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라디오방송에 출연하면서 엄청난 열정을 가진 PD와 진행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정말 좋은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방향을 연구한다. 그들과 나눈, 앞으로 클래식 방송이 변화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적어본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 방송은 내용과 진행에서 다른 프로그램처럼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해 되도록 차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보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혹시 클래식 음악 방송이 우리를 더 차분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용하게 명상을 즐기기 위해 돌리는 채널로 인식하게 만든 장본인은 청취자가 아니라 방송 제작진일 수도 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상하다’ ‘차분하다’ 하는 식의 선입관은 대부분 클래식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곡의 제목을 읽어주고는 음반을 30분 이상 틀고, 작곡가의 작품세계라고 하는 것을 잠깐씩 대본으로 읽어주는 방식. 괜찮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모든 방송이 이렇다면 문제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 방송은 편안하고, 조용하고… 아니, 이것은 좋게 말할 때 나오는 얘기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졸리고, 느리다고 말한다. 그것이 클래식 음악과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클래식 음악이 결코 그런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클래식은 다양하고 역동적

클래식 방송은 클래식을 널리 알리는게 목적인 만큼 재미있고 유익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형식을 고수하면서 “우리 청취자들은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다른 것을 얼마나 시도했는지, 그런 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보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취자로선 다른 형식의 방송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조금만 달라도 처음엔 거부감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청취자 게시판 등을 통해 청취자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악성 댓글이 아닌 진지한 토론 말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올 즈음이면 텔레비전에선 만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을 먹을 때가 되면 뉴스가 등장했다. 뉴스가 끝나면 이번엔 오락물과 드라마, 아빠가 들어오실 때면 또 뉴스가 나왔다. 일반 방송은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요즘은 워낙 채널이 많아져 전문 채널도 여럿 있지만. 반면 클래식 음악 채널은 어떤가? 채널 자체가 특정 층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다보니 시간대별로 변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기존 청취자들이 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가 가장 큰데, 그것도 일리는 있다. 클래식 방송 청취자 중엔 채널을 고정해놓고 종일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런 사람들만 모이도록 한 방송의 콘셉트에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클래식 방송이 극소수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다양성이 먼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