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피맛골의 한 고갈빗집. 들어갈 때는 천장이 낮아 불편하지만 일단 앉으면 친밀감이 밀려온다.
인사동 피맛골이 대표적이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말을 타고 종로를 지나갈 때 서민들이 행차를 피해 들어가 음식을 먹던 골목이다. 이후 이곳은 서울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나는 장소가 됐다. 골목길 모퉁이 허름한 술집에 들어가 보면 ‘00과 00가 사귄 지 100일’,‘젊음이여 영원하라’등 벽마다 빽빽하게 적힌 낙서를 만나게 된다. 아쉽게도 재개발로 이전에 북적거리던 술집은 거의 사라졌지만 몇 집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피맛골에 들어서면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처음 가본 사람은 미로와 같은 골목길에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서울의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과거로의 여행이라 할까. 피맛골은 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비계획적 장소다. 계획된 장소는 도로의 선이 기하학적인 반면 비계획적인 장소는 도로의 선이 부정형적이다. 마치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하듯, 흘러갈 때는 흘러가고 모일 때는 모이는 자연스러운 장소가 연출된다. 이곳의 친근한 골목길, 투박한 막걸릿잔, 술집의 낮은 천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정다운 사연을 담은 수많은 낙서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린다. 낙서는 골목길 곳곳을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