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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大 교수의 도발적 문제 제기

“한국 재벌개혁은 잇속 차리는 외국인, 공허한 신자유주의자, 적과 동침한 노동세력 합작품”

싱가포르大 교수의 도발적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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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이익률 세계 상위, 신흥시장 개척에도 성공한 한국 재벌
  • ●부채비율은 1996∼97년에만 높았다
  • ●GM과 IBM 같은 거대기업 따돌리는 길은 기업집단체제 유지
  • ●신자유주의자는 막연한 교과서 추종자, 진보진영은 만성적 재벌 혐오자
  • ●소액주주운동은 상법 무시한 처사
  • ●계열사간 내부거래 허용하고 부채비율 200% 기준 철폐해야
싱가포르大 교수의 도발적 문제 제기

지난 7년 동안 재벌개혁 조치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기업 성장성이 떨어지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유례 없는 ‘반(反)재벌 3자 연대’가 형성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이들과 경제철학을 공유하는 신자유주의적 학자, 관료들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이들의 반대쪽 극단에 서 있던 진보적 지식인, 노동운동가들까지 재벌개혁에 공동보조를 취했다.

이들은 재벌들이 수익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과잉투자를 하다가 금융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기업 오너들이 다른 주주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벌은 금융위기의 주범이 됐고, 재벌 비판의 축은 불공정 경쟁에서 비효율성과 비민주성으로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3자 연대의 주장과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부채비율 200% 이내로 축소, 비주력 계열사 매각,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 결합 재무제표 작성 같은 급진적 개혁조치들이 ‘경제 건전성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집행됐다. 현 노무현 정부도 재벌 소유 금융기관의 의결권 제한,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등 재벌에 대한 공세적 개혁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反재벌 3자 연대’

지난 7년 동안 재벌개혁 조치가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난 뒤 한국경제의 성적표를 보자. 재벌이 소수 주주를 무시하던 과거의 관행에는 제동이 걸렸다.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주가 유지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2001년 이후 상장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배당, 자사주 매입으로 증시로 빠져나간 돈이 두 배가 넘는다. 기업의 성장성은 크게 떨어졌고 따라서 전반적인 경제성장률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이렇게 부작용이 나타난 원인은 재벌개혁의 기반이던 비효율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비판이 재벌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없애버린 데 있다. 비효율성 논의는 국내외 재벌 비판론자들이 자료를 선택적으로 인용하면서 과장된 측면이 크다. 재벌의 공과(功過)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피지 않고 금융위기 당시의 문제만으로 재벌의 실패를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 비민주성 논의는 정치 민주주의 논리를 상법에 견강부회(牽强附會)한 느낌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기업을 그룹식으로 운영할 때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에 이해갈등이 상존한다는 사실인데, 이 문제가 기업경영의 민주성 문제로 변질, 정치화했다.

비효율성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 기업의 효율성 여부는 어떤 이익률 개념을 적용하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평가하는 데 국내외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클래슨스(Claessens) 같은 세계은행 연구자가 작성한 보고서는 자산수익률(ROA· Returns On Assets)을 사용했다. 자산수익률을 구할 때 분자로 사용되는 이익은 순이익, 즉 경상이익에서 세금을 뺀 이익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산수익률은 46개 표본 국가 중에서 44위다. 세금을 제외하기 이전의 이익률인 경상이익률로 보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2.1%)은 미국(4.2%), 일본(3.3%), 대만(4.5%)에 비해 훨씬 낮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실력을 영업이익률로 따져보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이자, 환차손 등 금융비용을 빼기 전 이익이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1988∼97년 기간에 평균 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미국(6.6%), 일본(3.3%), 대만(6.5%)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들은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낮은 순이익률이나 경상이익률을 집중 부각시켰다.

필자는 순이익률이나 경상이익률보다 영업이익률이 기업의 효율성을 살피는 데 더 나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경상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은 사업의 효율성보다는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 의존해 자본을 조달한 기업들은 이자 지불비용이 적어 경상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반면 금융기관 차입에 의존해 자본을 조달한 기업들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영업이익률과 경상이익률의 격차가 크다. 한국 기업들의 경상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이 낮은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음에도 금융비용 부담률 또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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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경제학 ecssjs@nus.edu.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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