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 본색

영혼 말살하는 근친상간

죽음보다 더한 고통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입력2016-03-16 17: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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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은 피해자의 육체로부터 생명을 앗아가지만 근친상간은 한 인간의 마음속 영혼을 말살한다.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기에 살인보다 더한 범죄다.
    지난해 10월 40대 이모 씨는 남편과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두 아들도 목사인 남편 허씨 등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두 아들과 함께 혼음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밝히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른바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이다. 결국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이 사건이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것은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아들을 성폭행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대중은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호기심을 갖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상담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면서 부모를 고발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너무나 괴로운 기억은 억압돼 한동안 떠오르지 않는다. 어려서 부모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보니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끔 억누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심해 해저화산이 꿈틀대면 지표면이 흔들리듯, 무의식 속에 묻힌 기억이 꿈틀대는 한 삶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하고, 잠을 못 자고 술에 의존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억압된 기억의 봉인이 풀린다. 자신이 왜 그동안 이유 없이 불안하고, 잠을 못 자고,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깨닫는다. 기억 속에 묻힌, 어려서 당한 성폭행 때문인 것이다. 분노가 솟구치면서 부모를 고발한다.





    왜 ‘터부’가 됐을까

    특히 겉으로 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 법정 싸움이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아버지에 의한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소설 ‘천 에이커의 땅에서’(제인 스마일리)는 1992년에 퓰리처상을 받았고, 케시 베이츠 주연의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1995)도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들의 기억이 과연 사실인지를 놓고 의문이 증폭됐다. 결국 그중 상당수가 거짓 기억에 의한 고발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파장을 불러왔다. 근친상간이 이렇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그 무엇보다 두려움 때문이다.

    근친상간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학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진화론자들은, 근친결혼을 하면 종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전질환이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본능적으로 근친상간을 회피한다고 주장한다. 개에 비유하자면, 순종견은 예쁘긴 해도 길에서 살아가는 잡종견보다 생존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의사 중에서는 일부러 다른 종들끼리 교배해 잡종을 키우기도 한다. 

    유전질환의 경우 ‘질병 유전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질병이 없는 정상 유전자끼리 만나면 유전질환이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부모 중 한쪽은 정상 유전자, 한쪽은 질병 유전자를 지닌 경우 문제가 된다.

    정상 유전자를 무력화할 만큼 강력한 질병 유전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유전질환이 발생하면 아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엔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생존하지 못했다. 생존하더라도 너무 허약해서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런 강력한 질병 유전자는 후세로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유전질환은 부모 중 한쪽으로부터는 정상 유전자, 다른 한쪽으로부터는 질병 유전자를 받아 그 증상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정상 유전자와 질병 유전자를 반반씩 지녔다고 하자. 최악의 경우 자녀는 부모에게서 각각의 질병 유전자를 받는데, 이 경우 그 증상이 심각해 성인이 되기까지 성장 못할 수도 있다. 설혹 성장하더라도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따라서 근친상간은 유전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높인다. 이 때문에 인간이 근친상간을 피하기 위한 ‘터부’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주장한다. 



    정치·경제적 목적의 근친 禁婚

     근친상간 기피 관습을 역사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근친결혼을 허락하지 않던 관습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 귀족들은 근친결혼을 통해 재산을 지키고자 했다. 중세에는 딸이 결혼하면 사위 집안에 지참금을 줘야 했다. 영주는 딸이 결혼하면 지참금으로 영토를 내주기도 했다. 따라서 집안의 재산을 지키려면 서로의 재산을 맞바꾸는 정략결혼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A 집안의 딸이 B 집안의 아들과 혼사를 맺는다면, B 집안의 딸이 C 집안에 시집을 가고, C 집안의 딸이 A 집안에 시집을 오는 식이다. B 집안의 딸이 A 집안에 시집오는 것은 겹사돈이 되기에 불가능하다. A 집안의 딸이 결혼할 때 B 집안에 준 만큼의 지참금을 C 집안의 딸이 A 집안에 시집올 때 갖고 오면 완벽한 교환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다보면 혼인 사슬은 복잡해지고 명문가 집안은 혼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귀족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남자가 죽었다. 이로 인해 결혼 사슬을 통한 재산 보존이 어렵게 되자 사촌 혹은 팔촌 간 근친결혼을 통해 재산을 보존하려 했다. 아들은 죽고 딸만 있는데, 딸이 결혼하지 못해 자손을 못 남기고 사망하면 그 재산은 교회 소유가 될 수 있었다. 중세에는 왕가와 귀족 집안의 결혼에 교회의 승인이 필요했다. 교회는 귀족 간 근친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식으로 상속을 방해했는데, 그러한 관습이 일반인에게 퍼지면서 기독교 국가에서 근친결혼이 금기시됐다는 주장이다.

    동양에선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예학이 자리 잡았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에서 보듯 양반 집안에서는 어른들이 자녀의 결혼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혼인 당사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결혼은 문중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였다. 문중의 경제적,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집안과 관계를 맺기 위해 혼인을 이용했다.

    그런데 한 집안 내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그만큼 다른 유력 가문과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먼 친척이라도 남녀가 몇 번 만나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됐다. 그래서 동성동본 간 결혼을 차단해 서로 알고 지내던 친척 사이의 결혼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동성동본 금혼은 비과학적이다. 역사학자들은 조선 초기 인구의 약 90%, 중기 인구의 약 40%에 성씨가 없었다고 본다. 성씨와 족보가 없으면 군역을 져야 했기 때문에 호적과 족보를 위조하는 일도 많았다. 이런 경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족보상에는 동성동본으로 기록이 남게 됐다. 1909년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되면서 그때까지 성이 없던 이들은 성과 본을 신고해야 했다. 이들이 널리 알려진 김씨, 이씨, 박씨 등으로 신고하면서 이러한 성씨가 급격히 늘었다. 동성동본이 결혼 하더라도 그들이 실제 동성동본이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얘기다.


    왕이 후궁을 찾는 이유

    현대 정신분석학에서는 근친상간에 대한 욕망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근친상간에 대한 두려움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들은 어린 아들이 어머니에게 성욕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유아 성욕’이다. 어린 아들은 어머니를 성적으로 갈망하게 되는데, 그런 사실을 아버지가 알아채면 처벌을 받을까 두렵다. 그래서 이런 심리적 상황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한다. 이후 아들은 어머니를 갈망하는 대신 다른 여자를 갈망함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한다. 아버지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여성의 남편이 됨으로써 또 다른 아버지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나치게 무섭거나, 혹은 어머니가 부적절하게 유혹적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공포의 존재가 되면서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머니가 유혹적인 경우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포기하지 못한다.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를 ‘소유’하더라도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 자신의 딸에게 성욕을 느끼게 되고 근친상간으로 콤플렉스를 해소하려 한다고 정신분석가들은 해석했다. 자신이 유아였을 때 어머니에게 느낀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번엔 유아인 자신의 딸을 상대로 성욕을 해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아 성욕에서 기인한 근친상간 욕구는 인류의 무의식 속에 잔존하지만, 인류는 근친상간을 욕망한다는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의식 수준에서의 강한 부정이 무의식적인 수준에서의 강력한 긍정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아 성욕 이론에 대해 반론이 제기된다. 남자아이가 성장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여자의 알몸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그때 흔히 보게 되는 여자의 알몸이 엄마, 누나, 여동생의 알몸이다. 즉 엄마, 누나, 여동생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게 되는 그들의 속살에 흥분한다는 것. 따라서 아이가 엄마, 누나, 여동생의 나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심리학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남녀가 어려서부터 붙어 지내면 성인이 된 뒤 오히려 성적으로 끌리지 않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어려서부터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성장하는데, 그렇게 성장한 남녀를 추적 관찰한 결과 성인이 되면 서로에게 이성으로 관심을 가질 확률이 매우 낮았다고 한다. 과거에 중국에는 조혼(早婚) 관습이 있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조혼을 해서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면 성인이 된 이후 서로에게 성적인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혼인도 어린 나이에 이뤄졌다. 그런데 왕은 어려서 맺어진 정비인 중전에게 성인이 된 뒤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왕이 중전과의 성관계는 기피하면서 후궁이나 궁녀를 통해 성적 욕구를 해소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함께 지낸 의붓남매가 훗날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동창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접촉한 경우보다는 나중에 성인이 돼 만날 경우 성적으로 끌릴 가능성이 더 높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단짝 친구와 너나없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응답하라’ 시리즈는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취약하다.



    가족 性학대 5단계

    근친상간은 친족 간의 성관계, 예를 들면 학대 피해자와 아버지, 삼촌, 형제 간의 성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좀더 넓게 해석하면 피해자와 계부 또는 이복형제 간의 성관계도 포함된다. 아버지와 딸의 근친상간이 가장 흔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어머니와 아들 간의 근친간도 가능하다. 근친상간 성학대 사건 통계를 보면 ‘알코올 남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주거환경이 좁아 제한된 공간에 많은 가족이 생활하거나 외딴 곳에 가족이 고립돼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가 차단되면 근친간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피해자에게 정신 장애가 있거나 지적 결핍이 있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가해자가 정신분열병(조현병)이나 망상장애를 지닌 경우도 있다. 딸이 성관계를 원해서 자신을 유혹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소아성애자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큰딸이 성인이 되면 작은딸을 상대로 근친간을 시도하고, 작은딸이 성인이 되면 더 어린 딸에게 시도한다. 자녀가 모두 성장한 뒤에는 가족이 아닌 아이를 상대로 아동 성학대를 시도한다. 가족 내 성학대는 대개 다음과 같은 5단계를 거친다.

    ①예비 단계 : 가해자가 아이를 특별한 관계로 유도한다.
    ②성적 상호작용 단계 : 성적인 행동이 좀 더 접근된 형태의 학대로 진행된다.
    ③비밀 단계 : 가해자가 희생자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위협한다.
    ④노출 단계 : 성적 학대가 발견된다.
    ⑤억압 단계 : 가족들이 피해 아동으로 하여금 진술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근친상간 성학대 사건을 조사하면 피해아동 상당수는 가벼운 신체적 접촉에서부터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하나 기억해내곤 한다. 자아가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는 가족이 성학대를 시도할 때 직·간접적으로 물리친다. 즉 소리를 지르거나 분노를 표현하는 직접적 행동, 침묵하거나 가해자를 멀리하는 간접적 행동을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아동은 가해자의 근친상간 행동을 자신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으로 착각하고 이를 용인하기도 한다. 

    딸과 아버지 사이의 근친상간은, 처음엔 딸이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고 딸이 성장하면서 아버지가 부모인지 성적 파트너인지 혼란스러워지면 겁에 질리게 된다. 아버지는 딸이 둘의 관계를 폭로할까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딸을 소유하기 위해 질투를 한다. 딸이 또래 집단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도 방해한다. 그래서 힘들게 근친상간 상황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나중에 가해자를 만나서 관심을 끌려고 하거나 친밀감을 확인하려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근친상간과 관련해서는 가족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가 어머니에게 사실을 얘기하고 어머니가 딸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취하면 근친상간은 중단된다. 하지만 어머니가 딸의 말을 무시하고 모르는 척 지나가면 딸은 절망한다. 근친상간은 어머니의 처지에서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부정하고 싶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기에 일단 무작정 덮으려 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어머니는 딸이 거짓말을 한다고 합리화하면서 야단치기도 한다. 아버지가 특정한 딸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면서 편애하는 경우 다른 남자 형제들이나 자매들이 피해자로부터 거리를 두기도 한다.



    살인보다 더한 범죄

    근친상간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성폭력을 당한 후 일부 아이들은 자신의 성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거나 다른 아이들의 성기를 만지기도 한다. 물건을 사용해 자위행위를 하거나, 성교를 흉내 내거나, 질이나 항문에 물건을 집어넣기도 한다. 성적으로 학대받은 아이들 중 일부는 다른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야뇨증, 유분증(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대변을 제대로 못 가리는 증상), 항문과 질의 소양감(가려움), 식욕부진, 비만, 두통, 위의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성폭력 상황을 연상시키는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기도 하고, 성폭력 상황에 대해서 선택적으로 기억을 상실하기도 한다. 성인이 돼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 때도 불안하고 위축된다. 다중인격장애 환자의 상당수는 어려서 근친간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부 혹은 친부로부터 근친간을 당한 딸이 성인이 돼서 살인을 저지르는 비극도 발생한다. 근친상간의 비극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근친간은 주로 미성년 아동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그들은 무력하고 저항할 힘이 없다. 자신이 겪는 고통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참혹한 일을 당했는지 깨닫게 된다. 고통의 감정이 밀려온다. 가해자가 남이라면 다시 마주칠 일이 없다. 세월이 지나면 상처가 조금씩 아문다. 그러나 가해자가 가족이면 계속 마주쳐야 한다.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상처가 벌어지고 고통이 밀려온다.

    그러다 보면 가해자가 죽어 없어져야만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살인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죽이고 싶지만 죽이지 못할 뿐이다. 살인은 피해자의 육체로부터 생명을 앗아간다. 근친상간은 한 인간의 마음속 영혼을 말살한다. 그리고 고통만을 남긴다.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기에 살인보다 더한 범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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