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만 18세로 모스크바 음악원 재학생인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9월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그의 국내 첫 독주회는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 나타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이지만 이미 임동혁은 한국 출신 클래식 음악가로는 조수미 다음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데뷔 음반을 들어보면 그 인기가 무엇보다 실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곡인 쇼팽의 스케르초 2번에서 임동혁은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과시한다. 놀랄 만큼 유연한 손목과 손가락으로 리드미컬하게 흘러내리는 연주가 그의 특징이자 개성이다. 그러면서도 촉촉한, 수줍은 듯 절제된 스타일의 쇼팽을 창조하고 있다. 이 같은 스타일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연주에서도 빛을 발한다.
마지막 수록곡인 라벨의 ‘라 발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이제껏 섬세한 감성이 두드러지는 연주를 들려주었던 임동혁은 마지막 곡에서 마치 몰아치는 파도처럼 자유분방하고 힘있는 터치로 건반을 질주한다. 에프게니 키신과 같은 몇몇 천재 연주자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귀기(鬼氣)마저 서려 있다. 임동혁은 이 음반으로 프랑스의 음반상인 ‘디아파종 도르’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