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4년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지름길

  • 황승경 문화칼럼니스트·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24-09-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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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정승혜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꿈꾸는 자들 보아라. 정치인이 되려거든 먼저 돈을 모으라. 그리하여 생계 부담에서 벗어나라. 이후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세간의 주목을 받을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라. 막말이든 권력자를 향한 아부든 정치 평단에 파문을 일으켜야 정치인이 된다.

    8월 29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22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 의원 147명 재산 목록’에 따르면, 이들의 재산은 평균 26억8100만 원. 앞서 21대 국회 신규 등록 의원 175명은 평균 28억1400만 원이었다. 최근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한 22대 초선의원이 밝힌 임기 첫 달 월급통장에 찍힌 금액은 992만2000원이었다. 22대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263만7400원(1.7%) 인상돼 1억5690만 원으로, 1인당 대략 세전 13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여기에 9명의 보좌진과 차량, 사무실 등이 지원되고, 일반 수당과 명절휴가비가 더해진다. 입법·특별활동비는 비과세다.

    당선되면 곧 대한민국 연봉 ‘톱랭커’가 되는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재선을 노리고, 어떤 식으로든 부를 쌓은 정치 지망생은 생계 걱정 없이 정치권 여기저기 줄을 댄다.

    반면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 재산 평균은 4억4000만 원, 직장인들의 월평균 임금(2022)은 세전 353만 원이다. 정치에 뜻이 있는 일반인이 자신들의 생업을 유지하며 한발 한발 정치인의 꿈을 키우는 건 쉽지 않다. 정치를 꿈꾸는 국민은 만평 속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의 마음이리라. 정치인들이 이런 국민의 마음을 알까.




    1935년
    문인으로 성공하는 지름길

    조선의 문학청년 제군, 문사가 되려거든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돈을 모으라. 그리하여 자비로 잡지를 창간해 자기 작품을 실으라. 좋건 나쁘건 평단의 말썽거리가 되면(주목을 받으면) 일류 문인이 된다.

    1935년 ‘신동아’ 11월호 만평(위) 설명.

    이 만평은 만화가이면서 아동문학가이자 소설가인 향파 이주홍(1906~1987)이 1935년 ‘신동아’ 11월호 ‘시사만화’ 코너에 데뷔하며 내놓은 7개의 만평 중 하나다. 향파의 제도권 교육 학력은 1918년 합천보통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고생 끝에 어린이잡지 ‘신소년’의 기자로 입사해 문단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좌·우 구분 없이 많은 작가와 교류하며 크고 작은 다수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반면 그의 주변엔 수많은 고급 인력이 자리를 못 잡고 허송세월하고 있었다. 그중 돈 많은 한량들은 자신들의 실력보다는 직접 잡지를 창간하거나 매체를 만들어 자신의 글을 실은 뒤 세상에 입소문을 내면서 문학가로 입지를 굳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부단히 노력해 실력 하나 믿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향파는 이러한 당시 문학계의 현실을 ‘문인이 되는 지름길(文人近道)’이라며 격문으로 신랄하게 풍자했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하 수상하니 정공법보다는 지름길이라 명명된 온갖 편법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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