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지음, 이고운 등 옮김, 한국경제신문, 416쪽, 2만3000원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 정부와 국민의힘은 2024년 중반 총선에서 소수당 지위가 더욱 약화되는 타격을 입었다. 정책 결정은 더 어려워지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지지할 만한 조치, 예를 들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력 부족 완화를 위한 보육 지원 확대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밤새 안녕’이란 말을 실감할 만큼 한국 경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어디 한국뿐인가. 현대사회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봉쇄될 것을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국수 이세돌보다 바둑을 잘 두는 존재로 인식됐던 인공지능(AI)은 주말도 휴가도 없이 끊임없이 빅데이터를 흡수한 결과, 이제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척척 답변하는 수준까지 우리 삶 깊숙이 다가와 있다. 그런가 하면 거대한 로켓이 지구로 돌아와 강철 ‘젓가락’에 회수되는 장면도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분쟁지역에 보급된 무선호출기에 숨겨진 폭탄이 동시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가 인기 있는 관광상품처럼 돼 있다.
걷는 수준으로 변화를 따라잡으려 했다가는 순식간에 뒤처지는 시대다. 전력 질주를 해야 겨우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시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믿기 어려운 가능성이 있는 일들까지 감안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모를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시대 변화를 따라잡아 왔고, 이제는 변화를 주도할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멈춰 설 것인가. 선택은 자명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을 보고 다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우리를 위해, 우리를 믿고 따라오는 우리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신간 ‘2025 세계대전망’은 지피지기를 위한 책이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국제사회 현실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 다분히 영국적 시각에서 세계를 전망하고 있지만, 남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것은 우리 시각을 교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총괄 에디터로 ‘2025 세계대전망’을 펴낸 톰 스탠다지는 주목해야 할 10가지 주제를 이렇게 꼽았다. △미국 트럼프 선택이 미칠 파장 △변화를 요구한 전 세계 유권자의 선택 △더 크고 넓어진 국제정치 혼란 △무섭고도 끈질긴 무역 전쟁 △청정 기술 붐 △인플레이션 광풍 그 뒤 △고령화가 던지는 질문들 △본격 시험대 오르는 AI △트러블(troubles) 상황인 트래블(travel) △예측 불가능한, 놀라움의 연속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예측 전문 회사 굿저지먼트는 2025년에 일어날 주요 사건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은 수치로 계량화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25년 10월 1일 이전에 최소 28일간 휴전을 발표할 가능성은 34%, 2025년 12월 31일 기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4조~5.5조 달러 사이가 될 것이란 예상은 41%로 내다봤다. 또한 2025년 중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에 관해서는 1~2%에 머물 것이란 전망의 수치가 43%로 가장 높았고, 0~1%라는 예상은 37%, 2~3%라는 예상도 13%였다.
인간이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는 이유는 위험은 피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은 2025년에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지금 우리의 선택이 내일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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