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가을에 좋은 정력제… 숙지황·인삼·파극천

  • 글: 김경동 김경동연합한의원장 /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입력2004-08-27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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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좋은 정력제…  숙지황·인삼·파극천
    지난 여름 휴가기간에 아들을 데리고 남해안 땅끝마을로 바캉스를 떠난 아버지 얘기다. 밤이 되어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누워 잠들었다. 새벽녘, 아버지는 잠결에 하복부 쪽을 만지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녹이 슬었는지 통 말을 듣지 않던 남근이 잔뜩 성을 내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는 너무나 감격하여 만세 삼창을 외쳤다. 그러자 아들이 겸연쩍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제 거예요.”

    보통 남성의 성기는 성적 충동에 의해 발기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발기중추작용이 억압되면 음경이 힘없이 요지부동일 때도 있다. 특히 새벽녘에 저절로 ‘텐트’를 치지 못하는 남성은 발기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여름더위에 지쳤다가 가을이 되면 발기부전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면 이 가을에 발기력을 강하게 할 비방은 없을까?

    땅에서 나는 약초 치고 좋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재미있게도 한약 이름에 ‘땅’이 들어가면 대개 정력제로 사용된다.

    ‘지황(地黃)’은 ‘땅 중의 땅’ ‘땅속의 노란색 약초’란 뜻이다. 이 지황을 술로 법제(法製)하여 9번 찐 것을 ‘숙지황(熟地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엄청난 정력제가 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숙지황은 부족한 혈액을 크게 보충하고, 머리털과 수염을 검게 하며, 골수를 보충해주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살찌게 한다. 또 허약하고 몸과 정력이 손상되어 생기는 증세들을 낫게 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기운을 더 나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되어 있다.

    임상에서 숙지황은 당뇨병, 갑상선 질환, 폐결핵 등 각종 소모성 질환에 진액과 체력을 보강하는 요약이 되고, 정자 부족의 남성 불임증이나 과색 후 나타나는 방로상, 여성의 월경이 끊어지는 증세, 애액 부족, 질건조증 등 남녀의 각종 성관련 질환에 사용된다.

    인삼의 다른 이름은 ‘땅의 정력제’란 뜻의 ‘지정(地精)’이다. 옛 궁중에선 성욕 증강을 위해 인삼탕에 목욕을 했다는데, 서울 영동의 고급 사우나에 인삼탕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예로부터 강정·강장효과가 좋아 불로장수의 신비한 영약으로, 뿌리 모양이 남녀행위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합정초(合情草)’라고 불렸다.

    동의보감을 보면 인삼은 “오장육부의 양기가 부족한 데 쓰고,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허약하고 손상된 몸을 보강한다”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성기능 증강 효과가 대단히 크다. 피로를 회복시키고 원기를 보강함으로써 성력을 강화하는데, 게르마늄과 졸미틴산, 리놀산, 사포닌 등을 함유하여 성선기능과 성호르몬을 정상화한다. 발기부전 남성에게 투여한 실험 결과 성욕, 발기력은 물론이고 성적 만족도와 정자 수까지 늘어났다.

    땅이름 ‘파(巴)’, 찌를 ‘극(戟)’, 하늘 ‘천(天)’자를 사용하여 “땅에서 하늘을 찌른다”는 뜻을 가진 ‘파극천(巴戟天)’이란 약재가 있다. 이것을 먹으면 남근이 성내어 하늘을 향해 찌를 듯이 솟구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의보감에는 “파극천은 정액이 저절로 사정되는 데 좋고, 꿈에 사정하는 증세와 음경이 위축되어 발기가 안 되는 것을 치료하고 정력을 돕는다”고 하였다.

    파극천의 성분은 비타민C를 제외하고는 규명할 수 없는 신비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임상에서 뇌력(腦力)과 성욕을 왕성케 하여 남자의 조루와 발기부전, 여자의 생식기능 감퇴와 월경이상, 허리와 다리의 관절질환 및 뇌빈혈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지난 여름 충청지역에 하늘이 뚫어진 듯 엄청난 비가 내려 큰 수해가 났는데, 그 지방 어느 변강쇠가 파극천을 먹고 하늘을 마구 찔러 구멍을 뚫어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위의 약재에다 소나무뿌리에 달려 있는 복령(茯?)을 추가하면, 그것이 바로 넓은 중국땅을 통일한 원나라 시조 쿠빌라이 칸이 즐겨먹던 정력제 ‘경옥고(瓊玉膏)’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후보지 땅값이 오르고 투기꾼이 몰린다. 땅이 많으면 땅땅거리며 사는 세상이다. 하늘이 양(陽)이라면 그 반대인 땅은 음(陰)이다. 그러기에 땅투기는 항상 남녀의 거시기처럼 음성적으로 이루어진다.

    오래지 않아 추석이면 고향땅을 밟게 될 터인데, 땅 한 뼘 가진 것 없더라도 밤중에 불 끄고 아내 앞에서 땅땅거릴 수만 있다면 그게 땅부자지 별게 땅부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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