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그늘이란 게 뭘까요?
이혜영 제 얘기부터 할게요. 저는 한국에도 갈 데가 많은데 왜 달러를 쓰러 나가느냐는 주의였는데,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어요. 그러다 네팔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했는데 코끼리가 움직이질 않는다고 조련사가 갈고리로 코끼리 머리를 내리찍더라고요, 피도 나고 그러는데 조련사는 이렇게 해야 얘네들이 자극받는다는 건데, 이걸 보니 여행이 즐겁지가 않았어요. 안나푸르나 트레킹할 때도 그랬죠. 포터를 고용했는데, 사람이 할 일이 아니더라고요. 등산화 신은 내가 슬리퍼 차림인 사람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우니…. 한국 사람들은 백숙 해먹는다고 압력밥솥도 (포터들에게) 이고 가게 하던데, 사람한테 40,50㎏씩 짐을 지고 그 높은 산을 오르게 하고 3,4달러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김현아 인도 파키스탄 지식인들은 벌채를 하지 말자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할 수밖에 없고. 나이로비에서 몸바타로 가는 기차에서 나는 편히 침대차로 가는데 서서 밤새우는 사람을 보는건…. 기쁨과 불편이란 두 감정을 느끼는 건 여행자의 운명이었습니다. 난민촌을 보면서 나는 충만한데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니 불편하죠. 유럽에 가면 안 그런데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가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회사로 빠져나가고 현지의 공동체에 돌아가는 것은 단지 1~2%뿐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현지에 남는 돈은 더욱 작아진다.- ‘투어리즘컨선(Tourism Concern) 보고서’ 중에서
▼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셨어요?
권혁란 저는 패키지여행 마니아였어요. 7,8년 동안 전업주부로 있다 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프(여성 전문잡지)에서 일했는데, 틈틈이 다녔죠. 그전에는 여행이라고 해봐야 시부모님 모시고 가는 건데 그게 어디 여행인가요? 밥해대느라 바쁜데…. 여행에 갈급해 하던 저는 1박3일 도깨비여행이든 9박10일 단체여행이든 다녔어요. 처음에는 너무 좋았죠. 새로운 거 많이 보고, 그런데 루트를 따라가보니까 조금씩 불편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린애들 손목 잡고 올라가는 한국 남자 보는 것도 그랬고, 그 여리디여린 손으로 발을 주무르는 데 참….
최정규 마사지 같은 건 패키지 상품에서 빠질 수가 없어요. 여행사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사실상 패키지 요금을 보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싸거든요. 그렇다면 누군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행사는 그 손해를 없애기 위해 별거 다 해요. 여행사에서 5년 일하고 그 뒤로 5년간은 여행 작가로 일한 저니까 누구보다 그 생리를 잘 압니다. 100만원짜리 상품이라고 해도 가이드 팁 15만원, 필수 옵션 몇 개 더하면 150만원 금방 되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 생각 안 하고 패키지가 싸다고만 생각해요. 여행사가 관광객 스케줄에 관광코스를 넣고, 마사지 옵션을 넣어 커미션을 받는데도 말이죠. 그러니까 그렇게 산 물건들이 현지 것보다 비싼 거예요. 게다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외지인들에게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음식 중 70%는 한국인 식당에서 한국음식 먹고, 해외자본이 운영하는 3성급 이상의 호텔에서 자고…. 현지인한테 돌아가는 수익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수익구조 분석하면 현지인에게 10%도 안 돌아갈 거예요. 현지인들 좋고, 가는 우리들도 좋은 여행을 만들고 싶은 것도 그래섭니다.
대학시절에 후배 1명 데리고 보길도에 간 적이 있는데, 한참을 걷다 우연히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됐어요. 이것저것 얘기하다 자식 얘기 옛날 얘기하면서 서로 울었어요. 마침 그분들이 민박을 하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엄청 미안해하시면서 하루에 2만원을 달라 하시더라고요. 그 많은 사람이 머무는데, 엄청 싼 거죠. 그런데도 끼니때마다 반찬이랑 챙겨주시고, 더 못 줘 미안해하시고…. 그래서 떠나면서 도리어 돈 모아서 고기 사드리고 왔어요. 그런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는 거, 그게 여행이죠. - 최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