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음악치료사로 변신한 가수 김태곤의 뮤직 테라피

복근 강화시키는 국악, 혈류 개선해 뇌 활성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5-02-24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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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부석’의 가수 김태곤씨가 음악치료사로 변신했다. 그는 2년 전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이번 봄 학기부터 대체의학 전공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퓨전국악을 이용한 음악치료 전파에 나선다. 그가 들려주는 ‘한국형 음악치료’의 모든 것.
    음악치료사로 변신한 가수 김태곤의 뮤직 테라피

    음악치료사로 나선 가수 김태곤씨는 “국악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신토불이 자연음악”이라고 강조한다.

    1970년대 후반, 삿갓에 도폿자락을 휘날리며 무대에 올라 인기를 끌었던 ‘망부석’ ‘송학사’의 가수 김태곤(55)씨가 ‘퓨전국악 음악치료사’로 변신했다. 일찌감치 대중가요에 민요장단과 가락을 끌어들여 퓨전음악을 선보인 그가 퓨전국악을 음악치료에 접목해 건강음악을 전파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앞서 김씨는 2003년 2월 경산대 대학원에서 ‘음악이 인체의 건강상태와 스트레스 정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주대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를 거쳐 올 봄 학기부터 전주대 의생명환경대학 대체의학 전공 객원교수로 강의에 나설 예정인 그를 만나 퓨전국악을 이용한 음악치료에 대해 알아보았다.

    생명을 연장하는 국악

    “음악치료(Music Therapy)의 효과는 전세계에서 과학적으로 널리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알려져 질병 치료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사용되는 음악이 하나같이 클래식을 비롯한 서양음악이다. 음악치료가 서양에서 시작됐기 때문인데, 서양음악은 근본적으로 우리 심성과 체질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음식이 우리 몸에 맞듯이, 국악은 신토불이 친환경 자연음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양음악 대신 국악을 음악치료에 사용하면 효과가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퓨전국악 음악치료를 구상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정서적 경험을 통해 사회규범을 익히고 현실과 사회에 적응한다. 인간의 정서는 사회적응이나 개인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음악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감정과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김씨가 신토불이 음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정악 가운데 ‘수연장지곡(壽延長之曲)’이 있다. 목숨이 연장되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이 곡을 들으면 호흡과 맥박이 안정되고 생명에 애착을 갖게 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나 노인이 들으면 좋을 곡이다. 음악치료라는 개념조차 생기기 전인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김씨에 따르면 서양음악과 국악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4박자가 기본인 서양음악은 맥박을 기준으로 하기에 직선적이다. 선율은 수직적인 화성구조로 되어 있고, 음이 빈틈없이 꽉 짜여져 있다. 이에 반해 3박자가 기본인 국악은 호흡을 기준으로 하기에 곡선적이면서 선율이 수평적인 화성구조로 되어 있다. 또 서양음악과 달리 국악은 여백의 미가 특징이다.

    “4박자의 직선음악에 휘둘린 현대인에게 3박자는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아기자기하고 완만한 고향 산세와 둥그스름한 초가지붕을 닮은 곡선형의 국악은 어머니 품으로 이끄는 듯한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한편 국악은 ‘휘모리(국악장단의 하나로 판소리·산조에 쓰임. 장단 가운데 가장 빠름)’ ‘중모리(중간 속도로 몰아가는 장단)’ 등과 같이 종류에 따라 음의 빠르기와 형식이 정해져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국악은 보자기나 비빔밥처럼 여러 가지를 아우르는 우리 문화의 속성과 닮아 있다. 포용과 흡수 등 감성세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멀티플(multiple)한 것이 우리 문화와 음악의 특징이다. 동양화의 여백과 상통하는 비움의 미학이 있는 게 국악”이라고 강조한다.

    경희대 요업공예학과를 졸업하고, ‘퓨전’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1970년대에 퓨전음악인 ‘망부석’과 ‘송학사’를 들고 나와 가수로 활동한 김씨. 그가 퓨전국악 음악치료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낙동강변에서 자란 그는 집안에 음대 출신이 많아 어릴 때부터 재즈를 즐겨 듣는 등 다양한 악기와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다.

    음악치료의 기원은 고대

    국악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기타와 드럼을 칠 때였다. 당시 그가 복무하던 군악대에 국악인이 몇 명 있었는데 연주를 곁에서 보고 들으며 반해버린 것이다. 제대 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입학해 한국음악 석사과정을 밟는 도중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의 정영조 박사(현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로부터 음악에 대한 강의 요청을 받았다.

    “‘송학사’와 ‘망부석’이 히트 칠 무렵 서울백병원에서 음악을 이용해 임상치료를 시행하던 정 박사가 ‘한국인의 심성과 체질엔 국악이 맞지 않겠냐’며 나를 강사로 불렀다. 그때 우리 음악이 왜 우리 몸과 마음에 좋은지 강의를 했는데, 이를 계기로 음악치료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음악치료사로 변신한 가수 김태곤의 뮤직 테라피

    대금, 해금, 가야금 등 우리 전통 악기는 모두 자연공명 악기로, 음악치료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후 김씨는 한국임상예술학회 음악치료분과가 주관하는 음악치료사 교육과정에서 2년 가량 공부했다. 자폐아 치료과정에 실습자로 참여해 실로폰, 북 등 타악기를 연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음악치료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국내에서 음악치료의 문을 연 정영조 박사는 “김태곤씨가 가수인데다 음악을 전공해서인지 음악치료에 관심이 많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신경정신과적으로 보면 음악치료는 음악을 이용한 일종의 정신치료다. 모든 환자에게 100%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 불안증, 치매, 근육질환, 정신분열증(환청 환자는 제외) 등에 효과가 크다. 그 가운데 불안증, 우울증은 스트레스에서 유발되는데 음악치료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임상예술학회 음악치료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 박사는 병원에서 신경증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음악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50여년 전 영국에서 처음 ‘예술치료(Art Therapy)’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예술활동이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음악치료의 기원은 고대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주술사들이 소리와 주술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한 것이 그 예다. 음악치료에 대한 가장 오랜 문헌기록은 성서에서 발견된다. 구약에 목동 다윗이 사울왕의 우울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하프를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과학적 연구와 관찰을 통해 음악치료가 전문영역을 확보한 것은 1950년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심신의 상처를 입자 미국의 병원들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음악을 연주했다. 이때 환자에게서 나타난 예기치 못한 긍정적 반응이 음악치료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 의료계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음악치료가 확산되는 추세다.

    혈압, 호흡수, 맥박, 뇌파 변화시켜

    여러 형태의 음악활동은 사람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박자가 일정하고 리듬이 강한 음악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느린 멜로디의 감미로운 음악은 서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합창은 사람들 사이에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이처럼 음악은 인간의 생리적·심리적·사회적 반응을 유발하는데, 바로 이 점이 음악치료의 근거가 된다.

    음악치료는 신경정신과 질병뿐 아니라 모든 질병영역을 치료대상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정신분열증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증상을 호전시키고, 뇌성마비나 지체장애 환자의 재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태곤씨는 “암 환자에게는 투병의지를 높여주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증을 느낄 때는 음악으로 자극을 줌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요즘 웰빙(참살이) 붐이 일면서 음악치료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상의 건강증진법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음악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질병 치료를 돕고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데 있다.

    최근 국내에선 ‘웰빙 음악’을 표방하는 등 다양한 방식과 영역으로 음악치료가 확장되고 있다.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새 소리, 동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무선 인터넷에선 숙취해소용 음악, 졸음퇴치용 음악까지 제공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출산시 산모의 고통을 줄여주고 산모와 태아의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음악치료를 활용한다.

    그러나 음악치료는 단순히 노래나 음악을 즐기는 감상뿐만이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악보나 가사를 읽고, 창작활동(작곡)을 하는 등의 다양한 음악활동을 포함한다. 여기에 반드시 전문치료사가 개입해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중재(가사나 선율 등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환자에 적용함으로써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환자 스스로 즉흥연주를 하도록 하여 자신의 문제를 재인식하게 하거나, 음악치료사와 함께 즉흥연주를 하거나, 치료사가 연주를 통해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 등이다.

    음악치료의 메커니즘에 대한 김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 몸의 각 기관은 고유 진동수가 있다. 음악은 음압과 음파로 물리작용을 일으켜 우리 몸의 병변기관을 고유 진동수로 돌아가게끔 하는데, 음악치료는 음악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음악은 강약과 고저, 장단 등을 통해 혈압, 호흡수, 맥박 등을 변화시키는 생리적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뇌파도 변화시킨다. 동적이고 자극적인 음악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근육운동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반면, 정적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음악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로 유도한다.

    한편 음악요소인 멜로디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리듬은 손과 발 등 신체 모든 기관의 활동을 돕는다. 또 화성은 마음의 조화 또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음악은 사람의 심성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음악치료는 환자의 신체와 마음에 음악을 작용시켜 생명의 질서를 조절해주고 균형을 이루게 하여 본래 인간이 갖춘 자연치유력을 높인다.”

    사단법인 한국정신과학학회(회장 이종원·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국제통합대체의학회(회장 조성준·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 교수) 이사로 재직 중인 김씨는 서울 한남동에 ‘김태곤 건강음악연구원’을 열고 1년 반 동안 음악치료를 해오다 지금은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말 새롭게 음반을 발표하면서 잠시 연구원 활동을 접었는데 사무실을 재정비해 4월경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안전운전에 도움 준 ‘태금’

    “한번은 절친한 친구 사이인 중년 남자 3명이 호기심에서 우리 연구원을 찾아온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세 사람 사이에 싸움이 붙어 난장판이 됐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 말려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음악을 연주했더니 잠시 후 싸움을 그쳤다. 이날 처음 온 그들은 음악치료의 효과를 몸소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퓨전국악을 이용한 음악치료에 확신을 갖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다. 몇 년 전 교통방송(TBS)에서 ‘태금’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시각이 심야시간대라 운전대를 잡은 기사들 사이에 관심을 끌었는데, “부드럽고 정감 있으면서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소리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피곤하고 짜증이 났는데 소리를 듣는 동안 그런 기분이 사라져 안전운전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또 듣고 싶다”는 청취소감이 방송국으로 쏟아졌다. 뜻밖의 호응에 그 뒤로도 여러 번 방송에 출연해 ‘태금’을 연주할 기회를 가졌다.

    태금은 ‘김태곤의 해금’을 줄인 말로 오랜 연구 끝에 전통 해금을 손수 개량해 특허청에서 실용신안 특허를 받은 악기다. 전통 해금은 공명통에서 주아까지 명주실로 2현을 걸고 활대로 마찰해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다. 공명통을 통해 울리는 고유한 소리의 깊은 맛과 더불어 음정을 정확하게 낼 수 있게 기타처럼 줄받침대를 붙여 개량한 것이 태금이다. 새로운 음색을 내는 것이 가능하고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태금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는 앉아서 연주하는 해금 대신 서서도 연주할 수 있는 태금을 연구 중이다. “높이에 따라 중력이 다르게 작용하듯 연주할 때 앉고 서는 자세에 따라 중력이 달라져 소리의 느낌이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전작 앨범을 발표한 이후 10여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신보의 타이틀곡 ‘대박 났네(김두조 작사, 설운도 작곡)’는 판소리 ‘흥보가’를 가요로 현대화했다. ‘망부석’과 마찬가지로 신명나는 자진타령 가락에 무속의 통통 튀는 느낌을 가미했다. 연주에 전자기타와 꽹과리, 가야금 등 동서양 악기를 혼용했고, 대금을 재즈형식으로 부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이 음반에서 사용한 가야금 역시 그가 직접 개량한 것이다. 길이가 긴 가야금을 절반으로 잘라 어깨에 메고, 손가락에 기타 칠 때 사용하는 피크를 끼고 연주했다.

    음악 형식은 일명 ‘2부가요 형식’으로, 국악에서 매기고 받는 방식을 활용해 상생의 의미를 담았다.

    신명나는 氣음악

    김씨가 해금·가야금 등 전통악기 개량에 심혈을 기울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법에 변화를 주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는 퓨전국악을 위해서다.

    “사람들은 국악이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DNA에는 전통가락인 국악이 자연스럽게 각인돼 있다. 젊을 때는 건강하니까 패스트푸드나 서양음식을 얼마든지 받아들이지만 나이가 들면 청국장, 김치 같은 자연발효 토속음식을 찾게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고 흥을 불러일으키려면 국악에 변화를 줘야 하는데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퓨전국악으로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면 우리 국악이 절로 신명나는 기(氣)음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서양에서 음악치료를 할 때 뉴에이지 음악이나 재즈를 쓰기도 하지만 클래식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역사성이 길고 강한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래식은 ‘힐링 뮤직(healing music, 치료음악)’ 차원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김씨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은 자연공명 악기를 사용하며, 전자악기를 쓰지 않는다. 온갖 악기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클래식 음악은 편성에 있어 굉장히 풍부한 소리를 내 치료 이전에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케스트라의 음압이나 음파는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어떤 음악도 만들기 힘든 효과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음악치료에 널리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대금, 해금, 가야금 등 우리 전통악기가 모두 자연공명을 내는 악기다.

    국악이 몸에 좋은 이유는 또 있다. “3박자가 기본인 국악은 마지막 박자에 힘이 들어가면서 밀어올리는 느낌을 준다. ‘아리랑’을 예로 들면 “아~리라앙~”하면서 끝에 힘을 주어 밀어 올려주고, “아라~리~요오오~”하는 추임새가 따른다. 이러한 발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복식호흡(단전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적으로 복근이 강화된다.

    복근이 강화되면 오장육부가 튼튼해지고 소화를 촉진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혈류를 상체로 끌어 올려줌으로써 두뇌에 산소공급도 원활히 해주는 효과가 있다.

    “요즘 대중가요는 컴퓨터로 만들기 때문에 손가락 끝에서 음악이 나와 점점 비트를 쪼개 나가는 서양음악의 면모를 띤다. 그에 비해 국악은 음이 순박하고 유장하면서 유려하게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점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일상에서 음악과 공존한다.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민족과 문화에 따라 고유한 음악이 존재한다.

    국악의 오음계(궁상각치우)는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체의 오장(五臟)과 각각 연결돼 있다. 퓨전국악을 이용한 음악치료를 통해 우리 유전자에 흐르고 있는 국악가락을 일깨워 자연 복원력을 키워주고 싶다.”

    그는 음악을 통한 사회심리 연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한창 들떠 있던 88올림픽을 전후로 국악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이때 가야금처럼 현을 퉁겨서 경쾌한 소리를 내는 탄현악기의 인기가 높았다. 올림픽 열기로 가득한 분위기와 가야금이 주는 분위기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찰현악기인 해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오랜 경기불황으로 사회 전체가 우울한 분위기에 소리가 까칠까칠하면서 속을 파고드는 듯한 내적 고통을 해금이 대신 표현해준다. 그래서 벗 삼아, 위안 삼아 듣게 되는 것이다. 또 해금은 현을 끌면서 소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김씨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음악이 인체의 건강상태와 스트레스에 끼치는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전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10∼50대 남녀 11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6%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로 ‘기분전환’을 꼽았다. 다음으로 15.2%가 ‘마음의 위로’라고 답했다.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보통’이거나 ‘없다’는 응답자일수록 음악치료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음이 드러났다.

    한편 ‘음악치료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고, ‘음악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긍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과 ‘음악치료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클수록 응답자의 건강상태가 좋았다.

    서양음악은 ‘꾸밈음악’

    현대와 같이 복잡한 산업·지식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긴장과 불안에 휩싸이기 쉽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너무 빠른 시대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김씨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라 할만한 심인성 질병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극단적인 경우 생명까지 위협한다”며 “생활 자체가 사람을 병들게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정신과 육체를 원하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음악치료”라고 설명한다.

    국악에 대한 김씨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우리 전통음악은 상업성을 띠며 귀를 자극하는 현대 서양음악과 완전히 다르다. 서양음악은 건강은 염두에 두지 않고 맛만 강조한 음식처럼 우리에겐 ‘꾸밈음악’에 불과하다. 반면 국악은 우리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음악이다. 우리의 전통 가락과 선율을 살린 퓨전국악이 건강음악으로 널리 알려져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 예술가의 덕목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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