해주면 잃어버린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지혜가 합쳤다. 서양의학은 치매의 원인을 특정 요소에서 찾아내어 치료하지만 질병을 전체로 보지 못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복잡한 생물학적 유기체에 이런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유기체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내부의 자연 치유력을 향상시키면 치매와 같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심신의 통합을 강조한다.
치매의 예방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 동양과 서양의 학문이 만나 내린 결론은 여러 치료 양식을 합성한 다중 치료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