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그로스’ ‘인덱스프리미엄’ ‘업종1등주식’ ‘뉴하이일드’ ‘OK퍼스트스텝주식’ ‘VISION 21C 파워장기채권G-1’….
영어와 한글이 뒤섞여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이지만, 이들은 금융가에선 상당히 알려진 스타급 간접투자상품이다. 이들은 높게는 100%의 수익률을 올려 많은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줬다. 이들처럼 좋은 금융상품을 골라 투자하는 것, 그것이 부자가 되는 방법일까.
부자들만 상대하는 전문 컨설턴트들은 이런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최소 5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가진 부자들의 눈에 금융상품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비친다.
물론 간접상품에 투자해 착실히 돈을 불려가는 부자들도 없진 않지만, 이는 자산의 일부를 관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널을 뛰듯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재산을 모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모았을까. 모은 재산은 어떻게 관리할까. 금융가에서 내로라하는 자산관리 전문가들로부터 부자들의 재산관리 노하우를 들어보자.
부자들은 아침에 바쁘다
먼저 하나은행 김희철 PB지원팀장의 얘기다.
“가벼운 쪽이 올라가고 무거운 쪽은 내려가는 시소게임을 생각해보세요. 시소 위에 탐스런 사과가 열린 나무가 있다고 합시다. 정보의 흐름에 빠른 사람들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높은 쪽의 시소로 옮깁니다. 그러면 사과를 딸 수 있어요.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뒤이어 사과를 따지만, 너무 많이 몰리다보면 시소는 기울고 맙니다.
반면 반대쪽에서 아예 ‘나는 모른다’며 움직이지 않은 사람들은 이때 사과를 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간 쪽으로 시소가 내려간 덕분이죠. 예컨대 부동산 시세가 변해도 이사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재개발이라도 되는 행운을 맞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소수다. 소수만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에서 ‘빽’ 하나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맨주먹으로 승리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 같지만, 부자들이 지닌 습관을 따라해보면 답이 있을 것도 같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부자들은 무엇보다 부지런하다. 운동을 하든 일을 하든 이들은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한다. 아무래도 아침 시간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바쁜 사람들은 대개 소비하는 데 몰두한다. 따라서 어느 시간대가 바쁘냐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닌지가 엇갈린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위원은 아침 6시와 7시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 경제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해주는 그는 이 바닥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논객이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 청취자들로부터 ‘잘 들었다’며 전화가 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시간대별로 전화 거는 사람들의 직위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침 6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의 CEO나 임원들인데 비해 7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부장급이 대다수라는 것. 직위에 따라 아침 출근 시간부터가 다른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게 고루한 옛말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도 왜 부자가 못 됐을까요. 여기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면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부자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얘기를 잘 듣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마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가동하듯 생각을 굴립니다. 이 차이는 상당합니다. 당장 돈이 있든 없든 정보에 가치가 더해집니다. 부자들은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남의 돈을 꿔서 투자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라도 돈 되는 정보를 줍니다. 그러니 부자 주변에선 반드시 누군가가 돈을 벌고 있는 셈이죠. ‘돈은 항상 부자 주위에 있다’고 할까요.”
사실 부지런하기란 쉽지 않다. 가령 어느 지역의 땅값이 곧 오를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그곳으로 가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돈 벌고 싶은 욕심이 사라진다. 번거롭게 이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단 90% 정도가 걸러진다. 이사할 것도 아닌데 더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나머지 10%는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가본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시세도 알아보고, 교통편도 살펴본다. 그러나 ‘뜬다’고 알려진 곳에 막상 가보면 별게 없는 경우가 많다. 교통도 불편하고, 여기저기에 공사장이 들어서 먼지가 날리고 황량하다. 그래서 찾아간 이들의 대부분이 발길을 돌린다. 이런 장애물 때문에 극히 일부만이 이곳에 투자한다. 이들은 요모조모 따져보곤 땅을 사놓고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이런 자세가 대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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